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화의 배경은 비가 내려 가라앉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그 가라앉은 분위기에 걸맞게 진행되는 이야기 또한 무겁습니다. 취주부의 갈등과 여러 인물들의 이면이 가장 잘 묘사된 화가 아닌가싶습니다.

 

 가장 먼저 보여지는 것은 레이나와 다른 트럼펫 부원 사이의 갈등입니다. 사실 레이나는 별 신경도 쓰지 않을테니 일방적인 갈등이겠지만요. '취주부의 마돈나'인 카오리와 트럼펫 솔로 자리를 놓고 경쟁하려는 레이나를 유우코가 경계합니다. 아주 대놓고 못마땅한 티를 내죠. 그럼에도 군말 않는 레이나를 '순수하다'고 카오리는 평가하지만, 글쎄요, 애써 못들은척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취주부 내에서 '바람직한 부원' 상을 수여한다면, 강력한 수상후보라고 할수 있는 나츠키입니다. 혹독한 연습에 불평하지 않고, 자기보다 훨씬 기량이 뛰어난 후배가 들어와도 주눅들거나 질투하는 대신 오히려 자극을 받아 더 연습에 정진합니다. 원래 자신은 의욕이 없었다고 했지만, 의욕 없는 취주부에서 의욕 없는 부원으로 있을 때 보다 의욕 있는 취주부에서 의욕 있는 부원으로 있는 지금 더 자주 미소를 띄고 있는 모습이 정말 아릅답습니다. 나중에 자기 입으로도 말하지만, 나츠키야 말로 키타우지 취주부의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번 화의 콘티와 연출은 타케모토 야스히로가 맡았습니다. 쿄애니의 첫 원청 애니메이션 풀 메탈 패닉! 시리즈 이래로  (야마칸이 강판된 이후의) 러키스타,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2기, 빙과 등의 애니메이션을 감독했었죠. 타케모토의 특징은, 이번 화에서 아주 잘 드러나 있듯이, 사실적인 연출입니다. 이번 화에서는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쓰이는, 그리고 지금까지 유포니엄에서 매 화 나타났던 과장된 묘사가 전혀 보이지 않죠거의 애니메이션의 사실주의라고 해도 될 만합니다. 이번 화의 이야기가 특히 현실적이고 진지한 이야기인지라 이러한 사실적인 연출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아주 효과적입니다. 거기다 수준 높은 작화 역시 연출의 사실성을 잘 뒷받침해 주고있죠.


 그리고 이 장면에서 이 작품의 시리즈 연출이 야마다 나오코임을 다시 한번 상기할수 있습니다. 다름아닌 다리를 묘사하는 연출로부터죠. 감독 인터뷰에서도 작중 캐릭터를 묘사하는데 야마다가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언급됐었는데, 과연 그렇습니다. 




 아오이는 결국 부활동을 그만둡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수험에 집중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오이의 행동을 보아도 그렇다고 판단할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작년의 후배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진심이었던 후배들을 지켜주지 못했는데 이제와서 자신들이 진심이 되는 것은 그 후배들을 기만하는 것과 다름없으니까요. 


 이때 아오이는 '마침 잘 됐다'고 하며 미련없이 부활동을 그만두는 것처럼 보입니다. 나중에는 '결국 그렇게까지 취부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 걸까요? 지난 6화에서 아오이는 연습에 매진하는 쿠미코를 부러워했습니다. 정말로 취주부에 아무런 마음이 없다면 오디션을 준비하는 쿠미코를 부러워 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다시말해, 아오이도 속마음으로는 쿠미코처럼 취주부를 계속 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하지만 수험이라는 현실과 진심이었던 후배들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그 속마음을 꺾기에 충분한 위력을 갖추고 있죠.




 그동안 어딘지 모르게 어색했던 아스카가 드디어 본 모습(?)을 드러냅니다. 지난 리뷰에서도 지적한 대로, 의욕없는 나츠키를 전혀 도와주지 않던 모습과 타키 선생님의 강행군에 취주부의 불만이 쌓여가는 와중에도 언제나 한걸음 뒤로 물러나 방관하는 태도. 그것은 바로 아스카의 밝고 쾌활하며 리더십이 강해보이는 겉모습의 이면에 있었던 철저하게 계산적인 냉혈한이었습니다. 아스카는 아오이가 그만 두는 것도 말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죠. 또 하루카의 결석으로 대신 연습을 지휘할때도 아오이를 걱정하는 쿠미코에게 한눈 팔지 말라고 혼내기도 합니다. 하루카가 복귀했을 때 아오이의 빈자리를 신경 쓰는 모습과는 대조적입니다. 나중에 나츠키가 말하지만, 아스카는 작년 취주부의 불화가 있을 때도 그저 사태를 방관했다고 합니다. 


 쿠미코는 이때까지만 해도 아스카의 이면을 알지 못했으니 하루카가 자신에겐 부장이 될 자격이 없다고 자책할 때 별 말을 할 수 없었지만, 작년 그 사태를 지켜봤던 상급생이라면, 즉 아스카의 이면을 어느정도 알고있는 상급생이라면 왜 아스카가 아닌 하루카가 부장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오이의 퇴부는 쿠미코에게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도 그럴게, 아오이가 진심이었던 후배들을 지켜주지 못해 자책하 것은 마치 쿠미코가 진심이었던 레이나에게 상처를 주고 자책했던 것과 아주 유사합니다. 게다가 수험을 위해 관두는 것은 자신의 언니와 동일합니다. 자기가 취주악을 시작한 계기가 되었던 언니가 수험으로 취주악을 그만둔 것에 이어서, 오랜 취주악 선배마저 마찬가지로 취주악을 그만두었니 이만저만 고민이 클 것입니다. 




 작년의 심각했던 키타우지 취주부의 갈등을 상상하는 와중에 다시 쿠미코의 중학생 시절의 회상이 등장합니다. 저번 화에서는 팀파니 담당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와서 안경을 안 쓴 것을 보니 그도 아닙니다. 과연 누구일까요? 같은 유포니엄 파트 부원일까요. 그런데 땅바닥에 내동댕이쳐 있는 유포니엄 케이스와 주저앉아 있는 쿠미코의 모습을 보면 상황이 심각한 것 같습니다. 하즈키는 자신이 작년에 키타우지 취주부에 있었더라면 관뒀을 거라고 했습니다만 어쩌면 쿠미코는 그보다 더한 난관을 이미 거쳐왔는지도 모릅니다. 하즈키가 쿠미코에게 언제든지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들어주겠다고 했는데, 쿠미코가 자신의 중학교 시절 이야기를 하즈키에게 털어놓을 날이 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카도 죄책감에 시달려 결국 결석을 합니다. 그리고 카오리가 하루카를 격려해 주기 위해 찾아오죠. 여기서 상급생들의 아스카에 대한 관점과 하루카를 부장으로 인정하는 이유가 잘 드러납니다. 갈등이 언제라도 폭발할지 모르는 불안한 취주부의 부장을 맡는 것은 계산적이며 냉혈한인 아스카에겐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입니다. 반면에 본인은 자각하지 못했지만 하루카에겐 그럴 용기가 있었던 것이죠. 이 지점에서 레이나가 있는 취주부에 입부할 용기를 냈던 쿠미코가 새삼스레 생각났습니다. 쿠미코도 친구들의 권유로 인해 입부하게 된 것이지만, 결국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레이나에게 다가갈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덧붙여서, 바로 이 장면에서 쿄애니 특유의 세밀한 연출을 맛볼 수 있습니다. 하루카가 음료에 손을 뻗을 때 처음엔 자기 앞에 놓여있는 차를 향하다가 마음을 바꾸고 우유를 집어드는 것을 볼 수 있죠. 아주 현실적인 묘사입니다.




 쿠미코와 함께 떠나는 슈이치의 모습을 하즈키의 시점으로 보여줌으로써, 하즈키가 슈이치에 대해 신경쓰는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시선의 이동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한 CG가 인상적입니다. 이번화에서는 유독 CG의 사용이 자주 눈에 띄는데, 창에서 흘러내리는 빗방울이 특히 마음에 듭니다. 애니메이션에서 CG가 삽입된 부분은 다소 이질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렇게 자연스럽게 배경에 녹아드는 CG야말로 애니메이션에서 이상적인 CG가 아닐까합니다.


 전차 안에서 슈이치와 쿠미코의 대화를 들어보면, 이제 신입생들도 아스카 이면의 모습을 어느정도 눈치 챈 듯합니다. 그런 아스카가 '바라보는 곳'이 어딜지 또한 앞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차츰 밝혀질 내용이 아닐까요.




 '역시 난 그렇게 까지 취주부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아오이. 그리고 바로 이어 아주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집니다. ' 어때?' 이 질문은 다시말해 취주부와 다른 어떤것, 예를들어 수험이나 최책감 등을 놓고 저울질할때 마음이 어느 쪽으로 기울겠느냐 하는 것이겠죠. 하루카는 바로 대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오이와 헤어진 후 결의에 찬 표정과, 다음날 맑게 갠 날씨와 함께 기운차린 모습으로 복귀한 것을 보면 그 대답이 어떤 것일지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하루카에겐 용기가 있죠. 




 밝아진 하늘에 걸맞게 이야기도 조금 더 밝은 곳으로 향합니다. 바로 본격적인 러브 스토리의 시작입니다. 하즈키는 우선 안전(?)을 위해 슈이치와 소꿉친구인 쿠미코의 연애상태를 점검(?)합니다. 아직 본격적으로 한마디도 안했는데 미도리가 놀라는 모습을 보면 미도리는 이미 하즈키가 슈이치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나봅니다. 쿠미코와 슈이치는 지금까진 그저 티격태격하면서 가끔씩 격려해 주는 소꿉친구 정도로만 보였지만, 과연 그것뿐일까요? 쿠미코의 차회 예고 멘트가 급한 것을 보면 다음 화에서 나타날 긴장감이 어느정도 예상됩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