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 - 왜 미국 민주주의는 나빠졌는가」 매튜 A.크렌슨, 벤저민 긴스버그 지음 서복경 옮김


서문

1장 대중민주주의에서 개인민주주의로

- 현대적 시민 만들기

- 공공 행정의 새로운 과학

- 사회자본의 정치

- 누가 시민을 필요로 하는가?

- 개인민주주의의 짧은 역사

2장 시민의 부상과 몰락

3장 투표자 없는 선거

4장 오래된 후원 관계와 새로운 후원 관계

5장 흩어져야 산다

6장 대중에서 메일링 리스트로

7장 개인민주주의와 법리학

8장 회원 없는 운동

9장 공공의 것을 민영화하기

10장 누가 시민을 필요로 하는가?


※민주주의는 격렬한 동적 평형 상태이다?

인문사회분야에 관심이 많은 이공계생이 허세를 부릴 때 쓰는 말로 '사회는 격렬한 동적 평형 상태야'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려운 말이 아니에요.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평형'이라는 상태에는 두 가지 본질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동적 평형입니다. 동적 평형이라는 것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그 변화의 합이 0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상태를 말하죠. 5명의 계약한 마법소녀와 5명의 계약하지 않은 일반소녀가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매초마다 5명의 소녀가 계약을 맺어 마법소녀가 되고 5명의 마법소녀가 계약을 해지하고 일반소녀가 되면, 우리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일겁니다.

사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런 변화없이 일상이 흘러가는 것처럼 보여도, 그 속에는 수많은 격렬한 변화들이 오가며 그 일상을 지키고 있습니다. 오늘도 돈을 벌기 위해, 꿈을 이루기 위해, 또는 수많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변화해가기에 경제, 정치 같은 사회요소들이 돌아가고 사회는 유지됩니다. 오히려 그런 격렬한 변화들이 없으면, 사회는 변화없어 보이는 일상조차 유지되지 못하고 무너져버릴지도 모릅니다. 마치 루이스 캐럴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이야기 된 붉은 여왕 효과처럼 말입니다.

민주주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민주주의야말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견교환으로 유지되는 시스템입니다. 그런 개개인의 적극적인 변화라는 (소프트웨어/정신)이 없으면 투표와 같이 (하드웨어/정책)이라는 껍데기만 남겨버린채 붕괴해버립니다. 그런 민주주의 정책과 제도들은 시민의 참여와 협력이라는 정신을 전제조건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유지합니다. 시민의 참여와 협력이 없는 민주주의 제도들은 앙꼬없는 찐빵이요, OS없는 스마트폰이요, 소프트웨어 없는 하드웨어나 다를게 없습니다. 무늬만 민주주인 것이지요.

생물종의 진화, 경쟁, 민주주의, 이런 모든 것들이 마찬가지입니다. - 다음웹툰 '오늘은 자체휴강' 中


이 장에서 작가가 말하고 싶은게 뭐야?

작가는 민주주의가 어떻게 나빠져가는가를 이야기합니다. 나빠지려면 처음은 좋았다는 이야기도 하긴 해야될테니 짧막하게 언급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텍스트에 거쳐서, 작가는 다양한 사회요소들에 걸쳐 민주주의가 어떻게 개인화되어가고, 작아져가고, 나빠져가는가를 이야기하는데 집중합니다.

이야기는 투표율이 하락으로 시작합니다. 투표는 민주주의에서 가장 일반적인 대중 참여 수단이기에, 투표율 하락은 시민의 역할이 위축되고 있다는 가장 명백한 증거죠. 그 뿐만 아니라 시민의 역할이 위축된다는 것, 즉 시민 행동주의와 정치 행동주의가 퇴조하고 있다는 조짐들이 너무 많습니다. 민주주의가 나빠져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투표율 하락

이유는 간단합니다. 더 이상 정부(행정)와 의회(정치)가 대중의 지지와 협력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죠.

특별한 정치적 지위에 미국인들은 유권자의 정치적 지지를 조직하지 않고도 시장·법원·행정절차와 기타 정치 채널을 활용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 -본문 中

대중의 지지가 권력의 원천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정치 엘리트들은 집권하기 위한 경쟁을 펼쳤고 이 과정에서 대중을 동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죠. 그렇기에 정치인들은 그 충성심에 대한 대가로 정치적 권리와 유인을 제공했습니다. 공적 삶의 변방에 남겨져 소외받기 쉬운 저학력·저소득층들 역시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었습니다.

상황이 바뀐 것은, 20세기에 이어진 일련의 정치 개혁들이 시민들이 정치과정에 '개인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입니다. 예비선거제, 주민 투표제, 주민 소환제, 정책 공청회, 알 권리 보장법등 각종 제도들이 대표적이죠. 이런 제도들은 시민이 정부와 의회에 개인적으로 접근할 기회를 늘렸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함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자는 의식, 다시 말하자면 집단 동원의 유인은 줄어들었습니다.

엘리트들은 비엘리트들을 동원할 유인이 사라졌으며, 비엘리트들은 서로 함께할 유인이 사라졌다.  -본문 中

엘리트들은 더 이상 새로운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대중을 집단동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이미 형성된 지지층을 유지하고 주요 이익집단을 만족시키기만 하면 권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방면의 변화가 이런 현상을 가능케하였고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민교육부터가 그렇습니다. 반장, 회장등을 뽑고 학생 자치회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로 하여금 민주주의의 시스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운영되어온 시민교육은, 봉사라는 정부가 방치했거나 제공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서비스들을 생산하는 교육으로 변했습니다. 봉사 학습의 상당수는 사실 다른 사람들에게 어떠한 직접적인 도움도 제공하지 않는 환경정리나 미화프로젝트 같은 것들이죠.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활동을 하는 당사자들은 '개인적인 만족감과 자긍심'을 얻습니다. 거기에 더해 자신이 문제해결에 기여했다는 뿌듯함까지 얻죠. 정부와 의회에 대한 집단적 동원과 요구를 통해 해결하는 방식에서 눈을 돌리고 '개인적인' 활동을 통해 서비스를 실천하고 변화를 만들어 낸다는 '개인적' 만족감과 확신을 얻는데 그쳐버립니다. 주권 행사 훈련에서 봉사 활동으로 변질되어버린 겁니다.

봉사활동의 증가가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 성남시청인터넷방송국

공공행정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공공행정에 민주적 책임성을 묻고 시민을 정부의 소유자로 바라보는 인식은, 시민을 고객으로 변환하고 관리해야될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식으로 변했습니다. 당연하게도 시민의 역할은 '집단적인' 대중에서 '개인적인' 고객으로 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고객은 시장에서 개인적 필요를 충족하려는 개별 구매자다. 고객은 집단적 이해를 달성하기 위한 집단 동원에 참여하지 않는다. - 본문 中

또한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시민의 참여율이 줄어들는 것은 공동체 정신·시민 의식·이타주의같은 사회자본들이 부족해져서가 아니며, 오히려 그런 사회자본들의 축소 역시 정치적 리더십이 대중을 동원하는데 실패하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시민사회는 정치의 산물이며 시민사회의 부재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중략)…만약 시민들이 수동적이고 정치에 무관심하고 개인적 관심사에 매몰되어있다면, 그 이유는 우리의 정치 질서가 더는 정치에 대한 집단적 참여의 유인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 본문 中

이런 과정들 속에서 시민들에게 남겨진 선택지는 하나뿐입니다. 그것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적 이슈를 제기하고 공공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봉사활동을 하며 정부가 제공하지 못하는 것들 - 환경, 미화, 노숙자에게 식사제공 등 - 을 직접 생산하고 개인적인 만족감을 얻는 것입니다. 이렇게 대중을 기반으로 정착된 제도들은 도리어 대중없이도 작동하면서 대중으로부터 괴리되고 대중을 개인화하고 해체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대중민주주의가 개인민주주의로 작아져 간다는(다운사이징) 의미인 것입니다.


파트별 주요 논지와 인용문 구성


(목차로 나뉘지 않은 본론)

현대적 시민만들기

공공행정의 새로운 과학

사회자본의 정치

누가 시민을 필요로 하는가

개인민주주의의 짧은 역사


목차가 없는 본문에서 인용문을 따와보았습니다.

정부를 민주화-법원에 접근하거나 행정 규칙의 제정 과정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의 확대 등- 하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는 오늘날의 개혁조치들은, 실제로는 정치 엘리트들이 대중 정치의 장을 우회해 민주적 지지를 동원하지 않고도 권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 본문 中

'현대적 시민만들기'부분에서 인용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선거 연습에서 '학생 봉사 학습'으로의 분명한 전환이 있었다. …(중략)…전통적인 시민교육은 학생들이 급우들과 학급, 팀, 학교를 운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료 시민들과 더불어 나라를 통치할 수 있도록 가르쳤다. …(중략)…봉사 학습에 참여한 전체 학생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떠한 직접적인 도움도 제공하지 않는, 환경이나 미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한다. …(중략)…시민활동가들은 지역사회 봉사 프로젝트는 선호하지만 '정치'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중략)…우리는 정부에 대해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수행하며, 그럼으로써 서비스를 실천하고 변화를 만들어 낸다는 개인적 만족감과 확신을 얻는 것이다. - 본문 中

'공공행정의 새로운 과학'부분에서 인용문입니다.

고객은 집단적 이해를 달성하기 위한 집단 동원에 참여하지 않는다. .…(중략)…시민은 고객으로 강등되었고, 공공 행정은 고객관리로 격하된 것이다. - 본문 中

'사회자본의 정치'부분에서 인용문입니다.

공식적인 결사체와 비공식적인 사회화가 협력의 습관을 심어주었고 사적 이해를 공공 정신으로 승화시켰지만, 이제 민주적 시민권의 실천을 지탱했던 사회적 유대는 약화되었거나 해체되었다..…(중략)…시민사회는 정치의 산물이며 시민사회의 부재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 본문 中

'누가 시민을 필요로 하는가?'부분에서 인용문입니다.

시민권이 담지한 내용은 피치자와 국가의 수직적 관계 그 이상이다. …(중략)…동료 시민들과의 관계, 그들을 하나의 정치 공동체로 묶어 줄 수 있는 혈연, 신념, 문화적 유대를 포함한다. …(중략)…국가를 통치하는데서의 역할, 국가 권위에 대한 지지라는 행태적 함의도 갖는다. …(중략)…만약 시민들이 수동적이고 정치에 무관심하고 개인적 관심사에 매몰되어 있다면, 그 이유는 우리의 정치 질서가 더는 정치에 대한 집단적 참여의 유인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중략)… 국가는 집단 행위 대신 개인 권리를 강조하며, 집단 이익의 표출이 아니라 개인 선택을 장려하는 정책 집행 장치들을 개발하고 있다. - 본문 中

'개인민주주의의 짧은 역사'부분에서 인용문입니다.

정부가 대중 없이도 공공 업무를 관리하는 법을 배우면서, 공공 정책의 수정이나 정치제도의 변경을 요구하는 대중 동원의 기회 역시 줄어들었다..…(중략)…현대 이익집단들이 대중의 지지를 동원하기보다 소송, 연구, 여론조사, 기금 모금과 언론과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중략)…민주주의를 개인화하는 경향으로, 이들은 시민들이 개인으로 정치, 정책 결정, 행정에 접근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집단행동의 빈도와 필요성을 감소시키려 했다..…(중략)…시민들에게 남겨진 한가지 선택지는, 정치적 이슈를 제기하거나 공공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재를 직접 생산하거나 봉사활동-환경 정화 또는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일 따위-을 하는 것이다. - 본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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