2016년 10월 13일... 무려 3개월동안 기다리고 기다렸던 플레이스테이션 VR이 출시되었습니다.

일단 PS4를 가지고 있기에, 저 역시 PS VR출시를 목놓아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문제는 7월 예약판매 때 온라인 예판 물량이 장난아니까 빠르게 빠져서... 예약구매를 실패했다는 것이죠.
그런데 예구는 실패한 주제에, 섬머레슨은 너무나도 해보고싶어서 섬머레슨만 예구해놨었습니다.

'혹시 VR이 없어도 실행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게임이 풀린 새벽 0시 이후에 한번 게임만 다운받아본 후 실행해봤으나


"응. VR 없는 찐따는 돌아가."
"... ... 그래... ..."

다들 말하길 소니 1세대 물건은 사는게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PS4도 2세대 개량버전이 나올때까지 기다렸었고요.

그런데 PS VR은 제 머릿속에서 하나의 혁명이었습니다. '진짜 이건 꼭 사야해!!!!'라는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단 말입니다.

그렇다고 일을 내팽겨두고 국전가서 줄서서 PS VR을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대신 예판넷을 하루 종일 눈팅했습니다.

그리고 그러던 와중...
[특판정보] [PSVR] PSVR 홈플러스, 하이마트 등 4개 매장 오프라인 판매 및 시연존 설치 안내!
라는 글을 발견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잠실 하이마트로 가서 PS VR을 구입해야겠다고!

저 글이 뜬 시간이 12시쯤이었는데, 제가 잠실로 출발한 시각은 2시 반, 잠실 하이마트에 도착한 시간은 3시가량이었습니다.
이미 정보가 뜬지 시간이 꽤 지난 뒤라서 솔직히 매물이 없을 각오를 하고 하이마트로 들어갔는데...
"PS 무브까지 동봉된 제품은 없고, 카메라가 동봉되어있는 제품은 있습니다 호갱님!"
그리고 저는 망설임 1초도 없이


shut up and take my money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그리하여 잠실 하이마트에서 전리품을 획득한 장면입니다.
PS VR + 카메라 정가 538000원 되겠습니다.

결제를 하고 나서 내 통장 잔고를 보니, 3자리였던 잔고가 2자리가 되었지...


카와이하게 별모양으로(???) 상자를 개봉해보았습니다.
쓸데없이 포장이 세세하게 되어있어서, 몇겹이나 벗긴 뒤에야 진짜 제품이 드러나는군요.


제일 왼쪽 상자는, PS Camera와 관련된 구성품들이 들어있고...
가운데 상자는, PS 무브 포함된 모델은 PS 무브가 있었겠지만, 저는 카메라만 포함된 버전이라서 그냥 비어있었네요.


오른쪽 상자는 PS 본체와 PS VR을 연결시켜주는 장치들이 한가득 들어있었습니다.
그리고 위의 상자들을 전부 치우고나면, 그제서야 본체인 PS VR이 우리의 눈 앞에 드러나게 됩니다.


응 아직 아니야.
연장케이블부터 먼저 보이네요. 이제 진짜로 PS VR을 영접하러 갑시다.


VR느님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셨습니다.
엄청난 크기의 상자답게... 구성품도 워낙 많네요.

구성품이 워낙 많다보니 어느 순서대로 설치해야하는지도 감지 안 잡혔습니다.
매뉴얼 들어있는거 그냥 쌩까고 있었는데... 너무나도 구성품이 많다보니 매뉴얼을 무시할 수가 없겠더군요.

이제 PS VR 세팅을 시작해봅시다.


일단은 모니터와 PS4를 연결하고 있던 HDMI단자 중 PS4 쪽에 있는 단자를 분리시켜서, 동봉되어있는 모듈에 연결시킵니다.
저같은 경우는 (별로 방송하거나 그런것도 아닌 주제에)캡쳐보드와 연결되어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PS Camera를 설치해줍니다.
맨 처음에는 모니터 위에 얹어놓으려고 진짜 별별 쇼를 다 했는데... 아무리 열심히 해도 모니터 위에 안정적으로 안 올라가더라고요...
그래서 바닥에 놓고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연히 카메라는 PS4에 연결해놓아야죠.


여기서부터는 선에 번호가 하나씩 붙어있더군요.
워낙 선이 많다보니, 나름대로 소니의 배려가 아닌가...생각됩니다.
이번에는 PS4와 모듈을 서로 HDMI로 연결해줍니다.


그 후, 모듈을 PS4 전면에 있는 USB 단자를 통해서 연결해줍니다.


모듈에 파워선을 꽂아줍시다.
다행히도, 멀티탭에 딱 하나! 빈 콘센트가 있더군요. 


그 다음에는 연장케이블을 전면에 연결합니다.
연장케이블의 경우 TV를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필수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반대로 저같이 책상 근처에 모니터 보면서 플레이할 사람들은... ... 필요합니다.
저도 맨처음에는 연장케이블 없이도 충분하곘지 생각했는데, VR에 달린 선이 워낙 짧아요.
진짜 저 연장케이블 거슬리지만 대부분의 경우 꽃아놓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하나뿐입니다.


PS VR와 모듈을 연결해주면, 모든 작업 완료!
저 서랍장 뒤는 지금 선이 꼬이고 꼬여서 혼돈파괴망가상태입니다만... 신경쓰면 지는거니까 신경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달에 PS4 Pro 구매하면...그때 맘먹고 정리하는걸로;;;


PS VR을 착용한 글쓴이의 모습.
"이건 이 세상 물건이 아니다"

진짜 플레이하는 사람은 둘째치고... 남들이 PS VR 게임하는 모습 보면 너무 웃길 것 같습니다.
실제로 동생한테도 한번 써보게 시켰는데... 플레이하는 모습이 굉장이 웃기더군요


PS VR 세팅이 끝났으면 뭐다?
여름 수업을 시작해야지!!!

아니다!!! 이 오타쿠야!!!
디바이스 소프트웨어 나오자마자 2.00 이상 업그레이드라니...
이럴꺼면 업그레이드 해서 팔아먹으란말이야!!! 우리 집 데이터 회선 아깝게시리

업데이트 했으면 섬머레슨 하러 가도 되죠?


응. 넌 아직 준비가 안 되어있다.
진짜 기본적으로 세팅할게 왜 이렇게 많은건지... ...

제발 섬머 레슨 좀 하게 해주세요 ㅠㅠ

우여곡절 끝에 섬머레슨 실행 성공 ㅠㅠㅠㅠ
너무나도 오랜 기다림이었습니다.
일단은 VR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섬머레슨 게임 자체에 대한 후기는 다른 글로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모니터쪽에는 PS VR 화면을 2D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방송도 가능하더군요.
친구들한테만 이야기해서 비밀방으로 여름 수업 방송을 2시간정도 진행했었습니다.


2시간 정도 플레이하고 나서 느낀 점은...

일단 해상도는, 많이 낮은 편입니다.

PS VR을 실행하면 모니터도 PS VR와 같은 해상도로 전환이 되는데, 글씨가 깨지는게 확연히 드러나더군요.
게임 자체도, 해상도가 낮아서 눈에 픽셀이 보입니다...ㅠㅠ

예전에 오큘러스 리프트를 써볼 기회가 있었는데, 오큘러스 리프트는 이정도로 심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PS VR은 해상도가 좀 많이 낮지 않나... 역시 소니 1세대는 거르는게 정답이었나 이런 생각이 조금 들더군요.

근데 또 그렇게까지 심각했냐? 물어보면... 아주~~~~~ 심각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저 기대한 것보다 그래픽이 떨어져보이는게 아쉬울 뿐이죠.
이게 또 VR 헤드셋을 제대로 끼지 않았을 때 특히나 픽셀이 튀어보입니다. 헤드셋을 제대로 착용하기가 어려운게 문제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PS VR은 빛에 대한 정보를 받아서 위치를 판단합니다.

컨트롤러뿐만 아니라 PS VR 또한 말이죠. PS VR 전면을 보면 5개의 파란색 불이 들어오는데, 기본적으로는 그 불의 위치 변화를 카메라가 판단해서 그에 따라 시점을 변환하게 됩니다.
물론 VR 기기 내부, 그리고 듀얼쇼크 또한 자이로스코프 센서가 들어가있기 때문에, 자이로스코프 센서 데이터와 카메라 데이터가 같이 엮여서 보정하게 되죠.

그런데 이 시스템이 약간 문제가 있더군요.


저 같은 경우 집에 국민 ABKO 마이크가 있는데... ... 이 마이크에서 뿜어내는 불빛이 듀얼쇼크에서 내보내는 빛과 유사하기 때문에...
저게 자꾸 노이즈를 만들어내더랍니다.
그래서 특히나 마이크쪽으로 컨트롤러가 이동할 때는 제대로 컨트롤러가 인식이 안되는 문제점이...

(이건 PS VR의 문제는 아니지만)VR 멀미 증세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멀미라는게 내가 눈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나에게 일어나는 일이 다를 때 생기는 현상이라고 알려져있잖아요.
섬머 레슨을 플레이할 때는, 내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고개만 끄덕이고 그래서 멀미증상이 없었는데, VR ROOM에서 제공하는 몇몇 게임 중 3인칭 시점으로 플레이하는게 있더라고요. 근데 카메라 변화가 제 의지가 아닌,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 그런지... 멀미가 장난 아니었습니다.
VR 게임을 만드시는 분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셔야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뭔가 단점을 줄줄히 언급한 것 같은데, (딱히 생각나지는 않지만) 장점도 언급하자면

일단 저렴(???)합니다. 네, PS4가 있으신 분들에 한해서 말입니다.
지금 제대로 된 VR 기기중에서 유일하게 국내에서 정발한 제품이기 때문에 용팔이가격 그딴거 없습니다. 해외 관세도 안 붙고요.
물론 기기 자체도 가장 쌉니다.

그리고 PS라는 독자적인 플랫폼에서 사용하는 VR이기 때문에, PS VR만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이라면 장점이곘죠.
섬머 레슨은 오직 PS에서만!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기존의 게이밍 방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경험을 체험할 수 있게 해주기에,
이런 경험을 맛보게 해주는 역할은 톡톡히 해줄 것 같다고 생각됩니다.

즉, PS VR이라는 기기는 VR 경험의 입문으로서는, 또는 라이트유저 입장으로 보면 완벽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진지하게 VR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현재의 PS VR로는 부족함을 느끼시지 않을까 이런 염려가 됩니다.
이미 기존 시장에 먼저 들어온 VIVE나 오큘러스 리프트에 비하면 부족함 또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일단 PS4 자체의 성능이 고급 컴퓨터를 못 따라온다는 점이 첫번째이고, VR 기기 자체 또한 저 둘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런 부분을 자세히 언급하자면 제가 바이브도 써보고 오큘러스 리프트도 써봐야하는게 맞습니다만, 제가 이 기기를 가지고 있는게 아니고 가끔 시연회 가서 사용해본 정도라서 제대로 비교를 할 수는 없을거같네요,

PS 진영에서 VR 유저를 끌어잡고 싶다면, 일단은 컨텐츠입니다.
PS에서만 할 수 있는, VR이라는 성질을 완벽히 끄집어낼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들을 생산해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봅니다.

그 후가 이제 2세대 VR 기기가 되겠지요.
하드코어 게이머를 붙잡기 위해서는 지금의 PS VR로는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서 부족함이 있는게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뭔가 결론이 주저리주저리로 끝난거같은데...
(애니 리뷰 밀린 주제에) 섬머 레슨 소감을 짤막하게 다음 포스트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어딘가에 자랑을 하고 싶은데 자랑할 곳이 마땅치 않았기에 고민중이다가 이 곳이 생각나서 들어오게되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제가 게으르지만 않으면 어디에 가거나, 누구를 만나거나 하는 내용을 적어서 올릴겁니다. 


시작합니다.


9월 23일, 저는 이상한 사진을 하나 보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엥? 이게 대체.. 

알아보니, 이번에 소니 뮤직 레코드를 통해 메이저 앨범을 낸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 나온 신곡, 타이틀 곡 뿐 아니라 수록곡도 모두 다 좋다.)

사실 꿈이 가수인 것은 이미 유명했었는데 왜냐면, 

이 영상으로 인해 생각보다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이 드러났었고, 그동안의 수많은 인터뷰에서도 가수가 꿈이지만 소속사가 그라비아를 밀어주기 때문에 그쪽으로 데뷔했다고도 말을 했었죠. 그리고 많은 분들이 모르시겠지만 이미 가수로서의 활동도 많이 했고(그룹활동 및 개인 음반)ㅡ물론 일본내에서의 활동이고 잘 알려지지도 않고 묻혔기 때문에 저 역시도 손수 일웹을 뒤져서 찾지 않는한은 알아볼 수가 없었습니다.ㅡ 서서히 그라비아 활동을 줄여가면서 전문 가수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동안 많은 관심은 없었지만 신촌이라면 집에서 근처이기도 하고, 마침 친구가 서울에서 놀자고하니 손해볼 것도 없겠다-는 생각에 가벼운 마음으로 앨범을 하나 구입합니다. 당시 가격은 19,900원... 노래 3곡 들은거 치고는 매우 가성비가 떨어집니다. 포토북을 포함하더라도요. 하지만 뭐, 노래 자체들이 다 좋으니까(생각보다 노래가 정말 좋습니다.) 만족하는 마음으로 잊고 살았었는데... 


당첨되버렸습니다. 

(기쁨에 날뛰는 모습이다.)


그렇게 되버린 저는 이것저것 사인회에 대해 알아봅니다. 규정은 어떤지, 보통 어느선까지 허용하는지(사진이라던가, 악수 등) 알아보니 사진은 운이 좋으면 찍고 보통 악수와 먹을 것을 제외한 선물정도까진 허용하는 듯해서 어떤 선물을 줄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3일을 고민했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고 그냥 제 나름의 거지같은 센스를 발휘하여 나노블럭(이런건 일본에 더 많겠지만), 손편지, 머리띠(혹시 사진 찍어주면 머리띠 쓰고..), 마스크(생각없이 갔는데 귀여워보여서 삼) 을 포장해서 출발하게 됩니다. 

가는동안 퇴근길이라 길이 좀 막혀 7시 30분까지 입장인 것을 딱 7시 27분정도에 들어갔습니다. 좌석이 랜덤이여서 다행이었던 것이 뒤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B열(가장앞줄)에 앉아서 아이를 구경할 수 있었다는 점이죠. 입장하면서 포스트잇을 나눠주며 이름을 적으라고 하더군요. (나중에 아이가 포스트잇을 보며 사인을 합니다.)

 (사인회는 비공개여서 끝나고나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좀 기다리니 스태프분이 나와서 이것저것 안내를 하시더군요. 사진촬영은 절대금지, 간단한 악수정도만 허용... 예, 생각보다 빡빡한 규정입니다. 제 옆에는 정말 커다란 대포카메라 들고 오신 분도 계셨는데 저 말을 듣더니 주섬주섬 분해해서 다시 가방안으로 집어넣으시더라구요.

아이가 등장하자마자 환호성이 아주.. 남녀성비는 97:3정도였는데, 군대에 온 줄 알았습니다. 어쨌든 아이도 한국어를 많이 준비해왔는지 '만나서 반갑고 여러분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국어로 하더라구요. (안타까운건 자주 하는 말이 아니라 그런지 발음이 처음 '안녕하세요'만큼 좋지 않았다는거..) 

저는 첫째줄이여서 정말 빠르게 사인을 받았는데, 선물은 직접전달이 안된다고 하여 스태프분한테 넘기고 시디를 들고 인사하며 딱 앞에 서서 눈을 마주치자마자 와, 이건 정말 숨이 멎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일본어는 거의 하질 못해서 하고싶은 말을 암기해갔는데 눈을 보자마자 그냥 까먹게되더라구요. 그렇게 좀 감탄하고 있자 사인이 끝나고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듣고나서야 정신을 차려서 악수하고 그냥 멍한 상태로 자리에 와서 앉았습니다. 그동안 '영상이나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낫다'라는 말을 잘 이해 못했었는데, 이번 기회로 확실하게 깨달았습니다. 

영상이나 사진으로 보는 아이는 완전히 너프된 버전입니다. 꼭 실물로 보셔야해요. 

그렇게 한시간 반정도의 시간이 끝나고 감사인사를 한 뒤에 일본어로 '많은 분들이 일본어를 잘하셔서 놀랐다.'라는 말을 한 뒤 나중에 또 보자는 말을 마지막으로 사인회는 종료되었습니다. 규정도 빡빡하고 여러가지로 중요한 게 빠진 사인회였지만 그래도 실물을 봤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며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겠더군요. 

그리고나서 모든 것이 끝인 줄 알았는데, 제가 이 글까지 작성하게 된 중요한 계기는... 

(귀국 후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

예, 바로 이 사진때문이죠. 저기 마스크가 제가 준거거든요. 와, 세상에. 선물 준 분이 20명정도 되었던거 같은데 그중에 제 마스크만 저렇게 사진을 올려줬더라구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제 센스가 참 거지같다는 걸 다시한번 느끼게됩니다. 분명 저런 모습을 상상한게 아니었는데...? 

다음에도 기회가 되면 저 마스크의 다른 동물을 가져가봐야겠습니다. 사실 마스크 가져갈 때도 친구가 '못생겼으니 가리고 다니란 뜻으로 가져가는거냐고' 물어봤었는데 워낙 이뻐서 그런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네요. 

1기도 리뷰 다 못 썼는데.. 시간이 흐르고 흘러 2기가 방영을 시작했습니다. 그런고로 기쁜 마음으로(?) 2기 리뷰를 시작합니다. 2기는 부디 완결까지 리뷰하기를 다짐하면서.


1기 1화 리뷰에서 언급했었듯이, 이시하라 감독의 작품들은 1화 첫장면만 봐도 이게 어떤 이야기일지 대강 윤곽이 잡힙니다. 유포니엄 1기도 역시 예외가 아니었죠. 2기는 첫 장면에서 좀 더 대놓고 마지막화를 보여주는듯 합니다. 배경이 겨울인 것을 보면 확실하죠. 첫 장면에서 쿠미코가 들고 있는 노트가 2기의 주요 떡밥일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저 노트는 엔딩에서도 보여지면서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엔딩에서 뒷모습으로 보여지는 소유자의 검은 스타킹으로 미루어보아, 아마도 아스카의 노트가 아닐까 추정합니다. 쿠미코가 노트를 펼쳐보고 놀라는 모습도 '졸업해서 떠난 선배의 노트를 처음 펼쳐보는 후배'라고 표현해도 전혀 무리가 없죠. 게다가 1화에서부터 아스카가 자주 강조되는 것을 보면 2기의 메인 스토리에서 아스카가 중심에 있으리라 예상해볼수 있을듯 합니다. 되돌아보면 1기에서도 아스카는 지역예선에서 '이제 마지막'이라는 듯이 말하거나, 관서대회 진출이 결정될때 고개를 떨구는 등 의미심장한 모습을 자주 보여왔습니다.


1화의 콘티는 이시하라 타츠야 감독 본인이 직접 그렸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감독인 이시하라 타츠야보다 시리즈 연출인 야마다 나오코를 더 좋아합니다. 그래서 내심 아쉬웠죠. 하지만 (다행히도) 야마다의 영향력은 정말 강력한것 같습니다. 쿠미코의 저 포즈는 야마다 연출 특유의 제스쳐인데요. 설마 이시하라가 직접 콘티를 짜는데 저 포즈가 나올줄이야. 게다가 이 장면 뿐만이 아니라 1화 곳곳에서 야마다의 영향, 즉 야마다 제스처와 다리를 강조하는 연출들이 눈에 띕니다. 거기에 이시하라의 코믹컬한 연출도 함께 가미되면서 아주 훌륭한 혼종(?)이 탄생했습니다. 앞으로가 정말 기대됩니다.


타키 선생님과 그의 사별한 부인에 대한 떡밥도 (1기에 비해) 좀 더 직접적으로 나타납니다. 이번 2기에서는 오프닝에 등장하기에 이르렀는데요. 다만 학생들이 여전히 타키 선생님의 약혼자 운운하는 것을 보면 이 이야기는 굉장히 조심스럽고 진행되더라도 시간이 더 흘러야 할것으로 보입니다.


2기의 새 떡밥이 풀리는 것과 동시에 1기에서 있었던 변화를 마무리짓는 모습도 보입니다. 1기에서 가장 큰 변화를 거치며 스토리를 만들어나갔던 레이나와 쿠미코의 관계도 이제 (슈이치가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탄탄합니다. 누가봐도 이 둘은 서로를 가장 크게 의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레이나와 함께 하교하는 쿠미코와 집으로 돌아와서의 쿠미코의 모습이 대비되면서 더욱 강조됩니다. 레이나도 쿠미코가 말했듯이 완전히 변화한 모습을 보이고 있죠. 이 둘 뿐만이 아니라 키타우지 취주악부 전반적으로 완전히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분위기입니다. 전반적으로 1기의 스토리를 결론짓는 느낌이 강합니다.


2기에서 급부상한 캐릭터, 요로이즈카 미조레입니다. 1기에서도 언급이 안되었을 뿐이지 오보에 솔로가 매우 돋보였던 캐릭터였는데, 2기에서는 메인 캐릭터로 등장했습니다. 1기에서 쿠미코와 레이나가 그랬던 것과 유사하게, 미조레에게도 중학생 시절의 사건의 트라우마가 남아있는듯 합니다. '콩쿨이 싫다'고 했던 미조레, '꼭 고등학교에서 금상을 따자'고 했던 노조미, 하지만 막상 고등학교에 오고나서 (아마도 취주부가 엉망진창인것을 이유로부를 탈퇴한 노조미, 어쩐지 혼자 남아있는 미조레.


그리고 이제 취주부에 돌아오고 싶다는 노조미. 그리고 아스카에게 반드시 허락을 받아야겠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막은 아직 알 수 없지만, 1화에서 보여진 장면만 보더라도 노조미의 복귀가 작년의 사건을 견디고 남아있는 2학년들에게, 특히 미조레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해보입니다. 미조레는 노조미의 플룻 연주만 들어도 (그것이 중학생때의 트라우마를 준 바로 그 콩쿨에서 연주한 곡이었다는 점도 있겠지만) 생리적인 거부감이 들 정도입니다. 2학년중에선 거의 유일하게 나츠키만이 노조미를 이해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어쩌면 그것은 나츠키가 중학생때 그 문제의 콩쿨 사건을 다른 부원과 함께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단지 나츠키가 천사여서 그런걸지도요.


1기에서 큰 갈등을 빚었던 유우코와 레이나의 관계도 가벼운 기분으로 정리됩니다. 서로 농담을 던질 수 있을 정도군요. 물론 역사는 역사인지라(?) 쉬운 관계는 아닙니다만, 미조레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오히려 쿠미코가 더 당황할 정도로 본인들에게는 '지나간 일'정도인가 봅니다.


슈이치는 불쌍해요. 뭐라 할 말이 없어요. 심지어 레이나가 떠보기까지 하는데. 쿠미코는 전혀 의식하지도 않고. 1기에서 답이 없었던 것처럼 2기에서도 답이 없을것 같습니다.


1화의 마지막에 이르면서의 쿠미코와 레이나의 대화, 그리고 특히 쿠미코의 독백이 2기의 주제를 드러낸다고 보여집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의 의미랄까요. 가면을 쓰고있는 듯한 아스카, 베일에 싸인 미조레, 갈등의 중심인 노조미 등 2기의 메인 캐릭터들 모두에게 적용이 될 만한 독백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이자면 '지금 함께하는 친구'까지도요. 미조레와 노조미는 분명 중학생 시절에는 친했는데 지금은 왜 연주를 듣고 구역질이 날 지경에 이른 걸까요. 서로를 한없이 이해해줄듯한 쿠미코와 레이나와 대비됩니다.

전체적으로 1화는 1기의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2기의 시작을 위한 프롤로그같았습니다. 1기 스토리를 정리하고 2기 스토리를 위한 떡밥을 풀어놓았죠. 1기만큼 훌륭한 2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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