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타로가 치단다의 전화를 받는 모습은 빙과 초반부와 비교된다

 빙과도 이제 결말로 접어든다. 빙과의 마지막 세 편에서는 추리보다는 각 인물들의 심리묘사를 마무리하는데 초첨을 맞추고 있다. 각 인물들의 변화한 모습을 확실히 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감히 상상도 못했던 호타로의 모습은 단순히 개그를 위한 연출이 아니라 그가 얼마나 변했는지를 표현하기 위한것이다

 치탄다를 따라 새해 첫 참배에 나선 호타로. 그는 완전히 새로운 인간으로 재탄생한듯하다. 불변의 신조라던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회색빛이 말끔히 걷어진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이성과 논리의 결정체같던 그에게 감정적이고 비논리적인 묘사가 늘어난다. 치탄다와 인사를 나누던 쥬몬지가 자신을 잘 알고있다는 듯한 말을 하자 신통력을 떠올리며 무척 당황해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이라면, 치탄다와 처음 만났을때 그랬듯이, '이미 자신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가장 합리적이고도 직관적일텐데 말이다. 이젠 귀신 목격담도 억새풀을 본 것이라고 치부하지 않을것 같을 정도다.


치탄다와 호타로가 서로를 이성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묘사도 점차 늘어난다

 수제 초콜릿 사건에서는 사토시와 마야카가 부각된다. 오랜만의 오락실 대전과 도난당한 마야카의 발렌타인 초콜릿의 행방을 추리하는 과정에서 사토시의 심리가 자세히 설명된다. 그는 이미 한번의 큰 변화를 겪은 뒤였으나, 아직 변화의 길은 끝나지 않았다. 호타로가 치탄다와의 만남으로 갈등을 겪었던 것 처럼, 사토시 역시 마야카와의 만남으로 갈등을 겪었던 것이다. 


호타로도 화 낸다

 이 수제 초콜릿 사건에서 나타나는 호타로의 모습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사건에서 호타로의 추리는 시시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다. 그는 초콜릿이 도난당했다는 사실을 듣자마자 '이런 일을 할 만한 사람은 사토시뿐'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에는 그 어떠한 논리적인 추론도 담겨있지 않지만, 그의 예상은 사실이었다. 이러한 직관적인 추리가 가능했던 이유는 그가 사토시라는 인물에 대해서 어느정도 이해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타인의 이해를 바탕으로한 직관은 치탄다의 전문이다. 혼고의 진의를 알아낼때도 그러했고, 바로 다음 에피소드인히나 축제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다. 치탄다는 다리 공사를 재개시킨 범인을 지목할때 '이런 일을 할 만한 사람은 코나리 씨의 아들뿐'이라고 말한다. 호타로의 추리능력과 치탄다의 타인에 대한 관찰과 이해능력이 결합된 듯한 모습이다. 


치탄다와 호타로는 처음으로 일치된 결론을 내린다

 축제가 끝나고 돌아가는 호타로를 배웅해주는 길에서 치탄다는 그에게 또다른 '고백'을 한다. 그녀는 그에게 자기가 있을곳인 이 마을을 소개해 주고 싶었다고 한다. 치탄다는 호타로가 이곳을 이해해주고, 자신과 같이 있어주기를 바라는 것일까. 최소한 호타로의 마음만큼은 그녀와 함께 하고싶은 것 같다. 게다가 호타로는 사람이 드문 한적한 곳을 선호하지 않았던가.


 추워졌다는 말로 대답을 얼버무리는 호타로에게 치탄다는 이제 봄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빙과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치탄다의 이 대사는 아주 깊은 여운을 남긴다. 치탄다의 말에서도 드러나듯이 아직 이들에겐 가야할 길이 남아있다. 마치 봄에 만물이 태동하고 변화의 바람이 부는것처럼, 고전부 일행에게도 앞으로 새로운 사건과 변화가 있으리라.


끝나지 않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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