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색다른 베토벤 교향곡이다. 왜 지금까지 이런 해석이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흡입력이 있으면서도 그 참신함에 충격받을 정도였다. 내추럴 트럼펫을 비롯한 원전악기와 전통적인 악기배치법을 사용하는 고전적인 모습과, 새로운 해석의 최전선을 내달리는 현대적인 모습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도 아주 신선했다.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의 연주기량 역시 두말 할 필요 없이 훌륭했다. 모였다가 흩어지고 내질렀다가 수그러드는 실내악적인 환상의 앙상블은 마치 잘 빠진 스포츠카같았다.


사실 전통적인 스타일의 베토벤 교향곡을 선호하는 이들에겐 그다지 호감이 갈 만한 연주는 아니었을 것이다. 널리 명연이라고 평가받는 음반과도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다. 파보 예르비의 음악은 어쩌면 그저 단순히 재미있을 뿐이며 한 순간의 유행이라고 평가받을지도 모른다. 물론 클래식은 음악 그 자체에 목적을 둔 순수음악이고, 그렇기에 클래식 음악의 가치란 오선지 위의 악상기호만 보고도 느낄 수 있는 것이며 수십년전에 음반으로 기록된 어떤 하나의 연주가 두고두고 회고되며 고평가 받는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클래식이 백여년전 악보를 본다고 해도 실황연주는 분명 현재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클래식 음악회의 실황연주만큼은 단순히 악보의 재현이라고 보기보다는 하나의 현재진행형 음악문화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문화란 모름지기 현재를 살아가는 자들이 만들어가고 즐기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아무리 클래식이어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연은 단순히 새로운 베토벤 해석과 좋은 실력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생생하게 살아숨쉬는 클래식이라고나 할까. 이렇게 신선한 해석과 팔딱거리는 연주로부터 터져나오는 찬란한 분위기의 실황, 즉 '지금'이 아니고선 어쩌면 다시는 못 들을 이번과 같은 실황은 그야말로 현재를 살아가는 짜릿한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ps. 예술의전당 학생할인 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있는 기획사 빈체로에게 무궁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싶다. 둘째날 공연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학생할인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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