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없음"

선배의 행동은 하나같이 의심스럼기만 하다. 아즈사는 유이가 건내준 기타를 그자리에서 다시 한번 더 살펴본다. 사실 TVA에서도 유이가 아즈사의 물건들에 스티커를 붙여놓는 일이 있었고, 바로 이 극장판에서도 유이가 가위에 장난을 쳤었기 때문에 아즈사가 기타를 확인하는 행동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미세하게나마 갈등-해결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는 인물이 바로 아즈사이기 때문에 이 캐릭터의 묘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타임머신이 아니라구요.""지구의 자전과 반대방향으로 가니까 그런게..."

비행기 안에서 이륙을 기다리며 잡담을 하는 장면에서도 각 캐릭터들의 성격을 묘사하는 연출이 들어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아즈사와 유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묘사다. 유이가 팔걸이를 위로 들어올려서 아즈사와의 거리를 좁히려 하자 아즈사가 바로 팔걸이를 내려버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아즈사가 비행기의 안전지침을 살펴보는 행동을 통해서 그녀의 꼼꼼한 성격을 잘 나타내고 있다. 한편 비행기를 처음 타보는 미오와 리츠가 좌석 리모컨의 사용법을 무기에게 물어보는 모습에서는 무기의 해외여행 경력이 풍부함을 상기할 수 있다.


사실 이렇게 한 장면에 여러 시각적인 정보를 집약시키는 연출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자막이다. 자막이 있는 이상 보는 이의 시선은 아무래도 자막으로 향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자막과는 다른 위치에 있는 세세한 연출을 놓치기가 굉장히 쉽기 때문이다. 자막이 없었다면 그 시선은 자연스럽게 등장인물의 행동으로 향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자막의 가장 큰 단점이자, 더빙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일본어를 어느정도라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특히 이 케이온 극장판 만큼은 한번 자막 없이 보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뭐야 이게"탁!

깜짝선물을 위해 아즈사 몰래 곡을 쓰려고 하는 유이는 그녀답게 여기저기 빈틈을 노출하고, 결국 아즈사에게 오해만을 불러 일으킬 뿐이다. 이 장면에서도 팔걸이를 사이에 둔 아즈사와 유이의 행동을 통해 두 사람의 관계가 다시 한번 더 강조된다.


초밥집에서의 라이브를 할 때 회전하는 장식등에 대해 캐릭터들이 보이는 표정은 제각각이다. 역시 각 캐릭터들에 대한 묘사의 일환이다. 이 장면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기 때문에 한번 보고는 눈치채기 힘들다. 사실 이 작품이 극장 상영용 영화임을 생각해보면, 이렇게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는 세심한 연출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는 점은 관객들에게 좀 너무한 처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어쩌면 케이온을 위해 블루레이를 몇번이고 돌려봐주는 팬들을 위한 보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카레 후 라이스♬

케이온 극장판에서 경음부의 라이브는 총 세번 나오는데, 각 라이브마다 담당 연출가가 다르다. 그러니까 각각의 라이브 연출의 차이점을 살펴보는 것도, 특히 필자와 같은 쿄빠에게는 나름대로 쏠쏠한 재미가 있다. 이 초밥집 라이브를 연출한 사람은 'Free!'의 감독으로 유명해진 우츠미 히로코다. 


으아아악!

케이온에서 거울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이 극장판에서 등장인물의 얼굴 표정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자연스러운 관찰자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케이온 극장판 특유의 적절히 거리를 둔 시점을 유지하면서도 거울을 통해 표정에 대한 묘사까지 놓치지 않는 점은 대단한 연출력이다.


에?!

원래부터 마구 달려드는 유이를 마냥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이 극장판에서는 오해에 오해가 겹치면서 아즈사와 유이의 거리는 더욱 벌어진다. 이 장면에서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도 아즈사의 심리를 잘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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