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크로체가 그린 24세의 모차르트 초상화


 모차르트는 천재인것으로 유명합니다. 얼마나 천재인지 그의 음악만 들어도 머리가 좋아진다는 미신(?)이 생길 정도죠. 뭐 물론 분명히 그는 천재이고 그의 음악은 천재적입니다. 그런데 그의 이런 '천재'라는 이미지때문에, 그러니까 그냥 책상 앞에 앉아서 떠오르는 대로 대로 술술 써내려서 뚝딱 완성시키는 이미지때문에, 그의 열정이 가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천재적인 음악의 내면에 엄청난 열정이 담겨있는데도 말이죠. 오히려 저는 그의 천재적인 재능보다도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더 높게 평가하는 편입니다. 그 천재적인 재능을 동경한다고 해도 우리가 그 재능을 배울 순 없지만, 그의 열정은 정말로 우리에게 무언가 시사하는 점이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런 열정을(그리고 동시에 천재성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 교향곡 41번입니다.


 교향곡 41번은 너무나도 환상적으로 완벽하고 대단히 천재적이어서 이 곡만 설명해도 한시간은 넉넉히 떠들 수 있을 정도입니다. (나중에 이 곡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는 포스트도 쓸 생각입니다) 모차르트가 천재임은 이 곡 하나로 입증할 수 있다고나 할까요. 그야말로 그 어떤 수사를 갖다붙여도 이 곡에는 전혀 과하지 않을 그런 명곡이죠. 아무튼 지금은 여백이 부족하니까 그냥 이 곡이 아주 뛰어나다는 것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제가 지금 말하려고 하는건 이 곡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작곡되었는가 하는 것이니까요.


 교향곡 41번은 1788년에 작곡되었습니다. 모차르트가 죽기 3년전이고, 그가 작곡한 마지막 교향곡이죠. 익히 알려진 것처럼 그의 말년은 굉장히 불행했습니다. 일단 수입이 굉장히 줄어들어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편지를 보내며 항상 빚에 찌들어야했습니다. 거기다가 그의 천재적인 작곡들은 당시 사람들에게 전혀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모차르트의 후기 교향곡이라고 일컬어지는 교향곡 39번, 40번, 41번은 심지어 연주를 목적으로 작곡되지도 않았고, 실제로 그가 살아있을 때 연주된 적이 한 번도 없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있습니다. 교향곡 41번은, 불행한 현실속에서 아무도 자신의 작품을 인정해 주지 않고 들어주지도 않을테지만, 오로지 음악에 대한 열정만으로 작곡되었던 것입니다. 그 고통속에서 탄생한 것이 이 찬란한 교향곡인 것을 보면 그가 인간을 초월한 존재라는 생각도 듭니다.


 교향곡 41번뿐만이 아니라 모차르트가가 불행했던 말년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그 천재성의 절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의 음악이 머리속에서 간단히 튀어나오고 쉽게 세상에 선보여진 것이 아닌것이죠. 그의 음악에는 천재성 뿐만이 아니라 초월적인 열정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정말로 그를 존경해야만 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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