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우연히 클래식 음악을 듣고 반해서, 혹은 모든 음악의 장르를 섭렵하려고, 아니면 그저 호기심에.. 그 어떠한 목적과 동기에서든지간에 클래식 음악을 처음 접하게 된(흔히 입문자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에게 처음 닥치는 어려움은 보통 이런겁니다.

도대체 어떻게 듣지?

 들으려해도 뭘 들어야할지, 어디서 들어야할지 알수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음악이라면 TV, 노래방, 가게의 배경음악, 내 스마트폰, 친구의 스마트폰 등등 우리 곁에 언제나 함께있는 녀석들인데, 클래식 음악은 뭔가 저 멀리 높은 산꼭대기에 가있는것만 같거든요.


 클래식 음악이 정말로 산꼭때기에 있는지 없는지는 몰라도, 한가지 확실한건 우리가 일부러 만나러 찾아가지 않으면 만나러 와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클래식을 듣기위해선 먼저 다가가는 노력이 '아주 약간' 필요합니다. 아무리 클래식 음악이 대하기 어렵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찾아가다 보면 마중나오는 경우도 분명 있지 않을까요? 


 아무튼, 클래식과 만나기 위해 클래식에 먼저 다가가는 방법. 여기서 소개해 드립니다.



0. 즐겁게 듣기



 '방법'이라고 부를만한 것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어디선가 대단한 명곡이라고 추천해줘서 들어봤는데 즐겁지가 않으면, 아무리 명곡일지라도 들을 필요가 없다고 과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처음 클래식을 접하면 일단 그 엄청난 분량부터가 좀 지루하게 느껴지는게 사실이고, 어떤 명곡들은 정말 복잡해서 난해하게 들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음악은 듣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저는 듣지 말라고 하고싶을 정도입니다.


 물론, 클래식에 다가가다 보면 언젠가는 난해한 곡도 완벽하게 느껴지고 1시간짜리 곡도 시간가는줄 모르게 듣는(흔히 귀가 트인다고 표현하는) 순간이 옵니다. 어쨌거나 지금은 아닙니다. 자고로 음악이란 마음을 동하게 하는 것인데, 스스로를 즐겁지 않게 만들면서까지 들어야 할 정도로 클래식 감상이 인간의 대단한 지상과제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해서, 즐깁시다!



1. 유튜브



 굳이 여기서 일부러 유튜브가 얼마나 편리한지 설명할 필요가 없을정도로 유튜트는 편리합니다. 유튜브의 편리함은 클래식을 들을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떠한 클래식 음악을 듣고 싶은지간에, 예를들어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이 듣고 싶다던가, 아니면 '베토벤의 교향곡'이 듣고 싶다던가, 혹은 '바이올린 독주'를 듣고 싶을때, 우리가 해야할 일은 그저 유튜브에서 검색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일생동안 들어볼 기회가 있는 클래식 음악은 이미 모두 유튜브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게다가 유튜브의 관련 영상을 추천해주는 기능은 처음 클래식에 다가갈때 아주 유용합니다. 어떤 음악 하나를 들었는데, 다음으로 뭘 들어야할지 모를때, 구체적으로 말해서 이 작곡가의 다른 음악이 뭐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이런 형식으로 작곡된 다른 작곡가의 곡이 뭐가 있는지도 모를때, 이렇게 연관된 음악들을 쉽게 찾는데는 유튜브 만한게 없습니다. 특히 유튜브의 '자동추천'은 클래식에 다가갈때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만합니다. 자신도 모르던 취향을 유튜브가 찾아줄지도 모르니까요.



2. 라디오



 이 글의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요즘엔 음악을 접할수 있는 길이 아주 다양해져서 라디오는 뭔가 구시대적인 매체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을 듣는데는 라디오가 여전히 주요한 수단중 하나입니다. 바로 KBS 제1FM 덕분입니다. 흔히 '클래식 FM'이라는 별명으로 자주 불리는데, 별명에서 알수 있듯이 프로그램 편성이 클래식 음악 위주입니다. 가끔씩 나오는 공익광고를 제외하면 거의 하루종일 음악만 틀어주니, 클래식을 접하는 방법중에 편하기로는 가장 편한 셈입니다.


 이러한 클래식 FM의 간판 프로그램이자, '하루종일 음악만 틀어주는' 이미지에 가장 잘 부합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매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진행되는 '명연주 명음반'입니다. 요일마다 주제를 바꿔가며 명연주와 명음반으로 손꼽히는 클래식 음악을 (일부가 아닌)전악장 방송해줍니다. 이름에서도 알수있지만 '곡'자체보다는 '연주'와 '음반'에 집중하기 때문에, 사실 무엇보다 '곡'을 먼저 알아가는게 중요한 초심자에게는 약간 초첨이 안맞는다고도 할수 있습니다. 그래도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선곡이나 분량이 클래식의 본질에 아주 충실하기 때문에 한번쯤은 반드시 청취해볼만 합니다.



3. 음악회



 진심으로 클래식 음악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다면 라이브 음악회에 가지 않을수 없습니다. 어느 음악이나 마찬가지지만 방안에서 스피커나 이어폰으로 듣는 음악과 실황에서 연주되는 음악은 '이게 같은 음악인가'라는 생각이 들만큼 차원이 다릅니다.


 그런데 어느 음악회를 가야 좋은지 알수 없어서, 뭔가 외국의 유명한 악단의 티켓은 무지막지하게 비싸서, 클래식 음악회의 무거운 분위기가 신경쓰여서(사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만) 음악회에 쉽게 접근하지 못할때, 그럴때 가벼운 마음으로 다가갈수 있는 음악회가 바로 마티네 콘서트입니다. 마티네 콘서트가 뭐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클래식 공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마티네’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마티네란 말은 아침을 뜻하는 프랑스어 ‘마태’에서 온 말로, 현재는 낮에 하는 연극이나 음악회 등을 말한다. 공연들 대부분은 야간에 이뤄지기 때문에 마티네라는 특별한 말이 생겨난 것이다. 낮 시간대에 열리다보니 마티네 콘서트의 관객들은 주부, 실버 세대가 많이 보인다. 그래서 공연 구성도 일반대중과 어울리도록 어렵지 않게 선택된다.

http://reporter.korea.kr/newsView.do?nid=148776111


 예술의전당, 아람누리, 성남아트센터, 대구시민회관 등 거의 모든 클래식 음악홀에서 마티네 콘서트를 열고 있습니다. 티켓 가격도 일반적으로 저렴하게 책정되고, 편안하거나 익숙한 곡과 함께 그 곡에대한 해설도 들을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예술의전당의 마티네 콘서트중 하나인 '토요음악회'는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추천하는 콘서트입니다. 토요음악회에 대해서는 이전에 포스팅한 적이 있죠. 꼭 한번 들으러 가보시기 바랍니다.



4.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왠지 딱딱해보이는 클래식 음악. 그 편견을 날려버리는데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 바로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한 미디어를 보는 것입니다.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영화 피아니스트, 영화 더 콘서트, 애니메이션 4월은 너의 거짓말 등 바로 그런 것들입니다. 모르던 클래식 음악도 들어볼수 있고, 약간의 클래식 지식도 함께 알아볼수 도 있습니다. 게다가 재미있습니다. 클래식에 관심을 가진 상태로 보면 한 두배는 더 재미있지 않을까요? 이런 미디어를 보고 나면 훨씬 클래식 음악이 가깝게 느껴질 것입니다.



5. 컴필레이션 음반



 어쩌면 지금 집 어딘가에서 굴러다니고 있을지도 모르는 컴필레이션 클래식 음반입니다.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은 곡의 일부 악장만이 잡탕스럽게 섞여있는 이런 컴필레이션 음반을 저평가합니다만, 생각해보면 저기 들어있는 음악들은 그 수많은 클래식 음악의 바다에서 정말로 쳐내고 또 쳐내서 골라낸 그야말로 '명곡'들이 분명합니다. 그러니까 들어봐서 나쁠건 전혀 없을뿐더러 오히려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접해볼수 있는 나름대로 쓸만한 방법입니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컴필레이션 음반에서 듣고 마음에 드는 음악이 있을때, 컴필레이션 음반에서 그치지 않고 그 곡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려고 하는 마음가짐일 것입니다. 예를들어 컴필레이션 음반에서 듣고 마음에 드는게 있을때 유튜브에서 찾아보는 방식이 괜찮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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