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말붙이려고 노력한게 헛되지 않은 모양입니다. 정말 별거 아니지만 처음으로 레이나가 쿠미코에게 먼저 말을 겁니다. 사실 그동안의 노력의 결과라고 보기도 어려울 만큼 사소한 얘기지만 쿠미코는 아주 기뻐합니다. 이렇게 조금씩 가까워져 가는 거겠지요.




 역시 고등학생에게 개인 악기를 장만하는 것은 좀 많이 무리인것 같습니다. 취주부는 학교에서 보유하고 있는 악기를 신입부원에게 지급해줍니다. 하즈키가 선택한 튜바는 로터리식 베이스 B♭ 튜바로 보입니다. 애니메이션의 악기협력을 야마하에서 하고있으니 분명 야마하의 제품이겠죠. 야마하 카탈로그를 살펴보니 YBB-641 모델입니다. 이거 가격이 1천만원을 조금 넘습니다. 쿠미코가 선택한 유포니엄은 역시 야마하의 YEP-642 모델입니다. 얘는 700만원이네요. 어쩌면 이런 프로페셔널 악기는 키타우지 고등학교 취주부가 갖고있는 한 때의 영광스러운(?) 과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렇게 좋은 악기들이 1년 넘게 방치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도 말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부활동이 시작되면서, '글러먹은' 연주실력의 키타우지 고등학교 취주부의 갈등이 조금씩 드러납니다.행진곡 '해병대'를 연주하기로 하고 파트 연습을 하지만, 2학년 부원 나츠키가 말없이 사라집니다. 쿠미코는 놀고 있는 악기가 많다는 점과 부원들 사이의 미묘한 온도차에서 불안함을 느낍니다.




 작은 일에서부터 자신의 신념을 굳게 지키는 미도리는 마치 모범답안같은 인상을 줍니다. 지금까지 매 화 최소 한마디씩 전하고 있는 미도리의 멋진 말에 모두가 귀를 귀울여야 할것 같습니다.




 집으로 유포니엄을 들고 온 쿠미코. 유포니엄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것도 잠시, 언니가 등장하자 갑자기 분위기가 차가워집니다. 언니의 "또 유포니엄이야?"라는 질문에 쿠미코는 더 냉랭해집니다. 집으로 가져온 악기를 보고 '시끄러우니까 연습하지 마'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쿠미코의 언니도 마치 아오이처럼 악기로부터 멀어진것으로 보입니다.  쿠미코는 진심으로 취주악을 계속하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단순히 언니에 대한 반항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언니와 대립하는 태토를 보입니다.




 계속해서 취주부의 갈등요소가 드러납니다. 현 2학년과 3학년 사이의, 목표에대한 시각차로 인해 '할 마음이 있었던' 2학년들이 대거 탈퇴해서 전체적으로 느슨한 분위기가 만연한 것입니다. 이렇게 한 집단에서 구성원들의 목표가 다른것은, 그리고 그로 인해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비단 취주악부 뿐만이 아니라 그 어느 집단이나 사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해서 구성원이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그 집단이 발전할수 있을텐데, 과연 키타우지 고등학교 취주부는 어떻게 이 갈등을 해결하게 될까요. 일단 부장이나 파트 리더들은 다같이 연습하는 방향으로 분위기를 이끌어 가려고 합니다만, 단순히 여론을 몰고가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일 뿐만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해보입니다.




 이 상황에서 가장 분노할 사람은 바로 취주부에서 가장 할 마음이 넘칠것이 분명한 레이나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분노는 명확히 표현됩니다. 어김없는 의문입니다만, 도대체 레이나는 왜 키타우지 고등학교에 진학한 것일까요. 언제쯤 쿠미코와 레이나의 사이가 가까워져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요.




 레이나가 홀로 연주하는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2악장은 레이나의 마음을 아주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쿠미코가 단번에 레이나의 연주를 알아채는 모습을 보면, 둘 사이의 심리적 거리는 멀어도 음악적으로는 아주 가깝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둘 다 '할 마음이 있는' 신입부원이니까요. 엉망진창인 취주부의 상황이 역설적으로 둘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릅니다.


 참고로 여기서 레이나가 트럼펫으로 연주하는 솔로 파트는 원래 잉글리시 호른이 연주하는 부분입니다. 굉장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곡으로 유명하죠.





 역시 훌륭한 음악은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나쁜 상황에 망설이던 쿠미코 일행이었지만, 레이나의 연주에 그들은 '아무말 없이 돌아가 아무말 없이 연습하러' 갑니다. 여느때와는 달리 굳은 의지가 느껴지는 쿠미코의 마무리 멘트에서 희망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유포니엄 3화를 보다가 생각난 인터뷰가 있어서 여기서 잠깐 인용하고자 합니다. 월간 객석 2014년 2월호에 실린 김대진 수원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의 인터뷰입니다.


...모두 잘하고 싶어 한다. 잘하려고 노력하는데 서로 관점이 다를 뿐이다. 저쪽에서 이쪽이 하는 일을 방해하고 막으려 한다고 생각하면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잘하고 싶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걸 어떻게 깨달을 수 있을까. 오직 연주를 통해서 가능하다. 최선의 연주가 낳은 감동을 청중은 물론 관계자들이 다 함께 공유하면 그 순간 소통이 시작된다...

(중략)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존재의 이유가 뭔지, 목표점이 같은지 말이다. 각자 상처가 있고 또 깊겠지만,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도 음악이고 상처를 치유하는 것도 음악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최상의 연주'만이 오랜 문제를 풀 최선의 해결책이란 말씀밖에 해드릴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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