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작 : 요네자와 호노부
  • 감독 : 타케모토 야스히로
  • 각본 : 가토 쇼우지
  • 캐릭터 디자인&작화감독 : 니시야 후토시
  • 음악 : 타나카 코헤이
  • 애니메이션 제작 : 교토 애니메이션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를 원작으로, 타케모토 야스히로가 감독하고 가토 쇼우지가 각본을 쓴 교토 애니메이션의 작품이다. 나는 이 애니메이션을 교토 애니메이션의 작품중에서도 아주 우수한 축에 속한다고 본다. 비록 상업적으로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작품성만큼은 아주 뛰어나다. 빙과의 작품성을 높이는 세가지 특징을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추리물이면서 동시에 성장드라마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총 23편 (OVA 1편포함)으로 이루어진 각 화의 구성을 살펴보면 크게 몇개의 독립된 에피소드로 이루어져서, 각 에피소드마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추리를 풀어나가고 있다. 만약 애니메이션의 전체가 각각의 에피소드만을 모아놓은 것이라면 특별할 것 없는 추리물이겠지만, 빙과는 각각의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를 제시하여 발전시키고 있다. 바로 호타로의 성장이다. 빙과는 호타로가 각 에피소드를 겪음에 따라 성장하는 모습을 아주 균형있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치탄다가 아주 큰 역할로 작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마야카와 사토시의 성장도 마찬가지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치탄다의 성장은 아주 약하게, 마야카와 사토시는 그 과정의 아픔만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민하고 변화하며 성장하는 과정이 온전하게 작품 내내 그려진 호타로가 빙과의 핵심적인 주제를 나타내는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 내에서 조용히 진행되는 호타로의 성장 드라마는 그것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재미와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빙과의 또 다른 특징은 작품의 공간적 배경과 내용의 대비가 갖는 독특한 분위기이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카미야마시는 산골의 비교적 낙후된 소도시로 그려진다. 호농과 신사의 주지가 지역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나, 학교 도서관에서 여전히 도서대출카드를 수기로 작성하고 있다는 점, 고층빌딩없이 한산한 시내와 따듯한 색감으로 그려지는 배경을 보면 거기에서 나오는 전원적인 느낌을 바로 받을 수 있다. 마지막 화에서 치탄다는 가혹할정도로 카미야마 지방에 대해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이렇게 조용히 시간이 흐르는 카미야마시에서, 고전부 4인방을 포함한 등장인물들의 생활은 다이나믹하기만 하다. 카미야마 고등학교의 문화제는 근방에 유명세를 떨칠만큼 떠들썩하고, 호타로의 누나는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젊음의 활력과 늙어가는 시골은 이질적이다. 그런데 빙과에서는 이상할정도로 자연스럽게(!) 이 두 요소를 섞어내고 있다. 이렇게 배경과 내용이 이루는 대비는 아주 독특한 감상을 느끼게 한다.


높은 품질의 작화또한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앞서 언급한 전원적인 분위기를 내는데 작화의 공이 아주 크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고품질의 작화가 주는 시각적인 즐거움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다. 이와 더불어 교토 애니메이션 특유의 아주 세심한 연출도 훌륭하다. 대사뿐만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말없는 행동과 연출로 표현되는 요소들을 통해, 등장인물은 생동감을 얻고, 보는이는 보다 입체적인 감동을 느낄 수 있게된다. 이렇게 세심하면서도 다각도로 심어진 연출적 요소들은, 작품을 다시 돌려보게 되었을때 기존에는 놓쳤었던 요소를 발견하고 새로운 감상이나 생각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도 아주 매력적이다. 물론 모든 연출적 요소를 꼭꼭 숨겨놓을 뿐이라면 너무나도 딱딱하겠지만, 빙과는 전체적인 연출과 세밀한 연출을 적절히 분배해놓아 부드러운 겉과 단단한 속을 동시에 잡았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각 에피소드들을 지금까지 언급한 세가지 특징, 즉 성장드라마/배경분위기/작화연출을 중심으로 파해쳐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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