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크로체가 그린 24세의 모차르트 초상화


 모차르트는 천재인것으로 유명합니다. 얼마나 천재인지 그의 음악만 들어도 머리가 좋아진다는 미신(?)이 생길 정도죠. 뭐 물론 분명히 그는 천재이고 그의 음악은 천재적입니다. 그런데 그의 이런 '천재'라는 이미지때문에, 그러니까 그냥 책상 앞에 앉아서 떠오르는 대로 대로 술술 써내려서 뚝딱 완성시키는 이미지때문에, 그의 열정이 가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천재적인 음악의 내면에 엄청난 열정이 담겨있는데도 말이죠. 오히려 저는 그의 천재적인 재능보다도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더 높게 평가하는 편입니다. 그 천재적인 재능을 동경한다고 해도 우리가 그 재능을 배울 순 없지만, 그의 열정은 정말로 우리에게 무언가 시사하는 점이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런 열정을(그리고 동시에 천재성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 교향곡 41번입니다.


 교향곡 41번은 너무나도 환상적으로 완벽하고 대단히 천재적이어서 이 곡만 설명해도 한시간은 넉넉히 떠들 수 있을 정도입니다. (나중에 이 곡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는 포스트도 쓸 생각입니다) 모차르트가 천재임은 이 곡 하나로 입증할 수 있다고나 할까요. 그야말로 그 어떤 수사를 갖다붙여도 이 곡에는 전혀 과하지 않을 그런 명곡이죠. 아무튼 지금은 여백이 부족하니까 그냥 이 곡이 아주 뛰어나다는 것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제가 지금 말하려고 하는건 이 곡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작곡되었는가 하는 것이니까요.


 교향곡 41번은 1788년에 작곡되었습니다. 모차르트가 죽기 3년전이고, 그가 작곡한 마지막 교향곡이죠. 익히 알려진 것처럼 그의 말년은 굉장히 불행했습니다. 일단 수입이 굉장히 줄어들어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편지를 보내며 항상 빚에 찌들어야했습니다. 거기다가 그의 천재적인 작곡들은 당시 사람들에게 전혀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모차르트의 후기 교향곡이라고 일컬어지는 교향곡 39번, 40번, 41번은 심지어 연주를 목적으로 작곡되지도 않았고, 실제로 그가 살아있을 때 연주된 적이 한 번도 없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있습니다. 교향곡 41번은, 불행한 현실속에서 아무도 자신의 작품을 인정해 주지 않고 들어주지도 않을테지만, 오로지 음악에 대한 열정만으로 작곡되었던 것입니다. 그 고통속에서 탄생한 것이 이 찬란한 교향곡인 것을 보면 그가 인간을 초월한 존재라는 생각도 듭니다.


 교향곡 41번뿐만이 아니라 모차르트가가 불행했던 말년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그 천재성의 절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의 음악이 머리속에서 간단히 튀어나오고 쉽게 세상에 선보여진 것이 아닌것이죠. 그의 음악에는 천재성 뿐만이 아니라 초월적인 열정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정말로 그를 존경해야만 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저는 약 2년 전에 바로 이 블로그에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소개하는 글을 썼었습니다. 제 나름대로 열심히 쓴다고 썼던것 같은데, 지금와서 다시 읽어보면 솔직히 말해서 전혀 쓸모없는 글입니다. 이런 글이 블로그에 남아있다는게 부끄러워서 지우고 싶을 정도로 말이죠.


 왜냐하면 제 과거의 글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의 진정한 본질을 전혀 적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정도의 글은 그냥 인터넷만 좀 뒤져보면 얼마든지 비슷한 글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바꿔말하자면 인터넷으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소개하는 글 중 (최소한 제가 아는 선에선) 그 어떤 것도 이 곡의 진정한 본질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혹시 어쩌면 그것이 너무나 당연하기에 굳이 적으려 하지 않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그 말로는 표현 못할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감히 글로 옴기려는 시도를 하지 못한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어쨌거나 저는 그 너무나도 당연한 아름다움을 감히 이곳에 적기위해, 다시 한번 더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에 대해 쓰고자 합니다.


 일단 이 곡은 곡 자체가, '소리'자체가 아름답습니다. 이 곡의 형태가 어떻고 기교가 어떻고 구성이 어떻고, 그래서 이 곡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제 예전 글을 포함해서 전세계의 모든 온,오프라인을 막론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소개하는 글이 공통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바입니다. 그러니까 이건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사실 너무나 당연해서 굳이 적을 필요가 없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겠죠.


 그렇다면 브람스 피아노 협죽곡 2번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 곡을 그렇게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이 곡에 담겨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음악에 감정이 담겨있고, 그것이 본질임은 당연한 것입니다.


 흔히 브람스의 음악을 신고전 스타일이라고 표현하며 그 고전적인 형식미을 강조하곤 합니다. 물론 그 말이 틀린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역시 잊지 말아야할 확실한 사실은 브람스는 감정을 표현한 낭만파 작곡가라는 것이죠. 특히 이 곡은 그가 노년기에 이르며 점차 분명하게 음악으로 표현되는 인생관(?)이 보이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덧붙이자면 이 곡과 비슷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그 특유의 감정이 잘 나타난 또다른 유명한 작품이 바로 교향곡 3번과 4번입니다. 작곡 시기도 세 곡이 비슷하죠. 


 즉 이 4악장으로 구성되어 연주시간만 50분이 넘어가는 대곡에서 브람스가 표현한 감정, 다른 곡에선 찾을 수 없는 그만의 독특한 감정이 바로 이 곡의 본질이자 다른 피아노 협주곡에선 찾을 수 없는 이 곡만의 가치인 것입니다. 그 감정이 특징적으로 강하게 드러난 부분은 바로 4악장입니다. 저는 이 4악장의 존재야말로 이 피아노 협주곡을 불후의 명곡으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 4악장은 꽤 많은 이들이 이 피아노 협주곡을 저평가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1, 2악장이 중후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것에 비해 곡의 피날레인 4악장이 굉장히 가볍기 때문이죠. 심지어 용두사미라는 표현도 본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4악장은 그 어떠한 형식도 갖추지 않으며 웃음이 나올 정도로 곡의 진행이 변덕스럽죠.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이 곡의 핵심인 것입니다.


 상당히 많은(특히 낭만파시대의) 피아노 협주곡의 피날레는 폭발적입니다. 모든것을 내뿜는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음악을 음악가가 말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해보세요. 모든 이야기가 폭발로 끝난다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할 것입니다. 예컨대 유쾌한 노음악가가 자기가 살았던 삶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해봅시다. "내가 젊었을 적엔 아주 팔팔해서.."로 시작해서 "..지금은 홀로 늙었지만 자유롭고 즐겁게 살고있지"로 끝나는 이야기를 말입니다. 이것은 확실히 해피엔딩입니다. 그리고 브람스는 노년에 이 곡을 썼고, 평생 미혼이었지만, 그 덕분에 자유롭고 행복하다고 말한 인물이죠. 다시말해서 이 곡은 브람스 자신이 생각한 '해피엔딩'의 감정을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굳이 인생이라는 거대한 무언가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모든 일은 해피엔딩이 제일이 아닐까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열정으로 불타오른 후 갈등을 잠재우고 평화를 얻어 행복한 결말을 맞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바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말하고 있는 것이 바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인 것이죠. 저는 '삶의 즐거움'을 이렇게 확고한 믿음으로 표현하고 있는 곡으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유일하며 동시에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다가 우연히 클래식 음악을 듣고 반해서, 혹은 모든 음악의 장르를 섭렵하려고, 아니면 그저 호기심에.. 그 어떠한 목적과 동기에서든지간에 클래식 음악을 처음 접하게 된(흔히 입문자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에게 처음 닥치는 어려움은 보통 이런겁니다.

도대체 어떻게 듣지?

 들으려해도 뭘 들어야할지, 어디서 들어야할지 알수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음악이라면 TV, 노래방, 가게의 배경음악, 내 스마트폰, 친구의 스마트폰 등등 우리 곁에 언제나 함께있는 녀석들인데, 클래식 음악은 뭔가 저 멀리 높은 산꼭대기에 가있는것만 같거든요.


 클래식 음악이 정말로 산꼭때기에 있는지 없는지는 몰라도, 한가지 확실한건 우리가 일부러 만나러 찾아가지 않으면 만나러 와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클래식을 듣기위해선 먼저 다가가는 노력이 '아주 약간' 필요합니다. 아무리 클래식 음악이 대하기 어렵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찾아가다 보면 마중나오는 경우도 분명 있지 않을까요? 


 아무튼, 클래식과 만나기 위해 클래식에 먼저 다가가는 방법. 여기서 소개해 드립니다.



0. 즐겁게 듣기



 '방법'이라고 부를만한 것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어디선가 대단한 명곡이라고 추천해줘서 들어봤는데 즐겁지가 않으면, 아무리 명곡일지라도 들을 필요가 없다고 과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처음 클래식을 접하면 일단 그 엄청난 분량부터가 좀 지루하게 느껴지는게 사실이고, 어떤 명곡들은 정말 복잡해서 난해하게 들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음악은 듣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저는 듣지 말라고 하고싶을 정도입니다.


 물론, 클래식에 다가가다 보면 언젠가는 난해한 곡도 완벽하게 느껴지고 1시간짜리 곡도 시간가는줄 모르게 듣는(흔히 귀가 트인다고 표현하는) 순간이 옵니다. 어쨌거나 지금은 아닙니다. 자고로 음악이란 마음을 동하게 하는 것인데, 스스로를 즐겁지 않게 만들면서까지 들어야 할 정도로 클래식 감상이 인간의 대단한 지상과제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해서, 즐깁시다!



1. 유튜브



 굳이 여기서 일부러 유튜브가 얼마나 편리한지 설명할 필요가 없을정도로 유튜트는 편리합니다. 유튜브의 편리함은 클래식을 들을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떠한 클래식 음악을 듣고 싶은지간에, 예를들어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이 듣고 싶다던가, 아니면 '베토벤의 교향곡'이 듣고 싶다던가, 혹은 '바이올린 독주'를 듣고 싶을때, 우리가 해야할 일은 그저 유튜브에서 검색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일생동안 들어볼 기회가 있는 클래식 음악은 이미 모두 유튜브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게다가 유튜브의 관련 영상을 추천해주는 기능은 처음 클래식에 다가갈때 아주 유용합니다. 어떤 음악 하나를 들었는데, 다음으로 뭘 들어야할지 모를때, 구체적으로 말해서 이 작곡가의 다른 음악이 뭐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이런 형식으로 작곡된 다른 작곡가의 곡이 뭐가 있는지도 모를때, 이렇게 연관된 음악들을 쉽게 찾는데는 유튜브 만한게 없습니다. 특히 유튜브의 '자동추천'은 클래식에 다가갈때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만합니다. 자신도 모르던 취향을 유튜브가 찾아줄지도 모르니까요.



2. 라디오



 이 글의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요즘엔 음악을 접할수 있는 길이 아주 다양해져서 라디오는 뭔가 구시대적인 매체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을 듣는데는 라디오가 여전히 주요한 수단중 하나입니다. 바로 KBS 제1FM 덕분입니다. 흔히 '클래식 FM'이라는 별명으로 자주 불리는데, 별명에서 알수 있듯이 프로그램 편성이 클래식 음악 위주입니다. 가끔씩 나오는 공익광고를 제외하면 거의 하루종일 음악만 틀어주니, 클래식을 접하는 방법중에 편하기로는 가장 편한 셈입니다.


 이러한 클래식 FM의 간판 프로그램이자, '하루종일 음악만 틀어주는' 이미지에 가장 잘 부합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매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진행되는 '명연주 명음반'입니다. 요일마다 주제를 바꿔가며 명연주와 명음반으로 손꼽히는 클래식 음악을 (일부가 아닌)전악장 방송해줍니다. 이름에서도 알수있지만 '곡'자체보다는 '연주'와 '음반'에 집중하기 때문에, 사실 무엇보다 '곡'을 먼저 알아가는게 중요한 초심자에게는 약간 초첨이 안맞는다고도 할수 있습니다. 그래도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선곡이나 분량이 클래식의 본질에 아주 충실하기 때문에 한번쯤은 반드시 청취해볼만 합니다.



3. 음악회



 진심으로 클래식 음악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다면 라이브 음악회에 가지 않을수 없습니다. 어느 음악이나 마찬가지지만 방안에서 스피커나 이어폰으로 듣는 음악과 실황에서 연주되는 음악은 '이게 같은 음악인가'라는 생각이 들만큼 차원이 다릅니다.


 그런데 어느 음악회를 가야 좋은지 알수 없어서, 뭔가 외국의 유명한 악단의 티켓은 무지막지하게 비싸서, 클래식 음악회의 무거운 분위기가 신경쓰여서(사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만) 음악회에 쉽게 접근하지 못할때, 그럴때 가벼운 마음으로 다가갈수 있는 음악회가 바로 마티네 콘서트입니다. 마티네 콘서트가 뭐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클래식 공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마티네’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마티네란 말은 아침을 뜻하는 프랑스어 ‘마태’에서 온 말로, 현재는 낮에 하는 연극이나 음악회 등을 말한다. 공연들 대부분은 야간에 이뤄지기 때문에 마티네라는 특별한 말이 생겨난 것이다. 낮 시간대에 열리다보니 마티네 콘서트의 관객들은 주부, 실버 세대가 많이 보인다. 그래서 공연 구성도 일반대중과 어울리도록 어렵지 않게 선택된다.

http://reporter.korea.kr/newsView.do?nid=148776111


 예술의전당, 아람누리, 성남아트센터, 대구시민회관 등 거의 모든 클래식 음악홀에서 마티네 콘서트를 열고 있습니다. 티켓 가격도 일반적으로 저렴하게 책정되고, 편안하거나 익숙한 곡과 함께 그 곡에대한 해설도 들을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예술의전당의 마티네 콘서트중 하나인 '토요음악회'는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추천하는 콘서트입니다. 토요음악회에 대해서는 이전에 포스팅한 적이 있죠. 꼭 한번 들으러 가보시기 바랍니다.



4.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왠지 딱딱해보이는 클래식 음악. 그 편견을 날려버리는데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 바로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한 미디어를 보는 것입니다.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영화 피아니스트, 영화 더 콘서트, 애니메이션 4월은 너의 거짓말 등 바로 그런 것들입니다. 모르던 클래식 음악도 들어볼수 있고, 약간의 클래식 지식도 함께 알아볼수 도 있습니다. 게다가 재미있습니다. 클래식에 관심을 가진 상태로 보면 한 두배는 더 재미있지 않을까요? 이런 미디어를 보고 나면 훨씬 클래식 음악이 가깝게 느껴질 것입니다.



5. 컴필레이션 음반



 어쩌면 지금 집 어딘가에서 굴러다니고 있을지도 모르는 컴필레이션 클래식 음반입니다.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은 곡의 일부 악장만이 잡탕스럽게 섞여있는 이런 컴필레이션 음반을 저평가합니다만, 생각해보면 저기 들어있는 음악들은 그 수많은 클래식 음악의 바다에서 정말로 쳐내고 또 쳐내서 골라낸 그야말로 '명곡'들이 분명합니다. 그러니까 들어봐서 나쁠건 전혀 없을뿐더러 오히려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접해볼수 있는 나름대로 쓸만한 방법입니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컴필레이션 음반에서 듣고 마음에 드는 음악이 있을때, 컴필레이션 음반에서 그치지 않고 그 곡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려고 하는 마음가짐일 것입니다. 예를들어 컴필레이션 음반에서 듣고 마음에 드는게 있을때 유튜브에서 찾아보는 방식이 괜찮아 보입니다.





 파리 노트르담 성당에서 프티 다리를 건너면 길가 공중전화 부스나 전봇대에 공연 포스터가 여러장 붙어있습니다. 바로 생 줄리앙 르 포브르 성당에서 열리는 연주회 포스터들입니다. 생 줄리앙 르 포브르 성당은 13세기에 지어진 작은 성당인데, 현재 이 성당에서 거의 매일같이 소규모 연주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주로 피아노 독주회지만 성악이나 합창도 들을 수 있습니다. 저는 1월 13일 저녁 8시에 있었던 에르베르 뒤 플레시의 피아노 연주회에 다녀왔습니다. 프로그램은 쇼팽과 리스트의 작품들이었습니다.




 가격은 중앙 객석이 23유로, 사이드 객석이 18유로이고, 만약 25세 이하의 청소년이라면 각각 5유로를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특별한 예매방법은 없고 그냥 연주 당일 성당 입구에서 돈을 내고 들어가서 앉고 싶은 자리에 앉으면 됩니다. 예약을 받기는 하지만 결국 결제와 착석이 선착순이므로 큰 의미는 없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연주장과는 달리 무대와 객석간의 높이차가 없고, 객석 배치도 그다지 시야를 고려하지 않은, 그야말로 성당 구조를 그대로 이용하는 음악회이므로, 연주자의 모습을 잘 보고 싶다면 조금 서둘러 가서 앞자리에 앉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날 음악회엔 60여명 정도의 관객이 찾아왔습니다. 분위기가 마치 살롱 음악회 같습니다. 



012


 작은 성당의 울림이 대단해서 피아노 소리가 아주 낭랑하게 들립니다. 성당 벽은 방음이 잘 안되서 근처의 사람 사는 소리(?)가 조금씩 들려오고, 나무 의자는 낡아서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삐걱거리지만 오히려 그런 것들이 이곳에서 열리는 음악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시테 섬에서 다리 하나 건너 바로 앞에 있고, 근처에 클루니 중세 박물관도 있습니다. 파리를 여행하면서 반드시 거쳐갈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으니,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가벼운 발걸음으로 들려볼만 합니다. 자세한 위치와 연주 일정은 홈페이지(http://www.concertinparis.com/)에 잘 나와있습니다. 






소니 클래시컬 레이블을 통해 발매된 김대진 지휘, 수원시향 연주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전집이다. CD 5장으로 구성된 박스형태이고, 가격은 3만5천원선이다. 국내 교향악단의 앨범작업은 (정명훈의 서울시향을 제외하면)흔치 않은 일인데, 이렇게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전집을 내놓은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착한 가격을 생각해보면 음반으로서의 경쟁력이 충분히 있으리라 본다. 


이 교향곡 전곡은 예술의전당에서 이루어졌던 차이코프스키 시리즈 기획공연을 실황으로 녹음한 것이다. 연주 자체가 예술의전당 기획이어서 그런지 음반에도 예술의전당 로고가 박혀있고 저작권자에도 수원시향과 함께 예술의전당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이런식의 실황녹음을 할때, 리허설도 같이 녹음을 했다가 본 공연때 발생하는 실수나 객석 소음등을 편집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음반은 그렇게 하지 않고 라이브 단 한번의 연주만을 녹음한듯 하다. 이 말은 즉 사소한 실수나 객석 소음들이 그대로 음반에 기록되어 있다는 뜻이다. 사실 연주회 당시에 연주가 녹음된다는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으니 관객들도 자신들이 내고 있는 소음에 대해 방심하고 있었으리라. 어쨌든, 그리하여 이 음반을 듣고있으면 라이브를 듣는 듯한 맛이 난다. 음원을 편집할때도 그런 방향을 염두에 둔 것인지 굉장히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스러운(?) 소리를 들려준다. 이 연주들을 직접 실황으로 들었던 나로서는 마치 그 때 그 순간으로 돌아가는 것만 같다.




수원시향의 장점은 묵직한 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음반에서도 그 점이 잘 드러난다. 다만 가끔씩 관악파트가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약간 아쉬운 점이다. 그럼에도, 이 음반이 실황녹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훌륭한 연주라고 평하고 싶다. 김대진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해석에도 나름대로 독창적인 부분이 있어서 듣는 즐거움이 있다. 이정도면 국내 음악 애호가들의 귀를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음반의 내지에는 피아니스트이자 음악 칼럼니스트인 김주영의 차이코프스키와 그의 교향곡에 대한 해설이 함께 실려있는데, 이게 또 상당히 알찬 구성이라 마음에 든다. 내지에 연주에 참여한 단원들은 물론이고 객원 연주자들의 이름까지 함께 적어 놓은 점은 독특하다.

 

국내 음반 시장에서 이 음반이 반향을 일으킨다거나, 아니면 최소한의 손익분기점을 넘으리라는 기대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러한 시도들이 계속되어서 국내 교향악단들의 좋은 음반들이 축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시아오케스트라페스티벌은 대구시민회관의 재개장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연주회이니 우선 이 대구시민회관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대구시민회관은 삼년간의 단장을 통해 클래식 전용홀로 재탄생했다. 클래식 전용홀답게 그랜드 콘서트홀은 수준높은 음향수준을 들려주었다. 이 홀의 음향적 특징이라면 음이 굉장히 풍부하게 머무른다는 점이다. 다만 이때문인지 이번 공연처럼 대편성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오를 경우 높은 음량을 낼 때 소리나 지나치게 포화된다는 인상을 받았다. 또 나무바닥이 특정 저역대에서 공진을 일으키는 듯 했다. 이 공진은 나중에 지적을 받아서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아주 수준높은 홀이라고 할 수 있다. 인테리어도 꽤 독특한데, 로비에서부터 홀 내부에 이르기까지 흰색 빛을 모티브로 하는 장식조명을 사용했다. 또 흔히 무대 바로 위 천장에 위치하는 확산판이 없고, 대신 합창석 뒤쪽 벽에 객석을 향해 거대한 반사판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 화려한 확산판이 대구시민회관 콘서트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을듯 하다.



도쿄필의 공연도 훌륭한 대구시민회관의 재개관을 축하하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1부의 강승민 첼리스트와 함께한 협주곡도 아주 탁월했고, 2부의 드보르작 교향곡 9번의 연주에서도 자신들의 실력을 유감없이 나타냈다. 강승민 첼리스트는 특이하게도 맨발로 무대에 나와 연주를 했다. 그만큼 혼신을 다한 연주였을 것인데 그것은 첼로 소리를 통해 바로 소리로 알 수 있었다. 한음 한음 짚어가는 정렬적인 솔로도 솔로지만, 그러면서도 오케스트라와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는 모습은 아주 듣기 좋았다. 도쿄필의 연주는 칼같은 현, 수수한 목관, 부드러운 금관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정확한 앙상블을 이뤄내고 있음은 물론이다. 현의 일사분란한 보잉은 넋을 잃을 정도로 정확했다. 또한 부드러우면서도 안정적인 금관의 소리도 아주 탁월했다. 오노 카즈시의 지휘도 강약의 빠른 전환을 통해 신세계 교향곡의 매력을 한껏 강조했다. 이정도 소리가 순수 내국인만으로 만들어지는 일본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일본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은 가까운 지리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드문 편인데, 클래식 애호가로서 앞으로 교류가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아시아오케트라페스티벌은 국내 6개 악단을 포함해서 중국, 대만, 일본의 3개 오케스트라가 참가하는 정말 거대한 규모의 축제다. 이렇게 정규 교향악 오케스트라가 참가하는 축제로서는 아마 국내 최초로 기획되는 공연이 아닐까 싶다. 재개관 기념 공연에 이만큼 크게 판을 벌인만큼 앞으로도 아시아권 오케스트라와의 교류를 위해 대구시민회관이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기획공연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토요콘서트는 예술의전당의 주요기획공연이다. 일부 쉬는 경우를 제외하면 매월 셋째주 토요일 오전 11시에 시작한다. 예술의전당 기획공연이니만큼 티켓가격도 높지않으며 할인기회도 다양하고 그 할인률도 높다. 

이 토요콘서트의 가장 큰 특징은 해설음악회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해설음악회는 성인이 아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데, 사실 이 토요콘서트의 기원도 김대진의 청소년을 위한 해설음악회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토요콘서트의 타겟 관객은 성인이다. 이 음악회의 초기 캐치프레이즈가 바로 언제까지 음악을 오디오로만 들으시겠습니까?였다. 즉 클래식음악은 즐겨듣지만 공연장을 찾지 않는 사람들을 공연장에 찾아오게 만들기 위한 기획인 것이다. 이 음악회가 토요일 오전 11시라는 음악회 치고는 일반적이지 않은 시간에 열리는 것도 사실 일반적인 직장인의 생활패턴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 음악회의 해설이 마치 아이들을 대하는 것 처럼 "유치"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덧붙이자면 청소년 음악회의 해설도 절대 유치하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어른들을 위한 해설이라서 뭐 복잡한 음악이론만을 나열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김대진 해설의 주제는 "이 음악은 왜 대단한가"라고 할 수 있다. 만약 그 대단함의 바탕에 음악이론이 깔려 있으면 아이패드와 프로젝터 스크린까지 대동해가면서 그 이론을 설명해 준다. 반대로 두 말할 필요도 없이 대단한 곡이라면 정말로 두 말할 필요가 없다는 말만 하고 연주에 들어가기도 한다. 이 분위기는 대학교의 부담없는 교양강좌 정도를 생각하면 딱 맞을듯 하다. 게다가 김대진이 교수니까 말이다.


토요콘서트의 기획 성격상 당연하게도 이 음악회의 프로그램은 대중성을 지향한다. 김대진이 이 음악회의 해설겸 지휘자로 선택된 것도 그가 평소에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는 점에 기인했을 것이다. 그의 프로그램 선곡은 꽤 독특하다. 일반적인 해설음악회가 유명한 곡의 일부 악장만을 연주해주고, 애호가들이 찾는 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는 매니악한 곡 위주의 연주인데 반해 그는 두 극단의 사이에서 아주 절묘하게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클래식에 문외한이라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선곡이면서 이미 클래식에 어느정도 파고든 사람이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러 갈 수 있을 만하다는 것이다. 만약 클래식 음악을 실황으로 듣고싶지만 유명 악단의 정기연주회는 다가가기 부담스럽다면, 클래식 애호가가 클래식을 한 번 접해보려고 하는 친구와 함께 음악을 듣고자 한다면, 이 토요콘서트만큼 적절한 음악회도 없을 것이다. 또한 클래식의 대중화가 음악계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므로 토요콘서트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아주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대진이 이 음악회를 통해 클래식의 대중화를 꾀하고 있다는 것과 동시에 한 가지 더 목표로 두고 있는 것은 바로 젊은 음악가의 육성이다. 토요콘서트에 굳이 프로 악단을 초청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발족해서 젊은 학생위주의 악단을 만든 것도, 협주곡에서 솔로주자 자리에 신인을 불러오는 것도 그러한 목표를 위한 것이다. 김대진이 직접 자신의 입으로 이 음악회에서 신인을 소개하는 것이 교육자로서의 큰 기쁨이라고 말했을 만큼 그의 인재 육성에 대한 신념은 대단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발전해 나가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실력을 보면 그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김대진 본인도 이 음악회에서 지휘를 하면서 배우는 바가 있다고 하니, 젊은 음악인과 함께 연주 하는 것이 교육자 입장인 그에게도 분명 긍정적인 자극이 될 것이다. 


이쯤이면 눈치를 챘겠지만 이 음악회에서 김대진이라는 사람의 존재는 아주 중요하다. 어쩌면 예술의전당 토요콘서트가 아니라 김대진의 토요콘서트라고 불러도 될만한 음악회가 아닐까 싶다. 아마 이 토요콘서트를 찾는 관객의 상당수는 김대진의 팬이기에 이 음악회에 관심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에게도 마찬가지로 이 음악회의 존재는 아주 중요할 것이다. 그가 음악가로서 클래식 음악을 널리 보급하고자 하는 목표와, 교육자로서 인재를 육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이 토요콘서트는 그에게 아주 소중한 무대일 것이다.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어서인지 그가 이 음악회를 각별히 생각하고 있음은 해설중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가 무대위에 올라와서 해설을 시작하는 말은 언제나 똑같다. "토요콘서트의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관객들과 만나는 시간입니다."

음악을 듣는 관객의 만족도도 높고 그 음악을 연주하는 음악가에게도 큰 기회가 되며 음악계 전체의 발전에도 기여하는 토요콘서트는, 그야말로 대단한 음악회다!



만약 누군가가 가장 훌륭한 피아노 협주곡을 하나 골라달라고 한다면, 나는 단 한순간의 고민도 없이 바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이라고 답할 것이다.


이 피아노 협주곡 2번은 브람스가 첫번째 피아노 협주곡을 쓰고나서 무려 2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난 뒤인 1881년, 그의 나이가 48세일때 비로소 발표된 곡이다. 이 곡이 작곡되던 시기에 그는 교향곡 3번, 바이올린 협주곡, 비극적 서곡을 비롯한 그의 걸작들을 함께 활발히 작곡하기도 했다. 이 곡의 초연은 브람스 자신에 의해 직접 이루어졌는데, 당시 청중들의 반응이 아주 좋아서 즉시 유럽 전역의 도시들에서 연주회가 이어졌다. 그 인기는 오늘날까지도 전혀 줄어들지 않고 이어져서 여전히 많은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있다.


이 협주곡에서는 브람스의 다른 후기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농익은 예술적 성숙미를 느낄 수 있으며, 그와 동시에 서정적이고 밝은 기운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 아주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독주 피아노가 오케스트라와 하나가 되는듯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음악을 전개하는 모습은 그 어떤 피아노 협주곡에서도 들을 수 없는 이 곡만의 특징이다. 악장의 구성도 일반적인 협주곡과는 달리 교향곡처럼 4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피아노 협주곡'이 아니라 '피아노 교향곡'을 듣고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이렇게 거대한 곡을 브람스는 자신의 친구에게 "작은 피아노 작품"이라며 소개했다는 것이다. 


  • 1악장은 호른 솔로와 피아노가 서로 대화하듯이 주제를 주고받으며 부드럽게 시작한다. 이 잔잔한 분위기는 피아노의 화려한 카덴차가 돌연 등장하면서 순간 깨지게 된다. 카덴차가 끝나고나서 본격적으로 제시되는 주제를 가지고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빚어내는 깊은 울림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특히 종결부에서 등장하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정도로 길고 화려한 피아노의 트레몰로가 인상적이다. 
  • 2악장은 낭만시대 교향곡에 일반적으로 포함되는 세도막형식의 스케르초 악장이다. 브람스는 이 악장에 대해 "한 줄기의 조그마한 스케르초"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당연히 그의 반어적인 농담이다. 폭풍과도 같이 화려하게 몰아치는 피아노의 질주는 중간 부분에서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가, 반복부에서 훨씬 화려한 형태로 되돌아온다. 
  • 3악장은 첼로 독주가 돋보이는 잔잔하면서도 아주 아름다운 안단테 악장이다. 첼로 독주가 홀로 주제를 연주하고 나서 피아노가 천천히 등장해 첼로의 선율을 이어받아 발전시킨다. 한차례 기복을 거치고 난 뒤 다시 처음처럼 잔잔해진 분위기에서 첼로와 피아노가 함께 어우러지고, 피아노의 상승구와 함께 아름다운 막을 내린다.
  • 4악장은 여러 주제가 변칙적으로 등장하는 유쾌한 분위기의 악장이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서로 다양한 멜로디를 주고받으면서 점차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밝은 결말을 향해 함께 나아간다.


사실 곡 자체의 예술성과 아름다움에 가려서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이 협주곡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에게 필요한 테크닉과 소모되는 체력은 난곡으로 평가받는 다른 피아노곡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마찬가지로 오케스트라에게 요구되는 기량도 상당하며, 피아니스트와 오케스트라 사이에 완벽한 호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전체적인 연주 난이도가 아주 높기 때문인지 이 곡의 명성이나 인기에 비해 실제로 연주회에서 접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어쩌면 이렇게 실황으로 듣기 힘들게 만들 정도로 높은 난이도가, 이 곡의 유일한 단점아닌 단점일지도 모르겠다.




정말 색다른 베토벤 교향곡이다. 왜 지금까지 이런 해석이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흡입력이 있으면서도 그 참신함에 충격받을 정도였다. 내추럴 트럼펫을 비롯한 원전악기와 전통적인 악기배치법을 사용하는 고전적인 모습과, 새로운 해석의 최전선을 내달리는 현대적인 모습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도 아주 신선했다.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의 연주기량 역시 두말 할 필요 없이 훌륭했다. 모였다가 흩어지고 내질렀다가 수그러드는 실내악적인 환상의 앙상블은 마치 잘 빠진 스포츠카같았다.


사실 전통적인 스타일의 베토벤 교향곡을 선호하는 이들에겐 그다지 호감이 갈 만한 연주는 아니었을 것이다. 널리 명연이라고 평가받는 음반과도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다. 파보 예르비의 음악은 어쩌면 그저 단순히 재미있을 뿐이며 한 순간의 유행이라고 평가받을지도 모른다. 물론 클래식은 음악 그 자체에 목적을 둔 순수음악이고, 그렇기에 클래식 음악의 가치란 오선지 위의 악상기호만 보고도 느낄 수 있는 것이며 수십년전에 음반으로 기록된 어떤 하나의 연주가 두고두고 회고되며 고평가 받는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클래식이 백여년전 악보를 본다고 해도 실황연주는 분명 현재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클래식 음악회의 실황연주만큼은 단순히 악보의 재현이라고 보기보다는 하나의 현재진행형 음악문화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문화란 모름지기 현재를 살아가는 자들이 만들어가고 즐기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아무리 클래식이어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연은 단순히 새로운 베토벤 해석과 좋은 실력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생생하게 살아숨쉬는 클래식이라고나 할까. 이렇게 신선한 해석과 팔딱거리는 연주로부터 터져나오는 찬란한 분위기의 실황, 즉 '지금'이 아니고선 어쩌면 다시는 못 들을 이번과 같은 실황은 그야말로 현재를 살아가는 짜릿한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ps. 예술의전당 학생할인 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있는 기획사 빈체로에게 무궁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싶다. 둘째날 공연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학생할인 덕분이었다.

예술의전당 음악당 콘서트홀 좌석배치도. 이 콘서트홀의 특징은 객석이 부채꼴 모양이라 거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무대와 객석이 가깝다는 것이다.

 클래식 음악회, 어느 자리에 앉으면 잘 들리고 잘 보일까?  물론 1층의 정중앙에 앉았을 때 가장 잘 보이고 잘 들린다는 사실은 자명하고, 그만큼 가장 높은 등급(R석)과 가격이 책정된다. 이런 자리는 예매경쟁도 치열해서, 공연 몇달 전에 티켓이 오픈되자마자 빠르게 예매해야 얻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꼭 R석에 앉아야만 잘 들리는것은 절대 아니다! 사실 어느정도 잘 설계된 음악당이라면 어느 자리에 앉더라도 들리는 소리에는 큰 차이가 없다. 자리에 따라 티켓 값에 차이가 있는 것은 소리보다도 시야에 기인하는 면이 더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면 무조건 R석만을 노리는 것도 무리가 있다. 다른 좌석과 비교할때 거의 두배에 달하는 가격이 책정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1층 정중앙만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어디에 앉는것이 좋을지 생각해보자.


아람누리 아람음악당 좌석배치도

1층? 2층? 합창석? 박스석?

 대부분의 음악당은 1층에서 최상의 음향상태가 나오도록 설계를 해놓고, 1층에 대부분의 객석을 마련해 놓는다. 그러므로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일단 1층 객석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다.

 2층 객석의 특징은 오케스트라를 약간 위에서 바라보게 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오케스트라의 각 악기들을 전부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 1층의 경우 목관이나 금관, 타악기 파트가 현악기 파트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자세히 관찰하고 싶다면 2층 객석을 선택하자. 또한 2층은 1층보다 비교적 낮은 등급의 좌석이 배치되는 경우가 많으니 가성비도 좋은 편이다.

 대부분의 클래식 전용홀에는 합창석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은 이름 그대로 합창단을 위한 자리인데, 사실 대부분의 콘서트홀 무대는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함께 들어갈 만큼 넓기 때문에 합창단이 합창석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잘 보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합창석의 자리를 객석으로 오픈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합창석은 악기간의 소리 밸런스가 무너진다는 점과 시야가 제한된다는 점 때문에 일반적인 객석보다 낮은 가격이 책정된다. 그러나 독주회의 경우에 악기 밸런스는 별 문제가 안 되기도 하고, 오케스트라의 연주에서도 관악기의 소리를 아주 가까이서 들을 수 있다는 점이나 지휘자를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합창석을 선호하는 매니아도 있다. 호불호가 갈리는 객석이라고 할 수 있다.

 박스석은 과거에 오페라 극장에서 귀족들의 특권이었던 자리였기에 그만큼 좋고 비싼 자리일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연주회에서 박스석은 예매율이 낮은 편이다. 바로 합창석과 마찬가지로 시야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박스석에 앉았을때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오를 경우 양 가장자리에 앉게되는 바이올린이나 콘트라베이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다. 만약 독주회나 소편성 오케스트라를 듣는 경우라면 박스석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대구시민회관 콘서트홀 좌석배치도. 대구시민회관은 최근에 리모델링을 거쳐 클래식 전용홀로 재탄생했다.

앞쪽? 뒤쪽?
 만약 가고싶은 공연이 독주회거나, 협주곡 중심이라면 앞쪽에 앉는것이 좋다. 음반으로 듣는것과는 달리 실제 연주에서는 독주악기 소리가 그렇게 크지 않다. 앞쪽에 앉을 수록 독주악기의 소리를 크게 들을 수 있음은 당연하다. 독주회라면 무조건 연주자와 가까운 것이 좋다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점은 협주곡의 경우 너무 앞으로 가면 안 된다는 것. 무대의 높이나 반주를 해주는 오케스트라와의 거리를 고려할때 5열정도에서부터 최적의 시야와 소리를 얻을 수 있다.

 교향곡을 들으러 가는 경우에는 약간 사정이 다르다. 무대와 가까운 자리에서 교향곡을 들으면 악기들의 소리가 전혀 섞이지 않아서 시끄러운 현악기 소리만 듣게 된다. 게다가 넓게 펼쳐진 오케스트라의 무대배치를 고려하면 앞쪽에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치우친 자리는 음향 밸런스 문제까지 겪을 가능성이 높다. 즉 교향곡은 뒤쪽에 앉아서 들을때 훨씬 자연스럽게 들린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연주회에는 교향곡이 포함되어있는데다 맨 뒤에 앉게 되더라도 독주악기의 소리가 잘 안 들리는 것은 절대 아니므로, 만일 앞쪽과 뒤쪽에서 고민하게 된다면 뒤쪽 객석을 예매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좋은 선택이다. 대표적으로 1층 맨 뒷열은 낮은 등급으로 책정되는 것에 비해 시야와 소리가 좋아서 가성비가 뛰어난 자리이기도 하다. 2층 객석은 전체적으로 뒤편에 위치하게 배치된다는 점도 참고하자.


왼쪽? 오른쪽?
 왼쪽과 오른쪽은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분명히 예매 선호도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그 차이는 바로 피아노 협주곡/독주곡일때 나타나는데, 피아노 협주곡이나 독주곡의 연주회에서 확연히 왼쪽 객석의 예매율이 높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왼쪽 객석의 값이 더 비싼 경우도 있다. 바로 '피아니스트의 손'때문이다. 피아노가 무대에 놓일때 건반이 왼쪽에 놓이도록 세팅되므로, 피아니스트의 현란한 손놀림을 보기 위해서는 왼쪽에 앉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굳이 피아노가 아니더라도, 협주곡에서 협연자는 지휘자의 왼편에 위치하게 되므로 왼쪽에 앉았을때 협연자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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