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 - 왜 미국 민주주의는 나빠졌는가」 매튜 A.크렌슨, 벤저민 긴스버그 지음 서복경 옮김


서문

1장 대중민주주의에서 개인민주주의로

- 현대적 시민 만들기

- 공공 행정의 새로운 과학

- 사회자본의 정치

- 누가 시민을 필요로 하는가?

- 개인민주주의의 짧은 역사

2장 시민의 부상과 몰락

3장 투표자 없는 선거

4장 오래된 후원 관계와 새로운 후원 관계

5장 흩어져야 산다

6장 대중에서 메일링 리스트로

7장 개인민주주의와 법리학

8장 회원 없는 운동

9장 공공의 것을 민영화하기

10장 누가 시민을 필요로 하는가?


※민주주의는 격렬한 동적 평형 상태이다?

인문사회분야에 관심이 많은 이공계생이 허세를 부릴 때 쓰는 말로 '사회는 격렬한 동적 평형 상태야'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려운 말이 아니에요.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평형'이라는 상태에는 두 가지 본질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동적 평형입니다. 동적 평형이라는 것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그 변화의 합이 0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상태를 말하죠. 5명의 계약한 마법소녀와 5명의 계약하지 않은 일반소녀가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매초마다 5명의 소녀가 계약을 맺어 마법소녀가 되고 5명의 마법소녀가 계약을 해지하고 일반소녀가 되면, 우리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일겁니다.

사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런 변화없이 일상이 흘러가는 것처럼 보여도, 그 속에는 수많은 격렬한 변화들이 오가며 그 일상을 지키고 있습니다. 오늘도 돈을 벌기 위해, 꿈을 이루기 위해, 또는 수많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변화해가기에 경제, 정치 같은 사회요소들이 돌아가고 사회는 유지됩니다. 오히려 그런 격렬한 변화들이 없으면, 사회는 변화없어 보이는 일상조차 유지되지 못하고 무너져버릴지도 모릅니다. 마치 루이스 캐럴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이야기 된 붉은 여왕 효과처럼 말입니다.

민주주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민주주의야말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견교환으로 유지되는 시스템입니다. 그런 개개인의 적극적인 변화라는 (소프트웨어/정신)이 없으면 투표와 같이 (하드웨어/정책)이라는 껍데기만 남겨버린채 붕괴해버립니다. 그런 민주주의 정책과 제도들은 시민의 참여와 협력이라는 정신을 전제조건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유지합니다. 시민의 참여와 협력이 없는 민주주의 제도들은 앙꼬없는 찐빵이요, OS없는 스마트폰이요, 소프트웨어 없는 하드웨어나 다를게 없습니다. 무늬만 민주주인 것이지요.

생물종의 진화, 경쟁, 민주주의, 이런 모든 것들이 마찬가지입니다. - 다음웹툰 '오늘은 자체휴강' 中


이 장에서 작가가 말하고 싶은게 뭐야?

작가는 민주주의가 어떻게 나빠져가는가를 이야기합니다. 나빠지려면 처음은 좋았다는 이야기도 하긴 해야될테니 짧막하게 언급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텍스트에 거쳐서, 작가는 다양한 사회요소들에 걸쳐 민주주의가 어떻게 개인화되어가고, 작아져가고, 나빠져가는가를 이야기하는데 집중합니다.

이야기는 투표율이 하락으로 시작합니다. 투표는 민주주의에서 가장 일반적인 대중 참여 수단이기에, 투표율 하락은 시민의 역할이 위축되고 있다는 가장 명백한 증거죠. 그 뿐만 아니라 시민의 역할이 위축된다는 것, 즉 시민 행동주의와 정치 행동주의가 퇴조하고 있다는 조짐들이 너무 많습니다. 민주주의가 나빠져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투표율 하락

이유는 간단합니다. 더 이상 정부(행정)와 의회(정치)가 대중의 지지와 협력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죠.

특별한 정치적 지위에 미국인들은 유권자의 정치적 지지를 조직하지 않고도 시장·법원·행정절차와 기타 정치 채널을 활용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 -본문 中

대중의 지지가 권력의 원천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정치 엘리트들은 집권하기 위한 경쟁을 펼쳤고 이 과정에서 대중을 동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죠. 그렇기에 정치인들은 그 충성심에 대한 대가로 정치적 권리와 유인을 제공했습니다. 공적 삶의 변방에 남겨져 소외받기 쉬운 저학력·저소득층들 역시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었습니다.

상황이 바뀐 것은, 20세기에 이어진 일련의 정치 개혁들이 시민들이 정치과정에 '개인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입니다. 예비선거제, 주민 투표제, 주민 소환제, 정책 공청회, 알 권리 보장법등 각종 제도들이 대표적이죠. 이런 제도들은 시민이 정부와 의회에 개인적으로 접근할 기회를 늘렸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함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자는 의식, 다시 말하자면 집단 동원의 유인은 줄어들었습니다.

엘리트들은 비엘리트들을 동원할 유인이 사라졌으며, 비엘리트들은 서로 함께할 유인이 사라졌다.  -본문 中

엘리트들은 더 이상 새로운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대중을 집단동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이미 형성된 지지층을 유지하고 주요 이익집단을 만족시키기만 하면 권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방면의 변화가 이런 현상을 가능케하였고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민교육부터가 그렇습니다. 반장, 회장등을 뽑고 학생 자치회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로 하여금 민주주의의 시스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운영되어온 시민교육은, 봉사라는 정부가 방치했거나 제공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서비스들을 생산하는 교육으로 변했습니다. 봉사 학습의 상당수는 사실 다른 사람들에게 어떠한 직접적인 도움도 제공하지 않는 환경정리나 미화프로젝트 같은 것들이죠.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활동을 하는 당사자들은 '개인적인 만족감과 자긍심'을 얻습니다. 거기에 더해 자신이 문제해결에 기여했다는 뿌듯함까지 얻죠. 정부와 의회에 대한 집단적 동원과 요구를 통해 해결하는 방식에서 눈을 돌리고 '개인적인' 활동을 통해 서비스를 실천하고 변화를 만들어 낸다는 '개인적' 만족감과 확신을 얻는데 그쳐버립니다. 주권 행사 훈련에서 봉사 활동으로 변질되어버린 겁니다.

봉사활동의 증가가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 성남시청인터넷방송국

공공행정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공공행정에 민주적 책임성을 묻고 시민을 정부의 소유자로 바라보는 인식은, 시민을 고객으로 변환하고 관리해야될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식으로 변했습니다. 당연하게도 시민의 역할은 '집단적인' 대중에서 '개인적인' 고객으로 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고객은 시장에서 개인적 필요를 충족하려는 개별 구매자다. 고객은 집단적 이해를 달성하기 위한 집단 동원에 참여하지 않는다. - 본문 中

또한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시민의 참여율이 줄어들는 것은 공동체 정신·시민 의식·이타주의같은 사회자본들이 부족해져서가 아니며, 오히려 그런 사회자본들의 축소 역시 정치적 리더십이 대중을 동원하는데 실패하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시민사회는 정치의 산물이며 시민사회의 부재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중략)…만약 시민들이 수동적이고 정치에 무관심하고 개인적 관심사에 매몰되어있다면, 그 이유는 우리의 정치 질서가 더는 정치에 대한 집단적 참여의 유인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 본문 中

이런 과정들 속에서 시민들에게 남겨진 선택지는 하나뿐입니다. 그것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적 이슈를 제기하고 공공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봉사활동을 하며 정부가 제공하지 못하는 것들 - 환경, 미화, 노숙자에게 식사제공 등 - 을 직접 생산하고 개인적인 만족감을 얻는 것입니다. 이렇게 대중을 기반으로 정착된 제도들은 도리어 대중없이도 작동하면서 대중으로부터 괴리되고 대중을 개인화하고 해체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대중민주주의가 개인민주주의로 작아져 간다는(다운사이징) 의미인 것입니다.


파트별 주요 논지와 인용문 구성


(목차로 나뉘지 않은 본론)

현대적 시민만들기

공공행정의 새로운 과학

사회자본의 정치

누가 시민을 필요로 하는가

개인민주주의의 짧은 역사


목차가 없는 본문에서 인용문을 따와보았습니다.

정부를 민주화-법원에 접근하거나 행정 규칙의 제정 과정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의 확대 등- 하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는 오늘날의 개혁조치들은, 실제로는 정치 엘리트들이 대중 정치의 장을 우회해 민주적 지지를 동원하지 않고도 권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 본문 中

'현대적 시민만들기'부분에서 인용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선거 연습에서 '학생 봉사 학습'으로의 분명한 전환이 있었다. …(중략)…전통적인 시민교육은 학생들이 급우들과 학급, 팀, 학교를 운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료 시민들과 더불어 나라를 통치할 수 있도록 가르쳤다. …(중략)…봉사 학습에 참여한 전체 학생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떠한 직접적인 도움도 제공하지 않는, 환경이나 미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한다. …(중략)…시민활동가들은 지역사회 봉사 프로젝트는 선호하지만 '정치'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중략)…우리는 정부에 대해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수행하며, 그럼으로써 서비스를 실천하고 변화를 만들어 낸다는 개인적 만족감과 확신을 얻는 것이다. - 본문 中

'공공행정의 새로운 과학'부분에서 인용문입니다.

고객은 집단적 이해를 달성하기 위한 집단 동원에 참여하지 않는다. .…(중략)…시민은 고객으로 강등되었고, 공공 행정은 고객관리로 격하된 것이다. - 본문 中

'사회자본의 정치'부분에서 인용문입니다.

공식적인 결사체와 비공식적인 사회화가 협력의 습관을 심어주었고 사적 이해를 공공 정신으로 승화시켰지만, 이제 민주적 시민권의 실천을 지탱했던 사회적 유대는 약화되었거나 해체되었다..…(중략)…시민사회는 정치의 산물이며 시민사회의 부재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 본문 中

'누가 시민을 필요로 하는가?'부분에서 인용문입니다.

시민권이 담지한 내용은 피치자와 국가의 수직적 관계 그 이상이다. …(중략)…동료 시민들과의 관계, 그들을 하나의 정치 공동체로 묶어 줄 수 있는 혈연, 신념, 문화적 유대를 포함한다. …(중략)…국가를 통치하는데서의 역할, 국가 권위에 대한 지지라는 행태적 함의도 갖는다. …(중략)…만약 시민들이 수동적이고 정치에 무관심하고 개인적 관심사에 매몰되어 있다면, 그 이유는 우리의 정치 질서가 더는 정치에 대한 집단적 참여의 유인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중략)… 국가는 집단 행위 대신 개인 권리를 강조하며, 집단 이익의 표출이 아니라 개인 선택을 장려하는 정책 집행 장치들을 개발하고 있다. - 본문 中

'개인민주주의의 짧은 역사'부분에서 인용문입니다.

정부가 대중 없이도 공공 업무를 관리하는 법을 배우면서, 공공 정책의 수정이나 정치제도의 변경을 요구하는 대중 동원의 기회 역시 줄어들었다..…(중략)…현대 이익집단들이 대중의 지지를 동원하기보다 소송, 연구, 여론조사, 기금 모금과 언론과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중략)…민주주의를 개인화하는 경향으로, 이들은 시민들이 개인으로 정치, 정책 결정, 행정에 접근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집단행동의 빈도와 필요성을 감소시키려 했다..…(중략)…시민들에게 남겨진 한가지 선택지는, 정치적 이슈를 제기하거나 공공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재를 직접 생산하거나 봉사활동-환경 정화 또는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일 따위-을 하는 것이다. - 본문 中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 - 왜 미국 민주주의는 나빠졌는가」 매튜 A.크렌슨, 벤저민 긴스버그 지음 서복경 옮김


※시작하기전 - 서론 읽기

서론을 지나치는건 정말 쉬운 일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론을 안읽죠. 어차피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길고 긴 본문에 수두룩하게 적혀있을 겁니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은 서론을 읽을 필요를 못 느끼겠죠. 사실 공대생이라 그런 경향이 조금 더 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공대 전공서적이라는게 으레 그렇듯, 서론은 커녕 본문에 있는 줄글조차 잘 안읽고, 중간 중간에 있는 공식 정도나 읽게 되죠.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 작가의 입장에서 서론이라는 것은 독자와 만나는 첫 대면식입니다. 마치 소개팅의 첫 만남마냥, 아무리 숙련되고 익숙해져도 설레고 또 설레는 기회가 되는거죠.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소개팅의 첫 만남에서 각종 호구조사가 이어지는 것처럼, 작가 역시 이 공간과 시간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어필할 기회를 가집니다. 적게는 2~3페이지, 많게는 10페이지, 어떤 변태는 가끔 서론으로 100페이지를 쓰기도 하지만 그 정도는 취존의 영역으로 모셔두고, 그 정도의 범위에서 작가는 마음껏 자기 작품을 어필하고 싶어하죠.

그래서 서론 읽기가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자기 작품을 어필한다는 것은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지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본문에서 오가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을겁니다. 갖가지 논증과 논리, 맥락과 비판들이 오고가며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빚어나갈 것입니다. 가끔은 삼천포로 빠지기도 하고, 더 자세한 설명을 위해서 조금 논점에서 벗어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죠. 서론 읽기는 그 많은 들 중에 작가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줍니다. 뭐가 주장이고 근거인지, 뭐가 논리이고 논증인지, 뭐가 핵심이고 뒷받침인지 구분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이죠.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 서문으로 읽기 1 - 대중의 정치 참여에 의지해온 역사

이 책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의 서문은 시민참여가 정치에서 중요했었음(과거형)을 지적하며 시작합니다. 전체 6페이지 정도되는 서문 중에서 이 파트는 두 문단 정도로 짧은데요, 중요한 문장을 다음과 같이 몇개 인용해보았습니다.

1)시민들은 서구가 세계의 많은 지역을 정복할 수 있도록 국가에 행정력과 강제력 그리고 추출능력을 제공하는 중추적 역할을 했다. 2)시민들은 그 대신 법적 권리, 연금, 그리고 잘 알려진 바대로 투표권을 포함한 다양한 보상을 받았다.(중략)…3)정부가 평범한 시민의 지지와 협력에 의존했던 것은 대중의 정치 참여를 넓히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 - 본문 中

군인이 있어야 전쟁을 합니다. 군인을 뽑으려면 입대하려는 시민이 있어야죠. 군인들 먹여살릴 돈도 필요할겁니다. 그 돈 역시 시민들이 세금으로 냅니다. 그것이 바로 1)번 문장의 의미입니다. 전쟁이 대표적이지만, 국가가 하는 일이 커질수록 시민에게든 그 시민들이 내는 세금에게든 점점 더 의존할 수 밖에 없어집니다. 그리고 원래 힘이라는게 한번 맛보면 더 키우려고 하지 줄어들지 않습니다. 국가라고 그 욕심에 끝이 있을리 없죠.

그렇다고 국가가 한정된 숫자의 시민들에게 무작정 의존할 수 도 없는 것 아니겠어요? 2)번 문장은 국가가 시민의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대신 무엇을 보상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원래 시민이라 불리는 계층은 일부 백인 남성밖에 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해야할 일이 많아지면 시민도, 거둬야할 세금도 부족해집니다. 원래 시민이 아니었던 소외계층들 중에서도 군인을 뽑고, 세금을 거두고, 대신 그들이 원하는 투표권을 보장합니다. 여성도, 빈곤층도, 아스카파도, 레이파도 모두 평등하게 한표를 행사할 수 있는 보통선거의 원칙은 사실 이렇게 탄생한 것이죠.

짧지만 강력하게, 이 두 문단은 시민이 국가와 정치의 중심이 되었던 이야기를 합니다. 국가는 시민의 지지와 협력을 필요로 했고, 대중은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얻어내고 정치의 주역이 되었습니다.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 서문으로 읽기 2 -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시민의 지지와 참여

앞선 이야기가 오늘날도 지속되는 이야기였다면, 이 책이 쓰였을리가 없겠죠. 이름부터가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인데, 안좋아지는 이야기를 쓰는 느낌이 나잖아요. 좋은 이야기가 먼저 나오면 뒤에는 안좋은 이야기가 따로 오게 되있습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죠. 갑자기 좋은 일들이 연달아 일어난다면 당황하지말고 다가올 불운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평범한 시민들의 참여 없이도 군대를 모으고 세금을 걷고 정책을 집행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중략)정치 엘리트들이 대중의 정치 참여에 의지하지 않고 권력을 유지하며 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중략)정치 엘리트들은 유권자 대중을 주변화했고, 점차 법원과 관료들에 의존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고 있다. 새로운 통치 기술들이 대중을 사적 시민들의 집합으로 해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 본문 中

원래 다 시민의 지지와 협력을 필요로 했던 일입니다. 근데 시민이 필요없어진 거에요. 시민에게 참여를 호소하고 지지와 협력을 부탁하지 않아도, 군인 잘 뽑고 세금 잘 걷고 정책 잘 시행합니다. 정치는 더 웃기죠. 모든 권력은 시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는데, 시민이 필요가 없어요. 사실 우리도 당장 내가 사는 지역구의 국회의원이 누군지도 모르지만 그 국회의원들 알아서 잘 정치하고 다니잖아요? 아무 문제 없는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참 답없는 현상이죠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의 경험은 집단적인 것이 아니라 점점 개인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다. (중략)평범한 미국인들은 시민에서 고객이라고 불리는 존재로 변해왔다. (중략) '고객들'은 집단으로 정치과정이나 통치 과정에 참여하도록 권유받지 않는,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개별 수혜자들이다. (중략)시민들은 공공의 목적을 위해 창조된 집단적 존재로, 정치 공동체의 구성원들이다. (중략)고객은 시장에서 개인적 필요를 충족하려는 개별 구매자들...집단 이익을 달성하기 위한 집단 동원이 빠져 있으며...고객이 연방 정책의 내용과 집행에 실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작가는 본격적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합니다. 국가(행정)과 정치가 시민의 지지와 협력을 얻기 위해서 발버둥치던 좋은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사람들은 집단을 이루어 집단 이익(투표권, 법적 권리)등을 요구하죠. 이젠 더 이상 그렇지 않습니다. 국가가 시민들을 '시민'이 아니라 '고객'이라고 다루기 시작하고, 그것이 결국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의 경험이 '집단적'이었던 과거에서 '개인적'으로 변해가는 현 실태입니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 투쟁이 자신들을 필요로 하지 않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중략) 정부는 시민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시민들은 경제나 부양하고 방해되지 않게 얌전히 있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다는 말이다.

작가는 2000년 미 대선에서 일어난 플로리다 상황을 직접적으로 인용합니다. 투표는 대중의 정치 참여 중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런데 투표와 관련된 문제에 일말의 대중적 정치 행위도 저항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후보조차 '이것은 여론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인 문제'라고 단언합니다. 언론은 미국 민주주의가 성숙한 모습이라고 하지만, 작가는 다르게 진단합니다. 

국가는 시민의 지지와 협력을 필요로 했었고 시민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였지만, 이제 그것을 필요로 하지 않고 요구하지도 않으며 시민들 역시 정치 참여로부터 떠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작가가 서문을 통해 하고자 했던 말입니다.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 목차로 엿보는 그 의미와 주제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라는 말은 결국 민주주의가 '대중'에 대한 이야기였다가 '개인'에 대한 이야기로 작아져간다는 의미일겁니다. 그렇기에 '대중민주주의'에서 '개인민주주의'로 라는 제목을 1장에서 채택했겠지요. 사실 1장의 역할도 서문과 비슷할때가 많습니다. 본격적인 논증에 앞서 무슨 이야기를 할지 설명하고 구체화시키는 것이지요. 그리고 뒤따라오는 이야기들은 1장에서 이야기한 논리를 증명하기 위한 부연설명들과 증거들입니다.

특히나 이 책은 현 상황을 분석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줄어드는 참여율, 정치 엘리트들과 시민과의 괴리, 민주주의의 여러 장치들이 그 원래 의의를 잃고 시민 없이도 작동되는 모습들에 대한 추적을 통해 왜 문제인가를 말하고 싶은 것일 겁니다. 뒤따라오는 장들의 제목들이 해결책 제시보다는 분석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는 것에서 그 의도를 엿볼 수 있지요.

이 많은 문제들이 우리 역시 가지고 있는 문제들이기 때문에, 비록 미국의 현 실태에 대한 이야기일지언정 우리 역시 생각해볼만한 지점이 많지 않을까 합니다. 1장은 다음주에 올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좋은 꿈꾸시길 바라며. fin.




제목짓기

책읽는 공대남자. 이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이 제목이 '예쁜 여자', '멋있는 남자' 같은 것들처럼 자연스러워서는 아닐겁니다. 도리어 '따뜻한 슬러쉬', '예쁜 남자' 같이 두 단어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에서 말하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책읽는 공대남자'는 좁게는 '건강한 대학원생', '떼돈버는 이(공)학박사' 같은 말부터 넓게는 '갑을 없는 수평적인 분위기의 랩실', '교수사회와 대등한 학생사회', 마이너 하게는 '주인공은 인덱스(금서목록)', '거유로리'같은 말들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대중적으로 말하자면 '개소리'란거죠.


※ 왜 하는데?

제가 공대생이고 제가 책을 읽기 때문입니다.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겁니다. 이유가 어딨어요. 사람이 하는 일들의 가장 큰 이유는 재미입니다. 높으신 분들이 그걸 몰라요. 노잼그로기인 일은 돈버는 재미조차 없다면 몇억을 줘도 그만두게 되있습니다.

출처: TIG


※ 뭘 하는데?

책을 읽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합니다. 주1회 책 내용의 일부를 읽고 이야기를 합니다. 책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책과 관련된 다른 내용일수도 있습니다. 가능한 원문에 충실할겁니다. 왜냐면 대부분이 제 전공 밖의 책들일 것이거든요. 통섭이 유행하는 시대이긴해요. 범학문적 접근이라는 논리가 판을 치는 시대입니다. 반은 두 개 이상의 분야 중에 하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얕음을 넓음으로 포장하려는 사기입니다. 기체분자운동론에서 기체분자를 사람으로 대체시키면 집단을 분석할 수 있다같은 이야기가 대표적이죠. 이 문구에 의미가 없진 않지만, 이 논리가 사회의 모든 것은 과학과 공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근자감으로 정말 쉽게 진화합니다. 안대 안낀 아스카와 안대 낀 아스카는 똑같은 아스카다라는 수준이죠. 그건 안대 안낀 아스카와 안대 낀 아스카에 대한 모욕입니다. 우리는 마땅히 이 모욕적인 언행과 발언에 대해서 투쟁노선을 쟁취해야만 할 것입니다. 저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지켜온 아스카의 팬으로써 모든 아스카를 존중합니다.


※ 왜 공대남자인데? 왜 책인데?

이(공)계생에게 그들의 전공은 먹고살기 위해 넘어야할 과제와 프로젝트와 시험의 똥덩어리만은 아닙니다. 그들의 전공은 그들이 존재하는 세상(자연)을 바라보는 눈이 되어줍니다. 근데 아쉬운건 그 전공이 살아가는 세상(사회)을 바라보는 눈이 되어주기에는 부적합한 점이 좀 있죠. 양쪽 눈이 골고루 작동해야 세상을 풀HD 입체로 생동감있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물론 한쪽 눈만으로도 살아가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좀 아쉽잖아요. 야동도 1080p에 이제는 3D를 넘어서 4D까지 시도하는 세상인데!

책은 그 다른쪽 눈을 뜨게 해줄 수 있는 유용한 방편 중 하납니다. 유일하진 않아요. 책만 읽으면 세상의 모든 것을 알 수 있고 지적인 능력이 향상되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악질적인 약팔이들입니다. 무안단물이야기를 하면 피식 웃는 사람들이 책 이야기를 저렇게 하면 그렇구나 하고 덥썩 미끼를 뭅니다. 안그래요. 사람들과의 대화도, 웹서핑도, 맛폰서핑도 세상에는 다양한 수단들이 참 많아서 살아가는 세상을 느끼게 해줍니다. 책의 장점은 오래되었고 검증되었고 익숙해지면 효율이 높다는 것 정도죠.

전형적인 공대남자가 책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더듬어나가는 이야기를 할겁니다. 거기서 무슨 맥락을 얻으실지는 여러분 몫입니다. 책 내용이든, 공대생이 책에 익숙해져가는 방식이든, 비전공자가 바라본 타 전공분야 이야기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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