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룡, 이제 경험은 잊고 경쟁해야만 한다.
2013.11.20
방금전 한국과 러시아의 친선전 경기가 끝났다. 경기를 감상한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정성룡이라는 골키퍼의 자질에 대해 의심을 하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사실 경기 전부터 정성룡이 대한민국의 No.1 자리를 맡을 수 있냐에 대한 이야기는 몇번 흘러나온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 축구전문가들은 정성룡은 뺄래야 뺄 수 없는 훌륭한 인재라고 평했다. 기록도 말해준다. A매치 56경기 50실점. 경기당 1실점이 되지 않는 좋은 기록을 보여주고 있으며, 남아공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제, 경험도 잘 쌓인 튼튼한 골키퍼가 되었다.
슈퍼세이브가 없다고 나쁜 키퍼라고 하는건 정말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그의 침착하고 차분한 플레이를 통해 나오는 절대적인 안정감과, 공중볼과 세트피스에서 가지는 장점은 대단하다. 특히나 역대 한국이 항상 세트피스 상황에서 매번 약점을 드러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절대적으로 필요한 키퍼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그가 슈퍼세이브를 전혀 보여주지 않는것도 아니다. 서울의 팬으로서 그가 보여준 슈퍼세이브 능력은 감탄을 자아낼 정도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이런 정성룡을 감싸주긴 어려울것같다. 정성룡은 이제 자신의 강점마저 서서히 사라지고 말았고, 결국 비난을 직면해야 할때가 왔다. 이제 경험은 잊고 경쟁을 해야할때가 온것이다.
1. 자신감을 잃은 정성룡.
년도 |
구단 |
경기 출장수 |
실점 |
경기당 실점율 |
2006 |
포항 스틸러스 |
26 |
27 |
1.038 |
2007 |
포항 스틸러스 |
16 |
18 |
1.125 |
2008 |
성남일화 천마 |
34 |
29 |
0.853 |
2009 |
성남일화 천마 |
36 |
41 |
1.139 |
2010 |
성남일화 천마 |
30 |
28 |
0.933 |
2011 |
수원삼성 블루윙즈 |
31 |
32 |
1.032 |
2012 |
수원삼성 블루윙즈 |
33 |
38 |
1.152 |
2013 |
수원삼성 블루윙즈 |
31 |
37 |
1.194 |
계 |
|
237 |
250 |
1.055 |
이 표는 정성룡의 리그 기록이다. 내가 굳이 이 리그표를 들고온것에 대해서는 이유가 있다. 바로 정성룡의 최근 리그 기록이다. 정성룡은 성남 일화에 있으면서, 0점대 실점율을 2번이나 보여주며 최고의 골키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수원삼성 블루윙즈에 이적한 이후, 정성룡의 기록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물론 수비레벨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수원삼성 블루윙즈 정도의 구단이 수비력이 약한 팀은 결코 아니다. 곽휘주의 부재를 울부짖는 사람들도 있을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시즌 정성룡의 성적표에 만족할 사람은 결코 없을것이다. 수원삼성 블루윙즈가 매기는 정성룡의 평점을 보더라도, MVP가 4번이나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평점은 뚜렷한 활약이 없을때 주는 5점이 많다. 특히나 시즌초에 MVP를 3번이나 몰아받았다가, 점점 기량이 떨어지고 있는 점만 봐도 알만하다.
다시 말했지만 정성룡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감이다. 하지만 최근 포항 스틸러스와의 경기에서 이명주의 슈팅을 아슬하게 잡다 놓치고 말았고, 오히려 본인팀의 골대에 덩크슛을 하며 안정감 역시 사라졌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는 정성룡의 자신감 상실에서 나오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최근 잉글랜드에서 조 하트에 대해 자질논란이 있다. 세계급 키퍼인 조 하트가 있기에 최소 10년은 걱정이 없다고 큰소리치던 잉글랜드다. 하지만 올해에는 언제 그랬냐는듯 조 하트에 대한 비난이 앞서고 있다. 조 하트 역시 이 비난속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잔 실수만 늘어가며 리그와 국가대표 전부 저조한 성적을 가지고 오고 있다. 정성룡이 딱 이 상황에 놓여있다.
정성룡의 자신감 상실은 수원의 경기력에 저하를 가져왔고, 결국 리그 5위로 아시아 챔피언스 출전 티겟을 놓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가대표에도 큰 영향을 미칠것이 분명하다. 빨리 정성룡은 컨디션을 되찾고, 자신감을 찾아야만 한다.
2. 이운재와 김병지.. 그러나 정성룡은?
우리나라는 한때 골키퍼 걱정이 없었던 나라이기도 했다. 1998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의 레전드인 이운재와 김병지때문이였다. 우리나라가 역대 월드컵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던 2002년을 기억해보면 이운재와 김병지의 라이벌 구도를 떠올릴 수 있을것이다. 사실 이운재가 우리나라 정상급 골키퍼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김병지란 걸출한 라이벌이 있었기 때문이다.
라이벌은 경쟁을 가지고 온다. 그리고 그러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자기발전을 꾸준히 하게되고, 그는 좋은 경기력을 나오게 할 수 있다. 모든 감독들이 선수들에게 포지션 경쟁을 시키는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정성룡은? 정성룡은 이렇다할 라이벌 없이, 너무나도 순탄하게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정성룡을 소개할때 수원은 이런말을 한다. 이운재는 은퇴했고, 김병지는 기량이 하락했다. 이제 정성룡의 독주다. 세상에나, 정성룡이 본격적으로 활약한 시즌에 이미 축구생활의 황혼기를 보냈던 이운재와 김병지가 라이벌이다. 그만큼 정성룡의 실력이 뛰어난 탓도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러한 원탑 구조는 정성룡의 성장을 더디게 하지 않았나 싶다.
다행인 점은 있다. 최근에 신화용과 김승규가 0점대 실점율을 기록하며, 리그에서 정성룡보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김승규는 국가대표에 선발되었고, 특히 최근 스위스전에서 1실점만을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김승규의 활약은 정성룡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거나, 혹은 정성룡을 주저앉힐것이다. 모든 이들이 정성룡이 뒤에서 열심히 하는 노력파 선수라고 말하고 있는 점을 본다면, 분명 좋은 자극제로 작용할것이다.
이제 홍명보 감독의 노련한 밀고 당기기 기술이 필요한 때다. 정성룡과 김승규를 계속 밀고 당기며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제가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3. 한국, 경험을 잊어라. 정성룡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성룡을 뽑는 이유로 대부분 경험을 이야기한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을 경험했고, 이제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김병지를 제외한다면 A매치 기록으로서는 최고의 경험을 가진 골키퍼다. 하지만 이 경험에 의존하며, 계속 정성룡만을 기용하는건 선수 본인한테도, 팀 전체에게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홍명보 감독에게서 따라오는 비판이 하나 있다면, 올림픽 멤버만을 너무 중용하지 않느냐라는 이야기다. 그만큼 올림픽 멤버들을 매우 아끼고 있는 홍명보고, 정성룡은 그 올림픽 멤버중 한명이였다. 홍명보는 매번 소집에 정성룡을 뽑아 계속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가 과연 올바른 행동인지는 알 수가 없다. 물론 이는 주전 골키퍼에, 리그에서도 계속 출전하며 출중한 기량을 뽐내고 있기에 당연한 행동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성룡은 계속된 차출과 부진으로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있다. 이런 정성룡에게는 휴식의 시간이 필요하다. 조금 더 자신을 가다듬을 시간을 주기 위해, 정성룡을 1회정도 차출하지 않는 것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국가대표 차출에서 실패한 경험이 거의 없는 정성룡에게는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다.
선수에게 동기를 주고, 국가대표가 아닌 한명의 일반인으로서 국가대표 경기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며 정성룡에게 자극과 안정을 찾아준다면, 그가 다시 예전의 기량으로 되돌아올 수 있을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국가대표 감독들은 매번 선수들과 밀고 당기기를 했다. 홍명보도 이러한 밀고 당기기를 골키퍼 포지션에도 할 필요가 있다. 최근 홍명보 감독은 김신욱을 가지고 밀고 당기기에 성공해, 그를 주전 스트라이커로 만들어내지 않았는가.
정성룡은 명실상부 한국 최고의 골키퍼중 한명이다. 그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은 없어져야한다. 현존하는 축구감독중 최고로 뽑히는 감독중 하나인 무리뉴의 말을 빌려 말하고 싶다. " 이러한 모토는 어떤가. 내 사람이 최고야! 우리 감독이 파울루 벤투라면 다른 누구보다 파울루 벤투가 최고인 것이다. " 똑똑한 사람이라면 내가 무슨 말을 전달하려 했는지, 다 이해했으리라 믿는다.
우리는 그에게 자극만을 주는 비판을 주는것으로 족해야한다. 얼마나 국가대표팀의 자리가 무거운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무게감이 얼마나 힘들기에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안정환이 이탈리아 전에서 패널티 킥 하나를 실축한것만으로, 이민과 자살에 대해 고민했을정도였을까.
이제 우리는 충분한 비판을 했다. 이제 우리는 정성룡을 믿고 기다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