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선생님의 엄격한 지도로 인해 취주부에 불만이 생겨납니다. 파트 리더 회의에서 부장과 그 일당(?)은 미리 약속한 대로, 분위기를 어떻게든 연습하는 방향으로 끌고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분명히 도와주기로 했던 아스카의 발언이 좀 어중간합니다. 저번 화부터 그랬는데 이 부부장 아스카도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는 듯한 분위기를 계속 풍깁니다.




 저음 파트에서 다같이 모여 연주할 때 아스카는 혼자서 따로 연습하고 있습니다. 튜바의 하즈키야 이제 처음 배우는 초보자이니 연습을 따로해야 겠지만, 쿠미코는 상당한 경력자이니 당연히 같이 연습할 수 있을텐데(보면대에 해병대의 악보가 올려져 있습니다) 왜 저렇게 멀리 따로 앉아 있는 것일까요. 같은 유포니엄 주자인 나카가와가 전혀 의욕을 내지 못하는데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모습도 다소 의아합니다. 아스카가 부원들이 모여있을 때나, 하즈키와 대화할때의 모습을 보면 상당히 긍정적인 모습에 리더십이 강한 성격을 갖고 있는것 같은데 말이죠. 이것도 작년에 있던 취주부원들 사이의 갈등으로 인한 것일까요? 결과적으로 유포니엄 파트는 완전히 따로따로 분해되어버렸습니다.




 타키 선생님의 지도는 거의 비난에 가깝습니다. 평온한 목소리와 얼굴로 날카로운 말들을 뱉어내고 있는 것을 보니 정말 악마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타키 선생님의 지도방식에 반발하는 학생이 있는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의 비난 아닌 비난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타키 선생님은 학생들이 결정한 목표에 따라 진심으로 전력투구 하고 있는 것 뿐입니다. 바로 '전국대회진출'이란 목표죠. 다만, 이제 앞으로의 문제는 과연 학생들은 진심이었나? 일 것입니다.




 타키 선생님은 정말 진지하게 연습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폐활량이나 호흡법 같은 기초적인 것부터, 장비를 동원한 배음의 파악같은 이론적인 부분까지 취주부가 발전의 한 걸음을 뗄 수 있도록 돕고 있는 모습에서 정말 제대로 된 선생님이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당장은 가혹하지만 결국 타키 선생님 덕분에 취주부는 확실한 성장을 이룰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약간 곁다리지만 이 장면에서 언급된 순정율과 배음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악기가 중심이 되는 애니메이션을 보는 데 이정도의 지식은 알아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어딘가에서 아는척을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보통 흔히 쓰는 음계, 그러니까 흔히 '도레미파솔라시'라고 부르는 그 음계는 1옥타브를 12등분한 것입니다. 즉 주파수가 2배 차이나는 두 음의 사이를 7개의 온음(예를들어 C(도)D(레), E(미), F(파), G(솔), A(라), B(시))과 6개의 반 (예를들어 C#(도#), D#(레#),...)으로 나눈 것이죠.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1옥타브를 12개로 쪼갤까, 하는게 바로 음율이고 조율법입니다.


 우리가 요즘 쓰는 음율이 이름하야 '평균율'입니다. 이 평균율이라는게 탄생배경이 좀 길고 내용도 상당히 수학적인 방법이라 자세한 설명은 않겠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근접한 두 음 사이(예를들어 C와 C#, E와 F사이)의 주파수 비가 모두 동일하도록 만드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쪼개고 보니 주파수 비가 '무리수'가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그 어떠한 음의 조합도 '엄밀한 의미에서' 화음이 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화음이란 '정수비'를 가지는 음이 모여야 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다행히 우리의 귀와 뇌는 그렇게 정밀하지 않기에 평균율로 조율한 음으로 만든 '대충 비슷한 화음'도 충분한 화음으로 들리게 됩니다.


 그러면 평균율 말고 다른 조율법이 있을것입니다. 평균율이 탄생하기 이전에 쓰이던, 그 다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타키 선생님이 언급한 '순정율'입니다. 이 순정율은 두 음 사이의 주파수 비가 정수비가 되도록 나눈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순정율로 조율한 음으로 만든 화음은 '완벽한' 화음이 되겠지요. 역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지만, 이 순정율은 안타깝게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서 요즘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로 평균율이 탄생한 것이고요.


 그런데, 우리가 악기로 어떤 음을 낼 때 정확히 그 음의 주파수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악기의 구조에 따라 그 음과 정수배 관계를 갖는 다른 음들도 함께 나오게 됩니다. 조율은 평균율로 하지만, 악기를 연주하면 순정율에 해당하는 음들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고도 볼수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배음들이 모여서 그 악기의 음색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죠. 타키 선생님의 노트북 화면에 나타난 그래프가 바로 그 배음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화면 가장 왼쪽에 가장 큰 기음이 표시되고, 그 오른쪽으로 점점 작아지는 배음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배음들이 모이면 '엄밀한 의미에서' '완벽한' 화음이 만들어집니다. 예를들어 두번째 배음과 세번째 배음(주파수비 2:3)은 음악적으로 가장 안정적이라 '완전5도' 화음이 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순정율을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다고 완벽한 화음을 못 듣는 것에 슬퍼할 필요가 없습니다. 악기 스스로가 완벽한 화음을 만들어내니까요!





 이렇게 음악적으로 엄청난 가르침을 주고 있는 타키 선생님이지만, 그의 교육방법에 있어서는 말이 많습니다. 하교길에 쿠미코와 슈이치가 그의 뒷담화를 까는 도중에 레이나가 득달같이 달려와 타키 선생님을 변호합니다. 여기서 레이나의 키타우지 고교 진학에 대한 추정이 가능해집니다. 부원들의 말에 따르면 그가 취주부의 고문을 맡은 건 올해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부원중 그 누구도 그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그런데 레이나는 타키 선생님을 그전부터 알고 있으며, 그에 대해 잘 알고있고, 심지어 존경하고 있는듯한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혹시 레이나는 타키 선생님을 따라 키타우지 고등학교에 온 것은 아닐까요? 사실 음악계의 수업은 도제식이기에 선생님(혹은 교수)을 따라 학교를 선택하는 일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또 레이나를 화나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쿠미코. 이번 일은 전적으로 슈이치 탓이라고 책임회피를 해보아도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풀이 죽은 쿠미코에게 레이나가 먼저 접근해옵니다. 어제의 일에 대한 간략한 사과만을 하고 떠나려는 레이나. 쿠미코는 작년에 이은 또다른 후회를 막기위해 용기를 내서 자심의 마음을 모두 털어놓습니다. 까치발을 들고 열심히 말을 토해내는 쿠미코의 모습에서 그녀의 떨리는, 그리고 간절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 마음이 레이나에게 닿았음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 장면의 연출이 야마다임도 확실하군요.




 첫 걸음이 떼기 어려울 뿐, 역시 그 다음 발걸음은 쉬운 것일까요? 쿠미코는 또다시 용기를 내서 나카가와에게 같이 연습하자고 말을 건내봅니다. 그 결과는 허무할 정도로 가벼운 성공. 나카가와가 무기력하게 보이지만 어쨌든 여전히 계속 취주부에서 유포니엄을 하고 있는 이유는, 마치 고토가 튜바를 5년 가까이 하고 있는 이유와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악기를 좋아하니까요. 이렇게 쿠미코는 저음파트가 다시 하나로 뭉치게 만듭니다.




 타키 선생님의 횡포(?)앞에 단결한 취주부는 놀라운 성장을 보여주며 타키 선생님의 인정을 받게 됩니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합주'를 하게 된 이 기쁜 순간에, 쿠미코는 가장먼저 나카가와를 바라봅니다. 보일듯 말듯한 미소로 화답하는 나카가와. 실은 쿠미코에게 아주 고마워하고 있지 않을까요? '하자'고 하면 할텐데, 아무도 '하자'고 안하는 취주부에 드디어 '하자'고 하는 신입부원이 나타났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다시 취주부는 의욕을 되찾아 나갑니다.




 다시금 확인된 키타우지 고등학교 취주부의 목표, 그것은 바로 '전국대회 진출'입니다. 그러나 모두가 그 목표에 동의하는 것은 아닐것입니다. 단적으로는 아오이가 있겠죠. 그리고 아오이 뿐만이 아니라 현 3학년 학생들 거의 모두가 그러할지도 모릅니다. 바로 수험때문입니다. 이번 화에서 밝혀진 것이지만 쿠미코의 언니 역시 수험으로 인해 취주악을 그만두었습니다. 키타우지 고교 취주부의 수험생이라고 상황이 다르진 않을 것입니다. 과연 학업이라는 현실적인 목표 앞에 3학년들, 그리고 취주부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다음 곡을 기대해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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