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려라! 유포니엄은 쿠미코의 중학생시절, 지역 취주악 콩쿨 결과발표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이 작품의 감독인 이시하라 타츠야의 성향상 마지막화의 마지막 장면도 고등학생 취주악 콩쿨 결과발표 장면이거나, 최소한 연출적으로 비슷한 장면이 아닐까 예상해봅니다. 이사하라 감독의 이전 작품들을 보면 이야기의 열고 닫음이 대칭성을 띄며 확실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만약 이 작품에서도 그러한 경향이 적용된다면, 가장 마지막 장면은 바로 이 중학교 시절의 사건과는 확연히 대비됨으로써 '울려라! 유포니엄'이라는 이야기를 종결시킬 것입니다. 결국 바로 이 첫 장면이(그리고 아직은 방영되지 않은 맨 마지막 장면이) 이 애니메이션의 주제가 가장 잘 나타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울려라! 유포니엄의 시리즈 연출 담당이자 1화의 콘티와 연출을 맡은 야마다 나오코는 '다리에 그 사람의 감정이 가장 잘 나타난다'고 말했을 정도로 다리를 굉장히 집중적으로 묘사합니다. 야마다 감독의 작품인 케이온이나 타마코 시리즈에서도 다리를 묘사하는 장면이 자주 나타났고, 이번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레이나가 분해하는 모습을 떨리는 다리로 표현한 것을 볼수 있습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야마다 감독의 특징이라고 할수있는 핸드헬드 카메라 촬영기법의 차용과, 얕은 피사계 심도입니다. 이것도 역시 그녀의 이전 작품들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덕분에 애니메이션에서 상당한 사실감과 깊이감이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드는 부분이자 이 애니메이션을 기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입니다.




 쿠미코는 자신의 생각을 입 밖으로 툭 내던져버리는 버릇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게 던져버린 쿠미코의 말 "진심으로 전국에 나갈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리고 레이나의 대답 "넌 분하지 않은거야?"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울려라! 유포니엄'의 이야기가 어떤 주제를 갖고 있는지를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장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쿠미코는 음악에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하며 즐기고 있고, 레이나는 음악에 높은 목표를 부여하여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의 음악에 대한 두가지 접근,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및 갈등의 해소가 주된 스토리일 것이라고 생각해볼수 있습니다.




 악기에 바람을 불어넣어 연주하는 취주악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 답게, 입으로 바람을 부는 것에 대한 묘사가 간간히 등장합니다. 취주악의 느낌을 잘 표현하는 장면입니다.




 쿠미코는 키타우지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이 학교를 선택한 이유를 '세일러복'과 '이런 저런 것을 한 번 리셋하고 싶어서'라고 말합니다. 그 리셋시키려는 것은 바로 취주악일 것입니다. 자신의 음악에 대한 가벼운 접근으로 레이나에게 상처를 입히고 말았다는 죄책감에, 자기 자신의 취주악 능력을 평가절하하는 모습으로 보여집니다. 나중에 등장하는 쿠미코의 언니의 발언으로 보아 키타우지 고등학교는 그다지 취주악 방면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학교로 알려져있고, 쿠미코도 그것을 알고 키타우지 고등학교로 진학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키타우지 고등학교의 학생들은 생각보다 너무 못했습니다.




 '전국을 노리는 느낌은 아니었지'라며 키타우지 고등학교가 자신에게 적절한 장소임을 되뇌임과 동시에 '그래도 그건 서투르다'고 말합니다. 이 장면에서 쿠미코의 음악에 대한 접근이 '잘해도 못해도 즐기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것을 알수 있습니다. 설령 목표가 '전국을 노리는' 정도로 높지 않더라도 그것이 연주실력이 서투르다는 것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취주악부에 견학을 가서 썩 훌륭한 실력이 아님을 확인하는 와중에, 놀랍게도 레이나가 나타나서 입부 신청을 합니다. 레이나를 피하기 위해 키타우지에 진학했다고도 말할 수 있는 쿠미코는 굉장히 당황하게 되면서, 취주악부에 들어가는것을 주저하게 됩니다.




 한편으로 미도리는 '음악이란 모든 사람의 마음에 호소할수 있는 강력한 언어'라며 음악이 좋으므로 입부하겠다며 마음을 굳힙니다. 미도리에게도 그녀만의 음악관이 있음을 알 수 있는 장면입니다.




 부활동에 대해 물어보는 슈이치에게 '들어가려 했지만 들어가지 않겠다'고 합니다. 결국 레이나와의 재회를 피하기 위한 선택일 것입니다. 과거 레이나에게 저질렀던 일이 굉장히 큰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모양입니다.




 쿠미코가 키타우지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질 만큼 그녀의 유포니엄 연주실력은 상당한가봅니다. 쿠미코의 언니는 쿠미코가 키타우지 고등학교에 진학했다는 것만으로 그녀가 취주악을 관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 쿠미코도 언니의 말에 부정하지 못합니다. 쿠미코는 자기의 음악적인 목표가 너무 낮고, 그로 인해 진지한 자세의 레이나에게 피해를 입힌게 아닌지 자책하며 아예 취주악을 관둘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음악을 연주하던 그 즐거움과 감동을 잊지 못하는 모습도 보여집니다. 중학교 시절의 악보를 바라보며 빛나는 눈과 단호한 표정에서 쿠미코의 음악에 대한 열의가 느낄 수 있습니다.




 레이나와의 사건으로 인한 죄책감과 음악사이에서 갈등하던 쿠미코의 마음을 한쪽으로 움직인 것은 하즈키였습니다, 그녀가 대뜸 마우스피스만을 사서 즐겁게 연습하는 모습에서 자기의 어린 시절을 회상한 쿠미코는 취주악이 이렇게 쉽게 포기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고, 친구들과 같이 취주악부에 들어가게 됩니다.




 '전국을 노리는' 실력파 레이나는 왜 키타우지 고등학교에 진학한 것일까요? 왜 서투른 실력의 취주악부에 입부하려는 것일까요? 어쩌면 중학교 취주악 콩쿨의 결과가 레이나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중학교시절 이미 한차례 충돌이 있은 후 고등학교에서 재회한 둘 사이에 과연 어떤 일이 있을지, 그 '새로운 이야기'가 대단히 기대됩니다.


덧붙이자면, 물론 기대만 있는 것은 아니고, 다소 걱정이 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은 오프닝의 한 장면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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