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약 2년 전에 바로 이 블로그에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소개하는 글을 썼었습니다. 제 나름대로 열심히 쓴다고 썼던것 같은데, 지금와서 다시 읽어보면 솔직히 말해서 전혀 쓸모없는 글입니다. 이런 글이 블로그에 남아있다는게 부끄러워서 지우고 싶을 정도로 말이죠.


 왜냐하면 제 과거의 글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의 진정한 본질을 전혀 적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정도의 글은 그냥 인터넷만 좀 뒤져보면 얼마든지 비슷한 글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바꿔말하자면 인터넷으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소개하는 글 중 (최소한 제가 아는 선에선) 그 어떤 것도 이 곡의 진정한 본질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혹시 어쩌면 그것이 너무나 당연하기에 굳이 적으려 하지 않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그 말로는 표현 못할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감히 글로 옴기려는 시도를 하지 못한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어쨌거나 저는 그 너무나도 당연한 아름다움을 감히 이곳에 적기위해, 다시 한번 더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에 대해 쓰고자 합니다.


 일단 이 곡은 곡 자체가, '소리'자체가 아름답습니다. 이 곡의 형태가 어떻고 기교가 어떻고 구성이 어떻고, 그래서 이 곡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제 예전 글을 포함해서 전세계의 모든 온,오프라인을 막론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소개하는 글이 공통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바입니다. 그러니까 이건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사실 너무나 당연해서 굳이 적을 필요가 없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겠죠.


 그렇다면 브람스 피아노 협죽곡 2번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 곡을 그렇게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이 곡에 담겨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음악에 감정이 담겨있고, 그것이 본질임은 당연한 것입니다.


 흔히 브람스의 음악을 신고전 스타일이라고 표현하며 그 고전적인 형식미을 강조하곤 합니다. 물론 그 말이 틀린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역시 잊지 말아야할 확실한 사실은 브람스는 감정을 표현한 낭만파 작곡가라는 것이죠. 특히 이 곡은 그가 노년기에 이르며 점차 분명하게 음악으로 표현되는 인생관(?)이 보이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덧붙이자면 이 곡과 비슷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그 특유의 감정이 잘 나타난 또다른 유명한 작품이 바로 교향곡 3번과 4번입니다. 작곡 시기도 세 곡이 비슷하죠. 


 즉 이 4악장으로 구성되어 연주시간만 50분이 넘어가는 대곡에서 브람스가 표현한 감정, 다른 곡에선 찾을 수 없는 그만의 독특한 감정이 바로 이 곡의 본질이자 다른 피아노 협주곡에선 찾을 수 없는 이 곡만의 가치인 것입니다. 그 감정이 특징적으로 강하게 드러난 부분은 바로 4악장입니다. 저는 이 4악장의 존재야말로 이 피아노 협주곡을 불후의 명곡으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 4악장은 꽤 많은 이들이 이 피아노 협주곡을 저평가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1, 2악장이 중후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것에 비해 곡의 피날레인 4악장이 굉장히 가볍기 때문이죠. 심지어 용두사미라는 표현도 본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4악장은 그 어떠한 형식도 갖추지 않으며 웃음이 나올 정도로 곡의 진행이 변덕스럽죠.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이 곡의 핵심인 것입니다.


 상당히 많은(특히 낭만파시대의) 피아노 협주곡의 피날레는 폭발적입니다. 모든것을 내뿜는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음악을 음악가가 말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해보세요. 모든 이야기가 폭발로 끝난다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할 것입니다. 예컨대 유쾌한 노음악가가 자기가 살았던 삶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해봅시다. "내가 젊었을 적엔 아주 팔팔해서.."로 시작해서 "..지금은 홀로 늙었지만 자유롭고 즐겁게 살고있지"로 끝나는 이야기를 말입니다. 이것은 확실히 해피엔딩입니다. 그리고 브람스는 노년에 이 곡을 썼고, 평생 미혼이었지만, 그 덕분에 자유롭고 행복하다고 말한 인물이죠. 다시말해서 이 곡은 브람스 자신이 생각한 '해피엔딩'의 감정을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굳이 인생이라는 거대한 무언가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모든 일은 해피엔딩이 제일이 아닐까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열정으로 불타오른 후 갈등을 잠재우고 평화를 얻어 행복한 결말을 맞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바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말하고 있는 것이 바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인 것이죠. 저는 '삶의 즐거움'을 이렇게 확고한 믿음으로 표현하고 있는 곡으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유일하며 동시에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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