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음악당 콘서트홀 좌석배치도. 이 콘서트홀의 특징은 객석이 부채꼴 모양이라 거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무대와 객석이 가깝다는 것이다.

 클래식 음악회, 어느 자리에 앉으면 잘 들리고 잘 보일까?  물론 1층의 정중앙에 앉았을 때 가장 잘 보이고 잘 들린다는 사실은 자명하고, 그만큼 가장 높은 등급(R석)과 가격이 책정된다. 이런 자리는 예매경쟁도 치열해서, 공연 몇달 전에 티켓이 오픈되자마자 빠르게 예매해야 얻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꼭 R석에 앉아야만 잘 들리는것은 절대 아니다! 사실 어느정도 잘 설계된 음악당이라면 어느 자리에 앉더라도 들리는 소리에는 큰 차이가 없다. 자리에 따라 티켓 값에 차이가 있는 것은 소리보다도 시야에 기인하는 면이 더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면 무조건 R석만을 노리는 것도 무리가 있다. 다른 좌석과 비교할때 거의 두배에 달하는 가격이 책정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1층 정중앙만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어디에 앉는것이 좋을지 생각해보자.


아람누리 아람음악당 좌석배치도

1층? 2층? 합창석? 박스석?

 대부분의 음악당은 1층에서 최상의 음향상태가 나오도록 설계를 해놓고, 1층에 대부분의 객석을 마련해 놓는다. 그러므로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일단 1층 객석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다.

 2층 객석의 특징은 오케스트라를 약간 위에서 바라보게 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오케스트라의 각 악기들을 전부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 1층의 경우 목관이나 금관, 타악기 파트가 현악기 파트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자세히 관찰하고 싶다면 2층 객석을 선택하자. 또한 2층은 1층보다 비교적 낮은 등급의 좌석이 배치되는 경우가 많으니 가성비도 좋은 편이다.

 대부분의 클래식 전용홀에는 합창석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은 이름 그대로 합창단을 위한 자리인데, 사실 대부분의 콘서트홀 무대는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함께 들어갈 만큼 넓기 때문에 합창단이 합창석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잘 보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합창석의 자리를 객석으로 오픈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합창석은 악기간의 소리 밸런스가 무너진다는 점과 시야가 제한된다는 점 때문에 일반적인 객석보다 낮은 가격이 책정된다. 그러나 독주회의 경우에 악기 밸런스는 별 문제가 안 되기도 하고, 오케스트라의 연주에서도 관악기의 소리를 아주 가까이서 들을 수 있다는 점이나 지휘자를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합창석을 선호하는 매니아도 있다. 호불호가 갈리는 객석이라고 할 수 있다.

 박스석은 과거에 오페라 극장에서 귀족들의 특권이었던 자리였기에 그만큼 좋고 비싼 자리일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연주회에서 박스석은 예매율이 낮은 편이다. 바로 합창석과 마찬가지로 시야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박스석에 앉았을때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오를 경우 양 가장자리에 앉게되는 바이올린이나 콘트라베이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다. 만약 독주회나 소편성 오케스트라를 듣는 경우라면 박스석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대구시민회관 콘서트홀 좌석배치도. 대구시민회관은 최근에 리모델링을 거쳐 클래식 전용홀로 재탄생했다.

앞쪽? 뒤쪽?
 만약 가고싶은 공연이 독주회거나, 협주곡 중심이라면 앞쪽에 앉는것이 좋다. 음반으로 듣는것과는 달리 실제 연주에서는 독주악기 소리가 그렇게 크지 않다. 앞쪽에 앉을 수록 독주악기의 소리를 크게 들을 수 있음은 당연하다. 독주회라면 무조건 연주자와 가까운 것이 좋다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점은 협주곡의 경우 너무 앞으로 가면 안 된다는 것. 무대의 높이나 반주를 해주는 오케스트라와의 거리를 고려할때 5열정도에서부터 최적의 시야와 소리를 얻을 수 있다.

 교향곡을 들으러 가는 경우에는 약간 사정이 다르다. 무대와 가까운 자리에서 교향곡을 들으면 악기들의 소리가 전혀 섞이지 않아서 시끄러운 현악기 소리만 듣게 된다. 게다가 넓게 펼쳐진 오케스트라의 무대배치를 고려하면 앞쪽에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치우친 자리는 음향 밸런스 문제까지 겪을 가능성이 높다. 즉 교향곡은 뒤쪽에 앉아서 들을때 훨씬 자연스럽게 들린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연주회에는 교향곡이 포함되어있는데다 맨 뒤에 앉게 되더라도 독주악기의 소리가 잘 안 들리는 것은 절대 아니므로, 만일 앞쪽과 뒤쪽에서 고민하게 된다면 뒤쪽 객석을 예매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좋은 선택이다. 대표적으로 1층 맨 뒷열은 낮은 등급으로 책정되는 것에 비해 시야와 소리가 좋아서 가성비가 뛰어난 자리이기도 하다. 2층 객석은 전체적으로 뒤편에 위치하게 배치된다는 점도 참고하자.


왼쪽? 오른쪽?
 왼쪽과 오른쪽은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분명히 예매 선호도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그 차이는 바로 피아노 협주곡/독주곡일때 나타나는데, 피아노 협주곡이나 독주곡의 연주회에서 확연히 왼쪽 객석의 예매율이 높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왼쪽 객석의 값이 더 비싼 경우도 있다. 바로 '피아니스트의 손'때문이다. 피아노가 무대에 놓일때 건반이 왼쪽에 놓이도록 세팅되므로, 피아니스트의 현란한 손놀림을 보기 위해서는 왼쪽에 앉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굳이 피아노가 아니더라도, 협주곡에서 협연자는 지휘자의 왼편에 위치하게 되므로 왼쪽에 앉았을때 협연자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