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라이즈 페스티벌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취주악 콩쿨에 나갈 준비를 합니다. 그 준비란 먼저 콩쿨에 나갈 단원을 정하는 것입니다만, 지금까지의 고학년 우선출전이라는 관행이 아닌, 오디션을 통한 선발이라는 방침을 타키 선생님이 통보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부활동을 즐기던 고학년들에게는 혹독한 연습에 이은 또다른 시련이겠죠. 물론 이 방법은 너무나도 공정한 방법이기에 반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밝은 얼굴로 채찍질을 하는 거나 다름 없는 타키 선생님에게 꽃미남 악마라는 칭호는 아주 적절해 보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장면에서 '빙과'의 연출을 떠올리신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실제로 이번 6화의 콘티, 연출을 맡은 카와시마 에이사쿠는 '빙과' 4화와 11화의 콘티, 연출을 맡았었습니다. 사실 이런 '빙과 같은' 연출은 카와시마 본인의 특징이라기 보다는, 빙과의 감독이었던 타케모토 야스히로의 영향이라고 보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빙과에서 각 화 연출가가 달랐지만 이 같은 연출은 일관되게 사용되었으니까요. 물론 이 장면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카와시마 연출가의 특징을 찾아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예를들어 캐릭터(들)를 원거리에서 바라보는 화면구도를 꼽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카와시마가 콘티, 연출을 맡았던 '중2병이라도 사랑을 하고 싶어' 11화나 '타마코 마켓' 6화 등에서 그대로 찾을수 있습니다.




 콘트라베이스는 한 명, 유포니엄은 세 명 뿐이니 전원 합격일 거라는 하즈키의 낙관적인 전망에 오히려 쿠미코는 어두운 옛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 기억속의 상대방은 중학교 시절 취주부의 팀파니 주자입니다. 1화에서 중학교 취주악 콩쿨 연주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잠깐 등장했었죠. 아마 쿠미코도 그 때 "타악기는 세 명 뿐이니 전원 합격이겠네"같은 말을 무심코 했다가, 어쩌면 여기에 몇가지 쓸데 없는 말을 첨가해서, '너희들은 못해도 상관없다'는 의미로 오해받아 핀잔맞은 것이 아닐까요. 쿠미코답습니다. 실제로, 미도리의 말대로 못하면 못 하는 대로 편성을 줄이는 방법이 있을 수 있겠죠.


 그나저나 쿄애니의 섬세한 연출은 반갑습니다만, 이렇게 5주 전 방영분까지 되새기게 만드는 것은 뭐랄까 좀 불친절 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회상속의 인물이 팀파니 담당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는 도대체 회상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전혀 감도 안 잡혔습니다.




 아스카와 쿠미코가 악보를 보고 바로 초견으로 어느정도 연주가 가능한 것을 보고 나츠키는 실력차를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묵묵히 개인연습을 하러갑니다. 만약 뛰어난 실력의 신입생을 바라보는 고학년들의 자세가 모두 나츠키 같다면 아무런 갈등도 없을 것입니다만, 그럴리가 없죠. 특히 레이나가 있는 트럼펫 파트가 걱정됩니다. 




 하즈키는 학기의 중간이 지나도록 한번도 악기를 손질하지 않았습니다. 케이온에서 레스폴을 빈티지 모델로 만들어 버린 유이가 생각납니다. 실제로 저 관들에는 오물들이, 정확히 말하자면 침이 고이기 때문에 손질은 필수입니다. 공연장을 가면 연주 중에 관에 고인 침을 배출시키는 광경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쪼르륵' 흘러나올 정도로 많이 고입니다. 취주악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이 제작된다고 했을 때, 한 가지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점이 과연 저 여고생들의 침이 묘사될 것인가(!)하는 것이었는데, 아쉽게도(?!) 그러한 장면은 볼 수 없을것 같습니다. 




 레이나와 쿠미코의 걸리는 거듭 좁혀지는 모습니다. 레이나는 저번 화에서 '쿠미코 답다'는 말을 했다가, 이번에는 쿠미코로부터 '레이나 답다'는 말을 듣게됩니다. 어쩌면 이 취주부에서 레이나를 이해해 주는, 다시말해 '레이나 다움'을 알고 인정해 주는 사람은 쿠미코가 유일하지 않을까요. 그렇기에, 저번 화에서 쿠미코가 레이나의 말을 들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레이나가 쿠미코의 말을 듣고 이토록 감동받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여기서 레이나의 패기가 다시 한번 나타납니다. 레이나는 콩쿨 참가 오디션뿐만이 아니라 솔로 오디션까지 준비한다고 합니다. 이 때 솔로라는 것은 무대위에서 독주한다는 의미의 솔로가 아니라, 곡의 특정 부분에서 그 파트중에 혼자 연주한다는 의미의 솔로입니다. 작곡가가 여러가지 이유와 목적으로 특정 파트에서 한 명만이 연주하라고 지시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이부분을 연주하게 될 사람이 솔로인 것이죠. 연주할 곡에 솔로 파트가 없더라도 그 파트 내에서 수석에 해당하는 주자를 솔로라고 부릅니다. 덧붙여서 솔로와는 반대로 그 파트의 모든 주자가 연주하는 부분을 투티(Tutti)라고 합니다. 울려라 유포니엄의 엔딩곡의 제목이 바로 그 Tutti죠.



 위 악보는 3화에서 레이나가 연주했던 드보르작 교향곡 9번 2악장의 일부입니다. 현악 파트만 잘라낸 것인데, 위에서 차례대로 제1 바이올린, 제2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입니다. 왼쪽 부분을 보면 제1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에 'Solo'라고 표기가 되어있는 것을 볼수 있습니다. 즉, 저 부분부터는 이제 각각 제1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파트에서 한 명만 연주하라는 뜻입니다. 그 이후에 어느정도 곡이 진행된 오른쪽 부분을 보면 모든 파트에 Tutti 라고 표기가 되어있죠. 이 부분부터 다시 모두 같이 연주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오프닝곡과 엔딩곡의 대비가 제목에서도 나타난다고 볼수 있습니다. solo와 tutti의 대비로 말이죠.


 대부분의 경우 그 파트에서 가장 잘 하는 사람, 즉 파트 리더가 솔로를 담당할 것입니다. 그러나 키타우지 고등학교 취주부의 트럼펫 파트와 같이, 파트 리더가 그 파트에서 제일 잘 하리라는 보장이 없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요. 레이나가 트럼펫 솔로를 노린다면 트럼펫 파트 리더인 카오리와 경쟁해야 할 것이고, 파트 내에서 인기가 많은 카오리와 경쟁한다는 것은 이미 선배들 사이에서 찍혀있는 레이나의 평가가 더욱 안 좋아지게 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쯤 되면 괴롭힘이라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지금껏 한번도 합주를 해보지 못해 연주의 즐거움과 연습의 동기를 찾지 못하고 있던 하즈키는, 반짝반짝 작은별을 연주하고 드디어 그 의미를 깨닫습니다. 튜바나 콘트라베이스같은 저음 악기들은 대부분 멜로디가 아닌 화음을 담당하게 되어서 아주 단조로운 연주를 하게됩니다. 실제로 이번에 연주된 반짝반짝 작은별도 주 멜로디는 유포니엄이 연주하고 콘트라베이스와 튜바가 화음을 넣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콘트라베이스와 튜바의 화음 없이 유포니엄만 멜로디를 연주했다면 그저 무미건조한 멜로디로 끝났을 것입니다. 튜바나 콘트라베이스의 의미란 바로 멜로디에 풍성함을 더해 비로서 '음악'이 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6화만에 나타난 연애 플래그! 너무 오랬동안 기미가 전혀 안 보여서 아예 연예 요소는 배제할 것만 같았은데, 이제 남은 반절정도 남은 이야기에서 본격적으로 연애 노선이 나타나려나 봅니다. 슈이치에게 꽂힌 하즈키에 대한 쿠미코의 반응이 상당히 기대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장면에서 쿠미코가 등을 돌리고 앉아있었다는 사실이 참 아쉽습니다.




 취주악과 멀어진 상황을 여러번 표현한 아오이도 이번에 거의 확실하게 쐐기를 박는 모습입니다. 강가에서 미도리와 하즈키에게 쿠미코가 '오디션 힘내자'고 한 것이나, 특히 이 장면 바로 직전에 슈이치가 하즈키에게 '오디션 힘내자'고 한 것과 이 장면에서 아오이가 외치는 '오디션 힘내'에서 아주 큰 뉘앙스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바로 '같이' 힘내느냐 아니냐의 차이입니다. 다시말해 아오이는 오디션을 포기할 생각임이라는 것이죠. 취주부의 목표를 정할 때 전국진출이라는 목표에 반대표를 던졌던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어쨌든 아오이의 이러한 행동 역시 쿠미코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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