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도 리뷰 다 못 썼는데.. 시간이 흐르고 흘러 2기가 방영을 시작했습니다. 그런고로 기쁜 마음으로(?) 2기 리뷰를 시작합니다. 2기는 부디 완결까지 리뷰하기를 다짐하면서.


1기 1화 리뷰에서 언급했었듯이, 이시하라 감독의 작품들은 1화 첫장면만 봐도 이게 어떤 이야기일지 대강 윤곽이 잡힙니다. 유포니엄 1기도 역시 예외가 아니었죠. 2기는 첫 장면에서 좀 더 대놓고 마지막화를 보여주는듯 합니다. 배경이 겨울인 것을 보면 확실하죠. 첫 장면에서 쿠미코가 들고 있는 노트가 2기의 주요 떡밥일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저 노트는 엔딩에서도 보여지면서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엔딩에서 뒷모습으로 보여지는 소유자의 검은 스타킹으로 미루어보아, 아마도 아스카의 노트가 아닐까 추정합니다. 쿠미코가 노트를 펼쳐보고 놀라는 모습도 '졸업해서 떠난 선배의 노트를 처음 펼쳐보는 후배'라고 표현해도 전혀 무리가 없죠. 게다가 1화에서부터 아스카가 자주 강조되는 것을 보면 2기의 메인 스토리에서 아스카가 중심에 있으리라 예상해볼수 있을듯 합니다. 되돌아보면 1기에서도 아스카는 지역예선에서 '이제 마지막'이라는 듯이 말하거나, 관서대회 진출이 결정될때 고개를 떨구는 등 의미심장한 모습을 자주 보여왔습니다.


1화의 콘티는 이시하라 타츠야 감독 본인이 직접 그렸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감독인 이시하라 타츠야보다 시리즈 연출인 야마다 나오코를 더 좋아합니다. 그래서 내심 아쉬웠죠. 하지만 (다행히도) 야마다의 영향력은 정말 강력한것 같습니다. 쿠미코의 저 포즈는 야마다 연출 특유의 제스쳐인데요. 설마 이시하라가 직접 콘티를 짜는데 저 포즈가 나올줄이야. 게다가 이 장면 뿐만이 아니라 1화 곳곳에서 야마다의 영향, 즉 야마다 제스처와 다리를 강조하는 연출들이 눈에 띕니다. 거기에 이시하라의 코믹컬한 연출도 함께 가미되면서 아주 훌륭한 혼종(?)이 탄생했습니다. 앞으로가 정말 기대됩니다.


타키 선생님과 그의 사별한 부인에 대한 떡밥도 (1기에 비해) 좀 더 직접적으로 나타납니다. 이번 2기에서는 오프닝에 등장하기에 이르렀는데요. 다만 학생들이 여전히 타키 선생님의 약혼자 운운하는 것을 보면 이 이야기는 굉장히 조심스럽고 진행되더라도 시간이 더 흘러야 할것으로 보입니다.


2기의 새 떡밥이 풀리는 것과 동시에 1기에서 있었던 변화를 마무리짓는 모습도 보입니다. 1기에서 가장 큰 변화를 거치며 스토리를 만들어나갔던 레이나와 쿠미코의 관계도 이제 (슈이치가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탄탄합니다. 누가봐도 이 둘은 서로를 가장 크게 의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레이나와 함께 하교하는 쿠미코와 집으로 돌아와서의 쿠미코의 모습이 대비되면서 더욱 강조됩니다. 레이나도 쿠미코가 말했듯이 완전히 변화한 모습을 보이고 있죠. 이 둘 뿐만이 아니라 키타우지 취주악부 전반적으로 완전히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분위기입니다. 전반적으로 1기의 스토리를 결론짓는 느낌이 강합니다.


2기에서 급부상한 캐릭터, 요로이즈카 미조레입니다. 1기에서도 언급이 안되었을 뿐이지 오보에 솔로가 매우 돋보였던 캐릭터였는데, 2기에서는 메인 캐릭터로 등장했습니다. 1기에서 쿠미코와 레이나가 그랬던 것과 유사하게, 미조레에게도 중학생 시절의 사건의 트라우마가 남아있는듯 합니다. '콩쿨이 싫다'고 했던 미조레, '꼭 고등학교에서 금상을 따자'고 했던 노조미, 하지만 막상 고등학교에 오고나서 (아마도 취주부가 엉망진창인것을 이유로부를 탈퇴한 노조미, 어쩐지 혼자 남아있는 미조레.


그리고 이제 취주부에 돌아오고 싶다는 노조미. 그리고 아스카에게 반드시 허락을 받아야겠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막은 아직 알 수 없지만, 1화에서 보여진 장면만 보더라도 노조미의 복귀가 작년의 사건을 견디고 남아있는 2학년들에게, 특히 미조레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해보입니다. 미조레는 노조미의 플룻 연주만 들어도 (그것이 중학생때의 트라우마를 준 바로 그 콩쿨에서 연주한 곡이었다는 점도 있겠지만) 생리적인 거부감이 들 정도입니다. 2학년중에선 거의 유일하게 나츠키만이 노조미를 이해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어쩌면 그것은 나츠키가 중학생때 그 문제의 콩쿨 사건을 다른 부원과 함께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단지 나츠키가 천사여서 그런걸지도요.


1기에서 큰 갈등을 빚었던 유우코와 레이나의 관계도 가벼운 기분으로 정리됩니다. 서로 농담을 던질 수 있을 정도군요. 물론 역사는 역사인지라(?) 쉬운 관계는 아닙니다만, 미조레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오히려 쿠미코가 더 당황할 정도로 본인들에게는 '지나간 일'정도인가 봅니다.


슈이치는 불쌍해요. 뭐라 할 말이 없어요. 심지어 레이나가 떠보기까지 하는데. 쿠미코는 전혀 의식하지도 않고. 1기에서 답이 없었던 것처럼 2기에서도 답이 없을것 같습니다.


1화의 마지막에 이르면서의 쿠미코와 레이나의 대화, 그리고 특히 쿠미코의 독백이 2기의 주제를 드러낸다고 보여집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의 의미랄까요. 가면을 쓰고있는 듯한 아스카, 베일에 싸인 미조레, 갈등의 중심인 노조미 등 2기의 메인 캐릭터들 모두에게 적용이 될 만한 독백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이자면 '지금 함께하는 친구'까지도요. 미조레와 노조미는 분명 중학생 시절에는 친했는데 지금은 왜 연주를 듣고 구역질이 날 지경에 이른 걸까요. 서로를 한없이 이해해줄듯한 쿠미코와 레이나와 대비됩니다.

전체적으로 1화는 1기의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2기의 시작을 위한 프롤로그같았습니다. 1기 스토리를 정리하고 2기 스토리를 위한 떡밥을 풀어놓았죠. 1기만큼 훌륭한 2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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