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인 오늘, 히사히토 왕자님의 생일을 맞아 축하파티가 도쿄 황궁에서 성대하게......’

우웅-

낡은 에어컨이 돌아가는 소리 사이사이에 라디오에서 나오는 뉴스가 섞여서 귓속으로 들어왔다. 9월에 접어들었음에도 아직 가시지 않은 무더위는 편의점 매장의 낡은 에어컨이 감당하기엔 벅찼는지 조금만 움직여도 금세 등에는 땀이 흘렀다. 원래대로라면 신나는 아이돌 노래가 매장에 끊임없이 울려야 하지만 매일같이 이곳에서 일하는 나에게 그것을 하루 종일 듣는 것은 상당히 고역이었다. 특히 하나같이 끈적거리는 목소리로 같은 귀여움을 토해내는 요즘 노래들은 이런 날씨에 듣기엔 짜증만 솟구치게 할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점장이 자리를 비운사이 노래대신 라디오를 틀어놓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손님이 들어올 때 까지 온몸을 늘어뜨린 채 멍하게 기대어 서 있는 것이 나의 베스트 포즈였다. 그리고 일을 마치면 맥주와 삼각 김밥 한두 개를 사서 집으로 돌아가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보다 잠이 드는 것이 나의 하루 일과의 마지막 이었다.

‘내일부터 주말인가.’

나의 유일한 취미이자 안식처는 인터넷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잦은 이사와 좋지 않은 가정형편은 내가 현실에서 얻을 수 있는 많은 것을 앗아갔다. 그 후로 나는 시간이 남을 때면 인터넷을 할 뿐이었다. 밖으로는 나가지 않는다.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시간을 죽이며 어제 봤었던 것 같은 글을 또 읽으며 의미 없이 하루를 보낸다.

‘지루하다. 앞으로 마감까지 30분’

그래도 이렇게 일을 하고 있는 나는 사실 운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 조선자치반도 일명 ‘반도’는 세계적인 실업률에 시달리고 있으니까.

1910년, 조선과 일본의 합병으로 조선이라는 나라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조선을 비롯한 식민지를 발판으로 ‘천황’ 히로히토는 대일본제국을 이루었고 2차 세계대전에 ‘연합군’으로 참전하여 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이 되었다. 그 후 이어진 냉전시대에서 일본은 입헌군주제의 국가로 탈바꿈하여 자유진영인 미국과 공산진영의 소련 사이에서 명실상부 ‘제 3세력’ 으로서 미국과 소련의 사이를 조율하며 G3로서의 입지를 다진다. 대일본제국 대부분의 식민지는 1960년대 즈음, UN과 세계사회의 눈총으로 해방되었지만 ‘조선반도’에 대해서는 식민통치가 1990년대 까지 이어졌다. 그 후 소련의 붕괴와 함께 세계적으로 해방의 물결이 일자 일본 정부는 1994년 조선반도자치정부 수립을 발표하며 행정상 조선반도의 독립을 세계에 알렸다. 하지만 이미 지난 80년간의 일본의 식민통치로 인해 조선반도는 경제적, 사상적으로 일본에 귀속 된지 오래였다. 조선반도의 거의 모든 주요 산업은 일본대기업들의 값싼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하청 공장과 일본에 안정적인 식량 확보를 위한 농수산물 산업으로 이루어졌다. 일본 내의 수요와 기업의 의도에 따라 조선반도의 경제는 요동쳤고 하루아침에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길거리에 내몰리는 것은 일상다반사였으며, 그럴수록 일본에 더욱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아사히 맥주를 마실까.’

 

평일 근무인 내가 5일간의 근무가 끝나고 금요일 저녁에 사는 맥주는 쥐꼬리 같은 월급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사치였다. 계산대 정면의 벽에 걸려있는 시계는 이제 막 오후 열시 반을 막 넘기고 있었다. 시계에 집중하니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째깍째깍 거리는 시계소리가 귀속에 들어왔다. 30분 후면 점장이 마감을 위해 매장에 들러 정산을 할 것이다. 그 동안 나는 가게 문을 닫고 뒷정리를 한다. 그리고 11시 반이 되면 퇴근을 하여 통금 시간인 12시 이전에 집에 도착해야한다. 집이 15분 정도 거리에 있기 때문에 통금시간 때문에 큰 부담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

딸랑-

“어서 오십시오. 세븐- 투엘브입니다.”

에어컨, 라디오, 그리고 시계가 만들어내는 조용한 하모니 속에 불청객이 끼어들었다. 근무시간 내내 이 소리는 듣는 것 자체로 피곤해지는 미지의 힘을 가진 것 같다. 내 목은 자동 반사적으로 머릿속에 입력된 인사말을 내보냈다.

“......”

시계에 고정되어 있던 내 시선은 매장의 문을 열고 들어온 검은색 형체에게 돌아갔다.

깊게 눌러쓴 검정색 모자, 검정색 집업 후드에 어두운 진청바지 그리고 검은색 운동화...... 하지만 그중 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허리춤 까지 늘어지는 수려한 흑발이었다.

‘모자 때문에 얼굴은 거의 보이지 않지만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데, 위험하게 이 시간에 돌아다니는 건가.’

조금은 기묘한 손님과 벽에 걸린 시계를 번갈아 보며 나는 남은 시간을 저울질 했다. 이대로라면 저 여자애가 오늘 내 마지막 손님이 될 것 같았다. 이렇게 손님도 오지 않는 편의점이 용케 망하지도 않고 버티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

“......”

벌써 20분 째다. 뭔가 살 생각이 있어서 들어 온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매대 앞에서 빙글 빙글 돌며 자꾸만 카운터와 문밖을 힐끔힐끔 볼뿐 나는 뭔가 안 좋은 느낌이 오기 시작했다.

‘도둑질을 할 셈인건가!’

분명 내 눈치를 보다 매점 근처에 사람이 없어 보일 때쯤 물건을 들고 전력으로 도망칠 것이라는 망상에 생각이 미치자 왠지 모를 긴장감에 손끝이 저려왔다. 마침 이 근처는 어둡고 복잡한 골목이 많아서 한번 놓치면 붙잡기 어렵다. 늦은 시간이라 매점 밖으로 보이는 사람이라곤 길 건너편에 성인 남성 두 명이 서성이고 있는 것 외에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도둑질 같은 걸 하든지 말든지 전혀 신경 쓰고 싶지 않지만 내 근무시간에 이런 일이 발생한 다는 것은 상당히 귀찮은 일인 것이 점장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려면 내 퇴근시간이 연장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인데다가 없어진 물건은 내가 배상해야한다. 거지같은 근로계약서는 근무 중 발생한 도난 사건은 근무자에게 배상책임이 있는 것으로 되어있다. 최악의 경우 통금시간 전에 제때 집에 도착하지 못하게 되면 골치 아픈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쪽을 의식하기 시작한 것을 눈치 챘는지 다시 내 쪽을 바라보았고 눌러 쓰고 있던 모자 밑으로 살짝 눈이 마주쳤다.

‘윽’

나는 눈을 마주 친지 1초도 못 돼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뭔가 굉장히 매서운 눈빛 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다. 내 월 6만엔의 월급에서 조금이라도 더 깎인다면 오늘 맥주고 뭐고 당장 저녁으로 때울 삼각 김밥조차 살 여유가 힘들어진다. 네가 어떤 사정을 가지고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도둑질을 하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너 같은 사람이 지천이다. 나도 더 이상 물러 설 수 없지.

“저, 손님? 곧 마감시간이라 물건을 고르셨으면 계산 해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하루 종일 입 밖으로 내뱉은 말 중 가장 긴 말이었다. 용케 발음이 꼬여서 나오지 않았다.

“......”

눌러쓴 모자 밑으로 매섭게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최대한 친절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상당히 오랜만에 지어보는 표정이라서인지 아니면 인위적으로 지은 표정이라서인지 입 꼬리 끝에 가벼운 경련이 일었다. 짧은 정적이 흐르고 뭔가 결심했는지 들릴락 말락 가벼운 한숨을 내쉬곤 천천히 계산대를 향해 걸어왔다. 그래 체념하고 다른 데나 알아봐라! 이미 시간이 늦어서 고픈 배를 부여잡고 잠들어야 할지도 모르지만, 내가 거기까지 신경 써줄 여우는 없다.

“저, 손님 고르신 물건은?”

덜컹! 짤랑짤랑-!

거세게 밀어젖혀진 문에 달려있던 작은 종이 깨질듯이 울려댔다. 젠장! 당했다! 계산대로 걸어오는 척하다가 그대로 문을 열고 뛰쳐나가다니! 아니, 그보다 어느새 물건을 훔친 거지?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보지 못했는데, 그 새 옷 속에 숨긴 건가! 나의 몸은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계산대를 뛰어 넘어 똑같이 문을 박차고 나가고 있었다.

“어이쿠-! 놀래라! 으잉? 야스무라, 자네 어디가?”

“으억, 점장님!”

문을 박차고 나오자마자 정면에서 오던 점장과 부딪힐 뻔 했다.

“이제 마감해야되는데, 매장 비우고 어디 가려는 거야?”

“점장님! 지금 설명할 시간이 없으니까 나중에 이야기 할게요! 금방 올 테니까요!”

점장의 어깨 넘어 그 빌어먹을 도둑년이 골목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금방 갔다 올게요!”

“어이! 지금 뭐하는!”

비록 최근 몇 년간 제대로 달려본 기억이 없지만 그래도 이 근방 지리는 확실히 알고 있다. 행색을 보아 하니 이 동네 주민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면 승산은 있다!

도둑년이 들어간 골목길은 안쪽에서 다시 Y자로 갈라지는 길이었고 내가 골목길 입구에 막 들어섰을 때 그 도둑년이 갈라지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달려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바보같긴! 어차피 그 길은 왼쪽으로 가는 길과 다시 만날 수밖에 없게 돼 있지! 게다가 왼쪽으로 가는 것이 더 빠르다!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주마!’

이 도둑년은 역시나 이 동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달린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미 숨이 턱에 차올랐지만 잡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힘든지도 모르고 구불구불하고 좁은 골목길을 전력으로 내달렸다. 이윽고 갈라졌던 길이 다시 만나며 넓어지는 지점이 눈에 들어왔다.

‘골목길이라 가로등도 적어서 어둡지! 주차 되어 있는 차 뒤에 숨어 있다가 잡아 주겠......’

“끄컼!”

머릿속으로 생각하던 말이 끝나기도 직전, 내 목에서 쥐어짜는 것 같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몸이 붕 뜨는 것이 느껴졌고 방금 전까지 길바닥을 보고 있던 내 눈에 새카만 하늘과 허공을 가르고 있는 두 다리가 들어왔다.

‘크......크로스 라인......’

실로 내 목이 쥐어짜진 것도 맞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이 소리를 낸 원인은 바로 내가 숨으려고 했던 차 뒤에서 검은색 형체가 튀어 나와 자신의 팔로 풀스윙 하여 내 목을 가격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눈 깜짝 할 새에 벌어진 것이었다. 나는 거부할 수 없는 중력으로 인해 지면과 등이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

쿵-!

“끄어억!”

골목을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나는 바닥을 나뒹굴었다. 이런 상황에서 머릿속에서는 등과 목 중 어느 쪽을 부여잡고 아파해야 하는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지만 금세 그런 생각은 하지도 못 할 만큼 등짝과 목에 덮쳐 오는 통증, 그리고 턱 끝까지 차올랐던 숨이 뒤죽박죽이 되어 전해지는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 입에서 침이 흐르고 눈에선 눈물이 찔끔 날 정도였다. 흐려진 시야에 그 도둑년이 나를 놔두고 몇 걸음 뛰어가다 문득 멈추고선 다시 나에게 뛰어 오는 것이 보였다.

“커허윽! 무, 무슨!”

“너 뭐야? 왜 날 따라온 거지?”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것을 본 나는 또 다시 무슨 해코지를 해서 더 이상 따라오지 못하게 하려고 하는 것이라 짐작하고 몸을 웅크렸지만 뜻밖에도 날라 온 것은 주먹이나 발길질이 아니라 멱살잡이였다.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지만. 그보다 지금 와서 발뺌이라니 늦은 것도 한계가 있지! 라고 하기엔 뭔가가 이상하다. 어두운 골목길이라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목소리에는 당황과 짜증이 섞여있었다.

“너, 너 도둑! 끄억, 이거 좀 놓고! 억!”

“......이런 멍청이가!”

도둑에게 도둑이라고 했을 때 당연히 나와야 하는 반응인 변명이나 부인의 대사가 나오길 일말의 기대를 했지만 들려온 대답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대답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그 여자애의 행동은 더욱 이외의 것 이었다. 여전히 내 멱살을 잡은 채 나를 질질 끌면서 달리기 시작한 것 이었다. 나는 멱살을 잡은 손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고등학생 여자애의 힘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뭐, 뭐야! 어디로 끌고 가는 거야? 일단 이것 좀 놔!”

“닥치고 그런 말할 정신이 있으면 제대로 일어서서 네 다리로 뛰기나 해라!”

나는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애써 태연한척 쥐어짜 보았지만 목이 눌려 우스꽝스러운 소리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물론 그마저도 이 여자애는 들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이 이상한 상황에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단 이 여자애는 물건을 훔친 것 같지는 않다. 물건을 훔쳤다면 도둑질한 가게의 점원인 나를 이렇게 끌고 갈 리가 없다. 그보다 내가 아니라면 누구에게로부터 도망치는 거지? 그보다 정말 도망치고 있는 것이 맞나? 물론 행동을 보면 그렇다고 밖에 할 수 없지만, 나를 유인하려고 한 행동인가? 설마 조금 더 골목으로 들어가면 동료들이 나와서 날 납치해서 장기 밀매.......

타-앙-!

다시 내 생각의 고리를 끊은 것은 공기를 찢어발기는 굉음이었다. 지난 21년 동안 살아오면서 평생 영화나 만화에 나오는 총소리가 아닌, 진짜 총소리를 실제로 들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이 소리는 총소리 의외의 다른 것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알기 쉬운 소리였다. 다만 그 뒤 피융- 하고 총알이 날아오는 소리는 내가 잘못들은 것 이었나 싶을 뿐이었다. 내 옆에 있던 벽에서 파편이 튀어 볼을 때리는 느낌이 났다. 나는 반사적으로 총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고 멀리서 건장한 남성 두 명이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쳇, 벌써! 뛰어!”

짜증스럽게 말을 내뱉은 여자애는 방금 전까지 내 멱살을 잡고 있던 손으로 내 손을 덥석 잡고 뛰기 시작했고 나도 어느새 제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니, 달리지 않을 수 가 없었다. 내가 아무리 이 여자애와 무관계하다고 해도 여자애를 쫓고 있는 것 같은 저 사람들이 우리 둘의 이런 모습을 보고서 알아줄리 만무했다. 일단 저 사람들에게 붙잡히지 않고 이 상황이 끝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들 뭐야? 총을 가지고 있어! 경찰이야? 무슨 폭력 조직원인가?”

“여기서 왼쪽!”

터질 것 같은 호흡으로 간신히 물어봤지만 역시나 돌아 온 것은 당연한 듯한 무시였다. 하지만 더 이상 물을 경황은 없었다. 뭔가 가고 있는 방향이 잘 못 됐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오른쪽!”

“어이! 너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알고 있는 거야?”

“다시 왼쪽!”

“설마!”

여기서 왼쪽으로 꺾어지면 쭉 가봤자 막다른 골목이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전혀 파악이 되지 않는다. 담이라도 넘을 생각인가? 하지만 그런 짓을 하기엔 담도 높고 여러모로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총을 맞든 붙잡히기 딱 좋을 뿐이다!

“골목 맨 끝에서 세 번째 맨홀! 반시계 방향으로 반 바퀴 돌리고 들어 올려!”

“뭐?!”

“빨리! 내가 시간을 끌고 있을 테니까!”

“네가 무슨 수로!”

나는 하려던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 여자애는 후드 안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냈고 그것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영화에서 자주 보던 소음기가 장착된 작은 권총이었다. 그 여자애는 권총에 끼워져 있던 소음기를 능숙하게 돌려 빼면서 담벼락 사이 공간에 몸을 숨겼다.

“세 번째, 반 시계 반 바퀴라고......”

반신반의 하면서도 나는 행여나 틀리지 않도록 중얼거렸다. 이제 와서 저 여자애의 말을 믿지 않을 수는 없었다. 나는 왼쪽으로 꺾어지는 골목길을 돌아 내달렸다. 눈앞에는 막다른 골목이 펼쳐졌고 바닥에는 간간히 맨홀이 보였다.

‘세 번째, 이거다!’

맨홀은 오랫동안 방치 돼 있어서 그런지 녹이 슬고 겉보기에는 꿈쩍할 것 같지 않아보였다. 보통 맨홀 공사를 할 때 쇠막대기로 지렛대 삼아 들어내곤 하는 것이 생각났다.

‘하지만 뭔가 이유가 있으니까 방법을 알려준 것이겠지!’

나는 맨홀 앞에 무릎 꿇고 앉고 나서야 내 팔과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분명 30분 전까지만 해도 난 매장에서 퇴근 후 금요일 밤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이불 위를 뒹굴 생각에 부풀어 올라 있었는데....... 목과 등짝은 얼얼하고 희미한 가로등 불빛에 팔꿈치는 피가 맺힌 것이 보였다. 온 몸은 땀에 흠뻑 젖었고 땀방울이 얼굴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

타-앙!

아까보다 훨씬 큰 총소리가 났다. 굉장히 가깝게 들리는 것이 그 여자애가 쏜 것이 틀림없었다. 쓸데없는 짓을 할 시간이 없다.

“끄윽!”

나는 맨홀 뚜껑을 잡고 반시계 방향으로 돌리기 시작했고 굉장히 빡빡한 느낌과 함께 뚜껑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반 바퀴 쯤 돌았을 때, 찰칵 소리와 함께 맨홀 뚜껑을 손쉽게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어떡하지? 다시 돌아가서 열었다고 말해줘야 되나? 데리러 가야하나?’

짧은 생각을 하는 사이에 몇 번의 총성이 더 울렸다. 좀 더 거리가 있는 부근에서 소리가 난 것으로 보아 그 남자들이 쏜 것 같았다. 가만히 기다릴 수는 없다. 그렇다고 그 애를 혼자 두고 나 혼자 들어가 숨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심한 나는 왔던 길을 다시 돌아 모퉁이를 향해 달렸다. 모퉁이에 도착해 고개를 살짝 내밀어 보니 그 여자애가 몸을 숨기고 있는 곳이 보였다. 그 남자들은 어디에 숨어서 총을 쏘는지 보이지 않았다. 이정도 거리면 소리쳐 불러도 들릴 거리였지만 그렇게 되면 그 남자들도 눈치를 챌 것이다. 어쩔 수 없다. 나는 이를 악물고 모퉁이를 뛰쳐나갔다.

탕! 타탕!

여자애가 쏜 것인지 그 남자들이 쏜 것 인지 나는 생각할 겨를 따윈 없었다. 나는 넘어지듯 그 여자애가 숨어있는 공간으로 굴러 들어갔다.

“뭐야? 여긴 왜 온 거야?”

“뚜껑! 헉헉! 열었어!”

“겨우 그 말을 하려고? 멍청이가!”

“그럼 어떻게 해? 너 혼자 두고 들어갈 수는 없잖아!”

“이런 닭대가리! 내가 신호 하면 다시 돌아가서 먼저 들어가 있어!”

나는 지금! 이라고 여자애가 외치는 소리와 함께 다시 모퉁이를 향해 달렸다. 등 뒤로 총성이 울렸지만 무사히 모퉁이를 돌아 맨홀까지 도착했다.

첨벙-

맨홀 속은 생각보다 깊지는 않은지 금방 발이 닿았고 하수구 특유의 썩은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정말 이대로 기다리면 되는 건가!’

나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가로등 불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는 구멍 위쪽을 올려다보았다. 몇 발의 총성이 더 이어졌지만 어느 순간부터 갑작스레 침묵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갑자기 왜 조용해 진거지? 왜 안 오는 거야? 총에라도 맞은 건가? 이제 어떡하지?’

머릿속에서 쉴 새 없이 의문이 솟아오르고 있던 그때 가벼운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탓탓탓-! 철컹!

그 발소리는 맨홀 바로위에서 끊겼고 검은 형체가 주저 없이 맨홀 안으로 뛰어 들면서 마치 연결동작인양 자연스럽게 맨홀 뚜껑을 돌리며 닫았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쉿!”

어둠속에서 조그맣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여자애의 목소리였다. 우리는 뚜껑이 있는 곳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 몸을 웅크렸다. 곧이어 뚜껑 위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 남자들 인 것 같았다. 그들은 우리가 어디로 갔는지 찾는 것 같았다. 손발이 저리고 이미 흥건한 얼굴에 땀이 더욱 흘렀다. 심장이 두근두근 거려 가슴이 아플 정도였다. 하지만 침이 넘어가는 소리조차 들릴까봐 침조차 삼키지 못했다.

우우웅- 우우웅- 우우웅-

‘!?’

갑자기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진동 모드였지만 밀폐 된 하수구 안에서 증폭된 소리는 평소에 듣던 진동소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크게 울렸다. 그들이 맨홀 가까이 오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서둘러 핸드폰을 꺼냈다.

‘망할 점장!’

핸드폰 화면에는 점장과 편의점 번호가 떠 있었다. 내가 뛰쳐나간 뒤 돌아오지 않아서 전화를 걸어 온 것 같았다.

‘왜 하필 지금 인거야!’

나는 황급히 전원 버튼을 누르기 위해 핸드폰을 바로 잡았다. 아니, 바로 잡으려고 했다. 손에 흥건한 땀과 전화의 진동으로 인해 핸드폰을 떨어뜨리기 전까지는. 낙하하는 핸드폰을 잡아보려 휘두르는 손이 휴대폰 대신 어두컴컴한 하수구 허공을 덧없이 휘저을 뿐 이었다. 우리를 쫒던 남자가 맨홀 위에 서있는 것이 느껴졌다.

위이이에에에엥-!!

첨벙!

핸드폰이 하수구에 바닥에 떨어지는 것과 간발의 차이로 통금 30분전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덕분에 휴대폰을 떨어뜨리며 난 소리는 사이렌 소리에 묻힌 것 같았다. 그 남자들은 맨홀 뚜껑을 조금 만져보는 것 같더니 사이렌 소리가 끝나기 전에 인기척이 사라졌다. 우리는 그 후에도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숨을 죽이고 있었다.

“너 이 멍청아! 뚜껑 열었으면 얌전히 곱게 들어가 있어야지! 총 맞고 싶어? 거길 와서 어쩌자는 거냐!”

“네가 언제까지 거기서 그러고 있을 줄 알고! 혼자 들어와서 마냥 기다릴 수는 없잖아!”

“내가 적당히 시간조차 계산 못할 정도로 바보로 보이는 거냐? 쓸데없는 오지랖이다!”

“아까부터 말이 짧다? 여러모로 봐도 내 쪽이 연상이 거든? 그쪽 생각해서 목숨 걸고 데리러 가줬으면 고맙다고는 못할망정! 게다가 너 때문에 지금 나까지 이런 일에 휘말리게 해놓고 어디서 적반하장......!”

내가 말을 끊은 것은 이 여자애에게 총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내서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싸워봤자 어차피 소득이 없을 뿐이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해야 돼? 다시 올라가?”

“멍청한 얼굴처럼 멍청한 소리를 하다니 밖은 이미 경찰이 쫙 깔렸을 거다 그렇게 난리를 쳤으니, 게다가 곧 통금 시간이다.”

“그럼 여기서 이대로?”

“끝까지 멍청한 소리를 하는군, 내키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지 따라와라.”

그렇게 말한 그 여자애는 조그마한 손전등을 꺼내 켜더니 입에 물고선 능숙하게 머리를 묶어 올렸다. 그리고선 하수구 속을 휘적휘적 걸어가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손전등 불빛에 시꺼먼 하숫물이 눈에 들어왔다. 발목까지 오는 하숫물에 내 신발 속은 이미 푹 절어있었다. 아마 엄청난 냄새가 나겠지. 어쩌면 신발을 버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예상외의 지출은 싫은데. 앞서 가고 있는 여자애는 이러한 것들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인지 이런 상황에 익숙한 것인지 거리낌 없이 걸어갔다.

“어디로 가는 거야?”

“조금이라도 더 하수구 냄새를 들이키고 싶은 거라면 그냥 입을 열고 걷지 그래.”

그래, 그렇게 말할 줄 알고 있었다. 물어본 내가 잘못이다. 사실 물어보고 싶은 것은 따로 있었지만, 아까 쫒아온 그 사람들은 뭐하는 사람들이지? 총을 가지고 있었으니 경찰 혹은 총기를 밀수입해 손에 넣은 범죄조직일 것이다. 어느 쪽으로든 납득이 가능하다. 그 사람들이 총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이 여자애가 어떻게 총을 가지고 있는 것이 훨씬 의문이다. 당연히 경찰이나 정부 쪽 사람은 아닐 것이고 그렇다고 이런 어려보이는 애가 범죄 조직의 일원일리도 없을 것이다. 뭐, 나이를 떠나서 그랬다면 내가 죽든 살든 신경 쓰지도 않았을 테니까. 나는 이 여자애가 나를 왜 굳이 자신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까지 같이 도망치게 했는지 짐작 할 수가 없었다. 여하튼 경찰에 쫒기든 범죄조직에 쫒기든 양쪽 모두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그렇다고 물어 봐 봤자 헛수고일 것이 뻔했으므로 나는 일단 입을 다물고 있기로 했다.

하수구는 넓어 졌다 작아졌다 하기를 반복했다. 넓은 공간은 자동차가 지날 수 있을 정도로 넓었고 좁은 공간은 한사람이 허리를 숙이고 지나가야 할 정도였다. 경성의 하수도 시설은 무질서하고 무계획적인 증축에 증축을 거쳐 행정당국에서도 지하지도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하는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본 것 같았다. 물론 예산이 제대로 쓰였다면 그렇지 않았겠지만. 거의 두 시간 가까이 아무 말 없이 어두컴컴한 하수도를 걷기만 했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몸은 천근만근이었고 등 쪽이 이따금 욱신거려왔다. 다리는 최근 몇 년간 제대로 이토록 격렬하게 움직여 본적이 없으니 파업 직전의 상태였다. 젖은 신발 속의 발은 퉁퉁 불어서 더 이상 감각이 없는 듯 했다. 핸드폰은 아까 떨어뜨렸을 때 침수되었기 때문에 밧데리를 분리해 놓아서 시간을 확인 할 수도 없었다. 슬슬 심리적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을 때였다.

“이쪽이다.”

약간 넓은 하수구 길, 한쪽 벽에 한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구멍이 뚫어져 있었고 그 안에는 작은 공간과 계단이 놓여 있었다. 나는 약간 긴장되기 시작했다. 총을 가지고 있는 것도 그렇고, 평범한 집이라면 하수구와 연결되는 통로를 만들 이유도 없다. 좋지 않은 곳에 발을 들여 놓고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기 시작했지만 너덜너덜해진 몸은 더 이상 한계였다. 구멍 안으로 들어가니 좁은 공간이 나왔고 한쪽 벽에 계단이 그리 높지 않은 천장 까지 이어져있었다. 천장에는 위로 열수 있는 문이 달려있었다. 여자애가 닫혀 있던 문을 위로 들어 올리자 다시 평범한 건물 천장이 보였다.

“올라와.”

천장에 머리를 부딪치지 않게 조심해서 올라가자 나온 그곳은 창고 같은 방이었다

“문 제대로 꼭 닫아 냄새가 새어 들어오니까.”

이제는 바닥에 달린 문이 된 문을 나는 조심스럽게 닫았다. 그리고 우리는 창고라고 생각되는 방의 제대로 달려있는 문을 열고 나갔다. 잠시만 기다리라는 말이 들린 후 딸깍 소리와 함께 그 여자애가 불을 켜자 눈앞에 보인 것은 바로

“인쇄소?”

어디서나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인쇄소 그 자체였다. 커다란 인쇄기가 몇 개 놓여 져 있고 여기저기 종이박스가 쌓여있었다. 한 쪽에는 사무를 볼 수 있는 책상에 서류들이 쌓여 있었다. 창문은 보이지 않고 환풍기만 여러 개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은 지하에 있는 것 같았다.

“샤워실은 저기다. 갈아입을만한 옷은 가져다 줄 테니 들어가 있어라.”

여러 가지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일단 몸에서 올라오는 땀과 시궁창 냄새가 뒤섞여 형용할 수 없는 냄새가 나는 몸부터 씻는 것이 급선무였다. 샤워실 문을 열고 불을 켜자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좁은 공간과 샤워실을 구분해 주는 칸막이가 쳐져 있었다. 샤워실은 대충 두세 명이 동시에 씻을 수 있을 정도의 공간으로 보였다. 옷을 대충 벗어서 바닥에 놓고 안으로 들어가 물을 틀자 찬물이 쏟아졌다. 수도꼭지를 여러 방향으로 틀어 봐도 따듯한 물이 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젠장, 땀에 흠뻑 젖었다가 식은 몸 상태로는 아직 날씨가 덥다고 해도 찬물 샤워는 무리라고!’

하지만 씻지 않을 수는 없었다. 다행히 샤워용품은 샤워장 안에 놓여 져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사용하면 됐었다. 샤워를 마치고 칸막이를 열고 나가자 벗어놓았던 옷은 치워져 있고 대신 츄리닝 바지와 티셔츠 한 장, 슬리퍼가 놓여 있었다.

‘어느새 가져다 논 거지.’

샤워에 열중해서 인지 피곤해서인지 샤워실 문을 여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무주의에도 정도가 있지! 뭐, 주의한다고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나는 가져다 놓은 옷으로 갈아 입었다. 사이즈가 큰 것으로 보아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 여자애의 옷은 아닌 듯 했다. 옷이 조금 헐렁한 것보다는 역시 속옷은 가져다주지 않았기 때문에 안에 속옷을 입지 못한 쪽이 훨씬 신경 쓰였다. 그것 보다 내 옷을 전부 가져간 것은 세탁을 해 주겠다는 의미인가. 오늘 팬티 뭐 입고 왔었지?

옷을 전부 갈아입고 나가자 샤워실 문 앞에서 그 여자애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데나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

라는 말을 남기고 그 여자애는 샤워실로 들어갔다. 나는 한쪽에 놓여 져 있는 소파에 앉아 다시 한 번 내부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생각 보다 작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인쇄기들이 빼곡히 들어 앉아 있어 조금은 좁게 느껴졌다. 아까 나왔던 창고 같은 방 이외에도 벽에 문이 꽤 늘어서 있는 것으로 보아 여러 가지 방들이 있는 모양 이었다.

째깍 째깍 째깍

솨아아아-

시계는 새벽 2시 반을 막 넘기고 있었다. 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샤워장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함께 묘한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흠흠, 방금 전까지 의식하지 않고 있던 샤워장의 물소리가 조금 신경 쓰이기 시작했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다른 생각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 머릿속은 더 이상 생각하기를 거부했고 결국 다시 멍하니 들려오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집중하고 있었다.

‘아니야! 정신 차려라 야스무라 토우마! 저기서 샤워 하고 있는 것은 남자를 공중에 붕붕 날리지를 않나 멱살을 잡고 질질 끌고 다니는 괴력에, 입까지 거친데다 총질까지 해대는 범죄자라고! 그런데 어째서 이딴 것에 신경 쓰고 있는 거냐! 그래! 저런 건방지고 못 생......!’

찰칵. 끼이이익.

어느새 샤워를 마쳤는지 샤워장 문이 열리고 들어갔던 여자애가 한 손에 세탁물이 담기 투명비닐을 들고 나왔다. 처음 편의점에서 봤을 때부터 샤워실에 들어갈 때까지 눌러 쓰고 있던 모자도 그 비닐 안에 담겨있었다.

갸름하고 작은 얼굴, 얇지만 진하고 올 곧은 눈썹과 날카로워 보이는 눈매, 얼굴과 조화롭고 자연스러운 콧날, 붉은 기가 감도는 입술. 아직 앳된 느낌이 충만한 흰 피부. 다시 풀어 내린 긴 흑발은 물기를 머금고 찰랑거렸다. 새로 갈아입은 헐렁해 보이는 검은색 티셔츠에 진한색의 쇼츠 데님 팬츠는 편하면서도 활동적인 느낌을 주고 있었다.

‘......기지는 않았네.’

단순히 못생기지 않은 정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 생각했다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을 인정해야 될 것 같아 나는 그만 두기로 했다.

“뭐, 할 말이라도?”

“엇, 아니, 저, 얼굴을 제대로 본 것이 처음이다 싶어서”

젠장. 혀가 꼬여서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그 여자애는 나에 대해선 여전히 신경도 쓰지 않는 듯 들고 있던 비닐을 가지고 세탁실이라고 적혀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곤 조금 뒤적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잠시 후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다시 문을 닫고 나왔다.

“세탁이랑 갈아입을 옷은 고마워”

일단 예의상 감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

“무슨 소리지? 갈아입을 옷을 가져다 준 건 맞지만, 네 옷이라면 저기, 쓰레기봉투 안에 담아 놓았다. 내일 갈 때 잊지 말고 가져가라.”

“아, 예. 그러시겠죠.”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그 여자애는 어느새 어디선가 가져온 대걸레를 내 손에 쥐어 주며 우리가 하수구에서 올라오며 바닥에 흘린 오물들을 닦게 했고 자신은 탈취제 같은 것을 들고 다니며 뿌리기 시작했다. 거부할 힘은 남아 있지 않았다. 벌써 세시인가. 자고 싶다.

“소파 위에 이불을 올려놨으니 써도 돼”

소파에서 자라는 이야기군.

“오늘 밤은 마침 아무도 없지만 내일 아침이 되면 사람들이 들어올 거다. 추한 꼴 보이고 싶지 않으면 알아서 적당히 일어나”

그럼 평소에는 여기서 사람들이 지낸다는 건가, 뭐 샤워실에 세탁실까지 갖추어져 있으면 납득할 만하다. 내가 이불이 올려 져 있는 소파에 앉는 것을 확인하고선 그 여자애는 불을 끄고 침실이라고 생각 되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나는 이불을 적당히 펴서 소파위에 누웠다.

“으으윽”

등이 소파에 닿자 찌릿찌릿한 통증이 사정없이 후벼왔다. 아까 분명 골목에서 등짝을 쳐 박고 나뒹굴었을 때 최소 피멍정도는 들었을 것이 분명했다. 도저히 등을 대고 누울 수가 없어서 몸을 뒤척일 때마다 입에서 신음이 흘러 나왔다. 그래도 눈을 감고 이불을 덮고 누워있으니 지난 몇 시간이 꿈인 것처럼 느껴졌다. 어제와 똑같은 하루 일 뿐이었는데 갑자기 도둑을 쫒게 되질 않나 그 도둑이 사실은 도둑이 아닌 총을 가진 정체모를 여자애 인데다가 갑자기 이상한 남자들과 총격전을 벌이고 하수도 속을 두 시간 가까이 걸어서 도착한 곳은 의미를 알 수없는 인쇄소라니.

“들어와 봐”

빼꼼 열린 문틈 사이로 새어나온 불빛과 함께 들려온 못마땅하다는 듯한 목소리에 나는 다시 눈을 떴다.

“뭐라고?”

“들어와 보라고!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멍청아!”

나는 한숨을 푹 쉬며 소파에서 일어나 그 여자애가 있는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곳엔 두 세 명이 누울 수 있는 공간과 옷장, 옷걸이, 각종 가전제품, 생활용품들이 늘어져 있는 것이 영락없이 가정집 같은 분위기였다. 슬리퍼를 벗고 방바닥 위로 올라가자 앉으라는 손가락 질을 받고 나는 바닥에 앉았다.

“윗옷 벗어봐.”

“뭐?”

“이거, 붙여 줄 테니까 윗옷 벗으라고!”

등 뒤로 숨기고 있던 거 파스였냐. 진작 그런 거라고 말을 해주면 좋을 텐데 내가 지금 두근거리고 있는 것은 설명이 부족한 이 불친절한 여자애 덕분이지 결코 다른 의미가 있어서가 아니다. 이 여자애, 타인과의 의사소통에 절대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등을 돌리고 앉아 티셔츠를 벗었다. 아무리 이유가 그렇다고 해도 조금 부끄럽구만.

“......”

등의 상태를 살펴보는 것인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어깨 너머로 향긋한 샴푸향이 느껴졌다. 아까 처음 들어 왔을 때 방에서 느꼈던 은은한 좋은 냄새는 이것이 원인 인가. 향기로 보아 샤워실에 놓여있던 같은 샴푸를 쓴 것이 분명하다. 내 머리에서는 샴푸 향은커녕 다시 하수구 냄새가 올라오는 것 같은데, 왠지 치사하다. 그보다 이 샴푸냄새, 원래 이렇게 좋았던가.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오늘은 심장에 안 좋은 날인 것이 틀림없다.

“윽!”

“가, 가만히 있어!”

차가운 손끝이 내 등을 스치자 나도 모르게 움찔 하고 떨어버렸다. 진정해라! 나!

파스 포장지를 뜯는 소리와 숨소리만이 방에 울렸다. 어색함에 나도 모르게 발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다 됐다.”

“아, 고마워.”

등에 덕지덕지 붙여진 파스에서 차갑고 시원한 느낌이 느껴졌다. 나는 통증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것인가 같은 시답지 않은 생각을 했다.

“그럼 이제 나가.”

“알았으니까 옷 좀-.”

“나가!”

적어도 옷 정도는 입고 나가면 덧나나! 나가라며 발길질 까지 해대는 통에 나는 티셔츠를 손에 들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혔고 곧이어 불이 꺼졌다. 분명 저 여자애, 대인관계형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 라고 생각하며 나는 셔츠를 대충 입고 어둠속을 더듬어서 소파 위에 누웠다. 그러고 보니 내일 원래 여기 사는 사람들이 온다고 했지. 그 사람들은 평범하게 인쇄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인가? 저 여자애와 관계된 사람들이라면 분명 평범한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아예 일찍 일어나서 그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고 여기를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핸드폰이 작동되지 않는 지금 알람 같은 것을 맞출 방법은 없었다. 계속 이어지던 이런 저런 의문들이 점점 흐려지며 나는 나도 모르게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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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회  토요일 연재가 목표! 

한글로 쓰고 블로그로 옮기니 가독성이......

원래 1화는 작가가 평소에 쓰는 분량보다 많은 겁니다.

다음 주 부터는 고무줄 분량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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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ento Adminphtml Sales Order default sorting!


이름은 거창하지만 별거없는 관리기입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Sales 탭의 Order 메뉴를 확인했을 때, 비정상적으로 정렬되는 문제가 있더군요. 예를 들어 Order 번호가 1번인 것부터 순차정렬 @_@

When I found this error, my Magento Adminphtml Sales->Order grid was not functionally sorted. As I proposed below, Order was sortting by 1 to last order number.



해당 문제를 확인했을 때 제일 걸리던 부분이 어디냐 생각했냐면, 마젠토 내부의 Order 스크립트가 잘못된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So I've try  to figure out at Order Script in the magento Core, but it's wrong.

그래서 삽질하길 골백번, 스택오버플로우를 집처럼 드나들길 수차례.. 대부분 기본 View Order per page 만 나왔지만은..
I try to found same problem or guess from Google and stackoverflow.

허나 문제는 전혀 다른 부분에 있더군요.
Problem have been the Other side.






바로 요 부분!
Here it is!


/****/app/code/core/Mage/Adminhtml/Block/Sales/Order 의 Grid.php 의 42번 문단에서 setDefaultSort라는 문항을 발견해냈습니다..


/****/app/code/core/Mage/Adminhtml/Block/Sales/Order <= **** is your default Magento root directory.

Grid.php in 42th setDafaultSort function.


현재 스샷은 수정된 것으로 반영되어 있으나, 그 이전에는 Created_At 항목으로 기본 정렬이 설정되어 있어 만들어진 순서에 따라 정렬되어버리더라구요 @_@

This screenshot was shown as appended to 'real_order_id', but before it was sorted by 'Created_At' function.


원인을 확인한 후, 주로 필요로 하는 것은 real_order_id 항목이었기에 이 항목을 설정, 그리고 내림 정렬로 설정을 끝냈습니다.

After I found cause, I need sort as real_order_id function. so set to default as 'real_order_id' and DESC as setDefaultDir.


그리고 나선 문제 해결!

Problem Solved :D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 - 왜 미국 민주주의는 나빠졌는가」 매튜 A.크렌슨, 벤저민 긴스버그 지음 서복경 옮김


서문

1장 대중민주주의에서 개인민주주의로

- 현대적 시민 만들기

- 공공 행정의 새로운 과학

- 사회자본의 정치

- 누가 시민을 필요로 하는가?

- 개인민주주의의 짧은 역사

2장 시민의 부상과 몰락

3장 투표자 없는 선거

4장 오래된 후원 관계와 새로운 후원 관계

5장 흩어져야 산다

6장 대중에서 메일링 리스트로

7장 개인민주주의와 법리학

8장 회원 없는 운동

9장 공공의 것을 민영화하기

10장 누가 시민을 필요로 하는가?


※민주주의는 격렬한 동적 평형 상태이다?

인문사회분야에 관심이 많은 이공계생이 허세를 부릴 때 쓰는 말로 '사회는 격렬한 동적 평형 상태야'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려운 말이 아니에요.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평형'이라는 상태에는 두 가지 본질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동적 평형입니다. 동적 평형이라는 것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그 변화의 합이 0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상태를 말하죠. 5명의 계약한 마법소녀와 5명의 계약하지 않은 일반소녀가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매초마다 5명의 소녀가 계약을 맺어 마법소녀가 되고 5명의 마법소녀가 계약을 해지하고 일반소녀가 되면, 우리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일겁니다.

사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런 변화없이 일상이 흘러가는 것처럼 보여도, 그 속에는 수많은 격렬한 변화들이 오가며 그 일상을 지키고 있습니다. 오늘도 돈을 벌기 위해, 꿈을 이루기 위해, 또는 수많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변화해가기에 경제, 정치 같은 사회요소들이 돌아가고 사회는 유지됩니다. 오히려 그런 격렬한 변화들이 없으면, 사회는 변화없어 보이는 일상조차 유지되지 못하고 무너져버릴지도 모릅니다. 마치 루이스 캐럴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이야기 된 붉은 여왕 효과처럼 말입니다.

민주주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민주주의야말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견교환으로 유지되는 시스템입니다. 그런 개개인의 적극적인 변화라는 (소프트웨어/정신)이 없으면 투표와 같이 (하드웨어/정책)이라는 껍데기만 남겨버린채 붕괴해버립니다. 그런 민주주의 정책과 제도들은 시민의 참여와 협력이라는 정신을 전제조건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유지합니다. 시민의 참여와 협력이 없는 민주주의 제도들은 앙꼬없는 찐빵이요, OS없는 스마트폰이요, 소프트웨어 없는 하드웨어나 다를게 없습니다. 무늬만 민주주인 것이지요.

생물종의 진화, 경쟁, 민주주의, 이런 모든 것들이 마찬가지입니다. - 다음웹툰 '오늘은 자체휴강' 中


이 장에서 작가가 말하고 싶은게 뭐야?

작가는 민주주의가 어떻게 나빠져가는가를 이야기합니다. 나빠지려면 처음은 좋았다는 이야기도 하긴 해야될테니 짧막하게 언급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텍스트에 거쳐서, 작가는 다양한 사회요소들에 걸쳐 민주주의가 어떻게 개인화되어가고, 작아져가고, 나빠져가는가를 이야기하는데 집중합니다.

이야기는 투표율이 하락으로 시작합니다. 투표는 민주주의에서 가장 일반적인 대중 참여 수단이기에, 투표율 하락은 시민의 역할이 위축되고 있다는 가장 명백한 증거죠. 그 뿐만 아니라 시민의 역할이 위축된다는 것, 즉 시민 행동주의와 정치 행동주의가 퇴조하고 있다는 조짐들이 너무 많습니다. 민주주의가 나빠져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투표율 하락

이유는 간단합니다. 더 이상 정부(행정)와 의회(정치)가 대중의 지지와 협력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죠.

특별한 정치적 지위에 미국인들은 유권자의 정치적 지지를 조직하지 않고도 시장·법원·행정절차와 기타 정치 채널을 활용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 -본문 中

대중의 지지가 권력의 원천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정치 엘리트들은 집권하기 위한 경쟁을 펼쳤고 이 과정에서 대중을 동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죠. 그렇기에 정치인들은 그 충성심에 대한 대가로 정치적 권리와 유인을 제공했습니다. 공적 삶의 변방에 남겨져 소외받기 쉬운 저학력·저소득층들 역시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었습니다.

상황이 바뀐 것은, 20세기에 이어진 일련의 정치 개혁들이 시민들이 정치과정에 '개인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입니다. 예비선거제, 주민 투표제, 주민 소환제, 정책 공청회, 알 권리 보장법등 각종 제도들이 대표적이죠. 이런 제도들은 시민이 정부와 의회에 개인적으로 접근할 기회를 늘렸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함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자는 의식, 다시 말하자면 집단 동원의 유인은 줄어들었습니다.

엘리트들은 비엘리트들을 동원할 유인이 사라졌으며, 비엘리트들은 서로 함께할 유인이 사라졌다.  -본문 中

엘리트들은 더 이상 새로운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대중을 집단동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이미 형성된 지지층을 유지하고 주요 이익집단을 만족시키기만 하면 권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방면의 변화가 이런 현상을 가능케하였고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민교육부터가 그렇습니다. 반장, 회장등을 뽑고 학생 자치회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로 하여금 민주주의의 시스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운영되어온 시민교육은, 봉사라는 정부가 방치했거나 제공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서비스들을 생산하는 교육으로 변했습니다. 봉사 학습의 상당수는 사실 다른 사람들에게 어떠한 직접적인 도움도 제공하지 않는 환경정리나 미화프로젝트 같은 것들이죠.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활동을 하는 당사자들은 '개인적인 만족감과 자긍심'을 얻습니다. 거기에 더해 자신이 문제해결에 기여했다는 뿌듯함까지 얻죠. 정부와 의회에 대한 집단적 동원과 요구를 통해 해결하는 방식에서 눈을 돌리고 '개인적인' 활동을 통해 서비스를 실천하고 변화를 만들어 낸다는 '개인적' 만족감과 확신을 얻는데 그쳐버립니다. 주권 행사 훈련에서 봉사 활동으로 변질되어버린 겁니다.

봉사활동의 증가가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 성남시청인터넷방송국

공공행정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공공행정에 민주적 책임성을 묻고 시민을 정부의 소유자로 바라보는 인식은, 시민을 고객으로 변환하고 관리해야될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식으로 변했습니다. 당연하게도 시민의 역할은 '집단적인' 대중에서 '개인적인' 고객으로 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고객은 시장에서 개인적 필요를 충족하려는 개별 구매자다. 고객은 집단적 이해를 달성하기 위한 집단 동원에 참여하지 않는다. - 본문 中

또한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시민의 참여율이 줄어들는 것은 공동체 정신·시민 의식·이타주의같은 사회자본들이 부족해져서가 아니며, 오히려 그런 사회자본들의 축소 역시 정치적 리더십이 대중을 동원하는데 실패하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시민사회는 정치의 산물이며 시민사회의 부재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중략)…만약 시민들이 수동적이고 정치에 무관심하고 개인적 관심사에 매몰되어있다면, 그 이유는 우리의 정치 질서가 더는 정치에 대한 집단적 참여의 유인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 본문 中

이런 과정들 속에서 시민들에게 남겨진 선택지는 하나뿐입니다. 그것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적 이슈를 제기하고 공공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봉사활동을 하며 정부가 제공하지 못하는 것들 - 환경, 미화, 노숙자에게 식사제공 등 - 을 직접 생산하고 개인적인 만족감을 얻는 것입니다. 이렇게 대중을 기반으로 정착된 제도들은 도리어 대중없이도 작동하면서 대중으로부터 괴리되고 대중을 개인화하고 해체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대중민주주의가 개인민주주의로 작아져 간다는(다운사이징) 의미인 것입니다.


파트별 주요 논지와 인용문 구성


(목차로 나뉘지 않은 본론)

현대적 시민만들기

공공행정의 새로운 과학

사회자본의 정치

누가 시민을 필요로 하는가

개인민주주의의 짧은 역사


목차가 없는 본문에서 인용문을 따와보았습니다.

정부를 민주화-법원에 접근하거나 행정 규칙의 제정 과정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의 확대 등- 하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는 오늘날의 개혁조치들은, 실제로는 정치 엘리트들이 대중 정치의 장을 우회해 민주적 지지를 동원하지 않고도 권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 본문 中

'현대적 시민만들기'부분에서 인용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선거 연습에서 '학생 봉사 학습'으로의 분명한 전환이 있었다. …(중략)…전통적인 시민교육은 학생들이 급우들과 학급, 팀, 학교를 운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료 시민들과 더불어 나라를 통치할 수 있도록 가르쳤다. …(중략)…봉사 학습에 참여한 전체 학생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떠한 직접적인 도움도 제공하지 않는, 환경이나 미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한다. …(중략)…시민활동가들은 지역사회 봉사 프로젝트는 선호하지만 '정치'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중략)…우리는 정부에 대해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수행하며, 그럼으로써 서비스를 실천하고 변화를 만들어 낸다는 개인적 만족감과 확신을 얻는 것이다. - 본문 中

'공공행정의 새로운 과학'부분에서 인용문입니다.

고객은 집단적 이해를 달성하기 위한 집단 동원에 참여하지 않는다. .…(중략)…시민은 고객으로 강등되었고, 공공 행정은 고객관리로 격하된 것이다. - 본문 中

'사회자본의 정치'부분에서 인용문입니다.

공식적인 결사체와 비공식적인 사회화가 협력의 습관을 심어주었고 사적 이해를 공공 정신으로 승화시켰지만, 이제 민주적 시민권의 실천을 지탱했던 사회적 유대는 약화되었거나 해체되었다..…(중략)…시민사회는 정치의 산물이며 시민사회의 부재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 본문 中

'누가 시민을 필요로 하는가?'부분에서 인용문입니다.

시민권이 담지한 내용은 피치자와 국가의 수직적 관계 그 이상이다. …(중략)…동료 시민들과의 관계, 그들을 하나의 정치 공동체로 묶어 줄 수 있는 혈연, 신념, 문화적 유대를 포함한다. …(중략)…국가를 통치하는데서의 역할, 국가 권위에 대한 지지라는 행태적 함의도 갖는다. …(중략)…만약 시민들이 수동적이고 정치에 무관심하고 개인적 관심사에 매몰되어 있다면, 그 이유는 우리의 정치 질서가 더는 정치에 대한 집단적 참여의 유인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중략)… 국가는 집단 행위 대신 개인 권리를 강조하며, 집단 이익의 표출이 아니라 개인 선택을 장려하는 정책 집행 장치들을 개발하고 있다. - 본문 中

'개인민주주의의 짧은 역사'부분에서 인용문입니다.

정부가 대중 없이도 공공 업무를 관리하는 법을 배우면서, 공공 정책의 수정이나 정치제도의 변경을 요구하는 대중 동원의 기회 역시 줄어들었다..…(중략)…현대 이익집단들이 대중의 지지를 동원하기보다 소송, 연구, 여론조사, 기금 모금과 언론과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중략)…민주주의를 개인화하는 경향으로, 이들은 시민들이 개인으로 정치, 정책 결정, 행정에 접근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집단행동의 빈도와 필요성을 감소시키려 했다..…(중략)…시민들에게 남겨진 한가지 선택지는, 정치적 이슈를 제기하거나 공공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재를 직접 생산하거나 봉사활동-환경 정화 또는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일 따위-을 하는 것이다. - 본문 中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 - 왜 미국 민주주의는 나빠졌는가」 매튜 A.크렌슨, 벤저민 긴스버그 지음 서복경 옮김


※시작하기전 - 서론 읽기

서론을 지나치는건 정말 쉬운 일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론을 안읽죠. 어차피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길고 긴 본문에 수두룩하게 적혀있을 겁니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은 서론을 읽을 필요를 못 느끼겠죠. 사실 공대생이라 그런 경향이 조금 더 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공대 전공서적이라는게 으레 그렇듯, 서론은 커녕 본문에 있는 줄글조차 잘 안읽고, 중간 중간에 있는 공식 정도나 읽게 되죠.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 작가의 입장에서 서론이라는 것은 독자와 만나는 첫 대면식입니다. 마치 소개팅의 첫 만남마냥, 아무리 숙련되고 익숙해져도 설레고 또 설레는 기회가 되는거죠.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소개팅의 첫 만남에서 각종 호구조사가 이어지는 것처럼, 작가 역시 이 공간과 시간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어필할 기회를 가집니다. 적게는 2~3페이지, 많게는 10페이지, 어떤 변태는 가끔 서론으로 100페이지를 쓰기도 하지만 그 정도는 취존의 영역으로 모셔두고, 그 정도의 범위에서 작가는 마음껏 자기 작품을 어필하고 싶어하죠.

그래서 서론 읽기가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자기 작품을 어필한다는 것은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지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본문에서 오가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을겁니다. 갖가지 논증과 논리, 맥락과 비판들이 오고가며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빚어나갈 것입니다. 가끔은 삼천포로 빠지기도 하고, 더 자세한 설명을 위해서 조금 논점에서 벗어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죠. 서론 읽기는 그 많은 들 중에 작가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줍니다. 뭐가 주장이고 근거인지, 뭐가 논리이고 논증인지, 뭐가 핵심이고 뒷받침인지 구분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이죠.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 서문으로 읽기 1 - 대중의 정치 참여에 의지해온 역사

이 책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의 서문은 시민참여가 정치에서 중요했었음(과거형)을 지적하며 시작합니다. 전체 6페이지 정도되는 서문 중에서 이 파트는 두 문단 정도로 짧은데요, 중요한 문장을 다음과 같이 몇개 인용해보았습니다.

1)시민들은 서구가 세계의 많은 지역을 정복할 수 있도록 국가에 행정력과 강제력 그리고 추출능력을 제공하는 중추적 역할을 했다. 2)시민들은 그 대신 법적 권리, 연금, 그리고 잘 알려진 바대로 투표권을 포함한 다양한 보상을 받았다.(중략)…3)정부가 평범한 시민의 지지와 협력에 의존했던 것은 대중의 정치 참여를 넓히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 - 본문 中

군인이 있어야 전쟁을 합니다. 군인을 뽑으려면 입대하려는 시민이 있어야죠. 군인들 먹여살릴 돈도 필요할겁니다. 그 돈 역시 시민들이 세금으로 냅니다. 그것이 바로 1)번 문장의 의미입니다. 전쟁이 대표적이지만, 국가가 하는 일이 커질수록 시민에게든 그 시민들이 내는 세금에게든 점점 더 의존할 수 밖에 없어집니다. 그리고 원래 힘이라는게 한번 맛보면 더 키우려고 하지 줄어들지 않습니다. 국가라고 그 욕심에 끝이 있을리 없죠.

그렇다고 국가가 한정된 숫자의 시민들에게 무작정 의존할 수 도 없는 것 아니겠어요? 2)번 문장은 국가가 시민의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대신 무엇을 보상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원래 시민이라 불리는 계층은 일부 백인 남성밖에 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해야할 일이 많아지면 시민도, 거둬야할 세금도 부족해집니다. 원래 시민이 아니었던 소외계층들 중에서도 군인을 뽑고, 세금을 거두고, 대신 그들이 원하는 투표권을 보장합니다. 여성도, 빈곤층도, 아스카파도, 레이파도 모두 평등하게 한표를 행사할 수 있는 보통선거의 원칙은 사실 이렇게 탄생한 것이죠.

짧지만 강력하게, 이 두 문단은 시민이 국가와 정치의 중심이 되었던 이야기를 합니다. 국가는 시민의 지지와 협력을 필요로 했고, 대중은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얻어내고 정치의 주역이 되었습니다.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 서문으로 읽기 2 -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시민의 지지와 참여

앞선 이야기가 오늘날도 지속되는 이야기였다면, 이 책이 쓰였을리가 없겠죠. 이름부터가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인데, 안좋아지는 이야기를 쓰는 느낌이 나잖아요. 좋은 이야기가 먼저 나오면 뒤에는 안좋은 이야기가 따로 오게 되있습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죠. 갑자기 좋은 일들이 연달아 일어난다면 당황하지말고 다가올 불운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평범한 시민들의 참여 없이도 군대를 모으고 세금을 걷고 정책을 집행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중략)정치 엘리트들이 대중의 정치 참여에 의지하지 않고 권력을 유지하며 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중략)정치 엘리트들은 유권자 대중을 주변화했고, 점차 법원과 관료들에 의존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고 있다. 새로운 통치 기술들이 대중을 사적 시민들의 집합으로 해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 본문 中

원래 다 시민의 지지와 협력을 필요로 했던 일입니다. 근데 시민이 필요없어진 거에요. 시민에게 참여를 호소하고 지지와 협력을 부탁하지 않아도, 군인 잘 뽑고 세금 잘 걷고 정책 잘 시행합니다. 정치는 더 웃기죠. 모든 권력은 시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는데, 시민이 필요가 없어요. 사실 우리도 당장 내가 사는 지역구의 국회의원이 누군지도 모르지만 그 국회의원들 알아서 잘 정치하고 다니잖아요? 아무 문제 없는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참 답없는 현상이죠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의 경험은 집단적인 것이 아니라 점점 개인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다. (중략)평범한 미국인들은 시민에서 고객이라고 불리는 존재로 변해왔다. (중략) '고객들'은 집단으로 정치과정이나 통치 과정에 참여하도록 권유받지 않는,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개별 수혜자들이다. (중략)시민들은 공공의 목적을 위해 창조된 집단적 존재로, 정치 공동체의 구성원들이다. (중략)고객은 시장에서 개인적 필요를 충족하려는 개별 구매자들...집단 이익을 달성하기 위한 집단 동원이 빠져 있으며...고객이 연방 정책의 내용과 집행에 실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작가는 본격적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합니다. 국가(행정)과 정치가 시민의 지지와 협력을 얻기 위해서 발버둥치던 좋은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사람들은 집단을 이루어 집단 이익(투표권, 법적 권리)등을 요구하죠. 이젠 더 이상 그렇지 않습니다. 국가가 시민들을 '시민'이 아니라 '고객'이라고 다루기 시작하고, 그것이 결국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의 경험이 '집단적'이었던 과거에서 '개인적'으로 변해가는 현 실태입니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 투쟁이 자신들을 필요로 하지 않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중략) 정부는 시민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시민들은 경제나 부양하고 방해되지 않게 얌전히 있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다는 말이다.

작가는 2000년 미 대선에서 일어난 플로리다 상황을 직접적으로 인용합니다. 투표는 대중의 정치 참여 중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런데 투표와 관련된 문제에 일말의 대중적 정치 행위도 저항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후보조차 '이것은 여론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인 문제'라고 단언합니다. 언론은 미국 민주주의가 성숙한 모습이라고 하지만, 작가는 다르게 진단합니다. 

국가는 시민의 지지와 협력을 필요로 했었고 시민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였지만, 이제 그것을 필요로 하지 않고 요구하지도 않으며 시민들 역시 정치 참여로부터 떠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작가가 서문을 통해 하고자 했던 말입니다.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 목차로 엿보는 그 의미와 주제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라는 말은 결국 민주주의가 '대중'에 대한 이야기였다가 '개인'에 대한 이야기로 작아져간다는 의미일겁니다. 그렇기에 '대중민주주의'에서 '개인민주주의'로 라는 제목을 1장에서 채택했겠지요. 사실 1장의 역할도 서문과 비슷할때가 많습니다. 본격적인 논증에 앞서 무슨 이야기를 할지 설명하고 구체화시키는 것이지요. 그리고 뒤따라오는 이야기들은 1장에서 이야기한 논리를 증명하기 위한 부연설명들과 증거들입니다.

특히나 이 책은 현 상황을 분석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줄어드는 참여율, 정치 엘리트들과 시민과의 괴리, 민주주의의 여러 장치들이 그 원래 의의를 잃고 시민 없이도 작동되는 모습들에 대한 추적을 통해 왜 문제인가를 말하고 싶은 것일 겁니다. 뒤따라오는 장들의 제목들이 해결책 제시보다는 분석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는 것에서 그 의도를 엿볼 수 있지요.

이 많은 문제들이 우리 역시 가지고 있는 문제들이기 때문에, 비록 미국의 현 실태에 대한 이야기일지언정 우리 역시 생각해볼만한 지점이 많지 않을까 합니다. 1장은 다음주에 올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좋은 꿈꾸시길 바라며. fin.


MPI를 사용하기 전에, 먼저 기본적인 개념들을 알아봅시다.


1. 프로세서 & 프로세스(Processor & Process)

먼저 프로세서와 프로세스의 차이점을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프로세서는 "연산을 수행하기 위한 기본적인 하드웨어 단위"이며, 프로세스는 그 안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뜻합니다. 고로 한 프로세서에 한 프로세스가 돌아가는 것이 제일 효율이 좋겠죠?

OpenMP는 스레드 기준으로 작업을 할당하지만, MPI는 프로세스를 기준으로 하여 작업을 할당합니다. 따라서 OpenMP는 여러 노드를 이용한 병렬화를 시키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MPI는 가능합니다(두개를 같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이 각각의 프로세스를 다루게 될 겁니다.


2. 메세지(Message)

각각의 프로세스들이 작업을 수행할 떄, 서로가 통신을 할때 쓰이는 개념입니다. MPI에서는 이 메세지를 이용해서 데이터를 주고받게 되는데요, 이 때 메세지를 어떻게 주고 받을 것인지에 따라서 프로그램의 효율이 많이 차이나게 됩니다. 통신 cost가 상당히 높기 때문이지요.


3. 태그(Tag)

메세지를 구분하기 위해서 꼬리표를 붙입니다. 한번에 여러개의 메세지를 보낼 때 활용할 수 있습니다.


4. 커뮤니케이터(Communicator)

통신할 수 있는 프로세스들의 집합입니다. 같은 커뮤니케이터 안에 있는 프로세스들끼리만 통신이 가능하고, 한 프로세스가 여러 커뮤니케이터에 묶일 수 있습니다. MPI는 기본적으로 MPI_COMM_WORLD라는 커뮤니케이터를 제공합니다.


*커뮤니케이터와 프로세서의 관계를 간단하게 그려보았습니다. MPI_COMM_WORLD 커뮤니케이터는 병렬프로그램에서 사용되는 모든 프로세스를 포함합니다.


5. 랭크(rank)

프로세스들을 구분짓는 방법입니다. 여러 프로세스를 다루게 되기 때문에, MPI에서는 이 프로세스들을 컨트롤하기 위해 랭크라는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0번부터 각 프로세스에 할당이 되며, 각각 프로세스마다 다른 일을 시킬 수 있죠.


대강의 MPI에서 사용되는 개념을 살펴봤는데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예제를 통해서 저 요소들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병렬 프로그래밍 이야기"라는 카테고리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병렬 프로그래밍에 관련된 자료를 정리할 예정입니다.

병렬 프로그래밍이라는 단어가 별로 익숙치 않으시는 분도 많으실 거 같은데요, 말 그대로 '한 작업을 여러 컴퓨터에게 나누어 일을 시키는 작업'입니다. 그냥 알아서 나눠서 시키면 되지 않을까? 란 생각을 하시는 분도 계실지 모르지만, 이 작업이 그렇게 간단하게 알아서 되는 작업은 아닙니다. 직접 병렬화 코드를 짜 주어야 합니다.

이 때, 병렬화를 위해서 자주 쓰이는 몇가지 언어가 있습니다. OpenMP, OpenMPI, OpenACC 등이 있지요. 저는 그 중에서도 MPI에 대해 정리를 해 볼 생각입니다.


왜 그런고 하니, 제가 병렬 프로그래밍 관련 자료를 열심히 찾아보던 중에, 한글로 된 MPI 관련 자료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서 직접 정리를 해 보면서 공부도 하자! 라는 생각에 시작하였습니다.

메시지 전달 인터페이스(Message Passing InterfaceMPI)는 주로 C와 Fortran에서 쓰이는 병렬화 프로그래밍입니다. 각각의 프로세스를 관리할 수 있고, 각 프로세스마다 통신을 하며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어있죠.

먼저 MPI 시스템의 기본 구조를 정리하는 것 부터 시작하여, 점 대 점 통신, 집합 통신, 토폴로지 등의 내용을 정리할 예정이구요, 예제들도 이곳저곳에서 찾아보며 작성해 볼 생각입니다.

그럼 같이 빢치는재밌는 병렬 프로그래밍을 공부해 봅시다!



제목짓기

책읽는 공대남자. 이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이 제목이 '예쁜 여자', '멋있는 남자' 같은 것들처럼 자연스러워서는 아닐겁니다. 도리어 '따뜻한 슬러쉬', '예쁜 남자' 같이 두 단어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에서 말하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책읽는 공대남자'는 좁게는 '건강한 대학원생', '떼돈버는 이(공)학박사' 같은 말부터 넓게는 '갑을 없는 수평적인 분위기의 랩실', '교수사회와 대등한 학생사회', 마이너 하게는 '주인공은 인덱스(금서목록)', '거유로리'같은 말들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대중적으로 말하자면 '개소리'란거죠.


※ 왜 하는데?

제가 공대생이고 제가 책을 읽기 때문입니다.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겁니다. 이유가 어딨어요. 사람이 하는 일들의 가장 큰 이유는 재미입니다. 높으신 분들이 그걸 몰라요. 노잼그로기인 일은 돈버는 재미조차 없다면 몇억을 줘도 그만두게 되있습니다.

출처: TIG


※ 뭘 하는데?

책을 읽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합니다. 주1회 책 내용의 일부를 읽고 이야기를 합니다. 책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책과 관련된 다른 내용일수도 있습니다. 가능한 원문에 충실할겁니다. 왜냐면 대부분이 제 전공 밖의 책들일 것이거든요. 통섭이 유행하는 시대이긴해요. 범학문적 접근이라는 논리가 판을 치는 시대입니다. 반은 두 개 이상의 분야 중에 하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얕음을 넓음으로 포장하려는 사기입니다. 기체분자운동론에서 기체분자를 사람으로 대체시키면 집단을 분석할 수 있다같은 이야기가 대표적이죠. 이 문구에 의미가 없진 않지만, 이 논리가 사회의 모든 것은 과학과 공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근자감으로 정말 쉽게 진화합니다. 안대 안낀 아스카와 안대 낀 아스카는 똑같은 아스카다라는 수준이죠. 그건 안대 안낀 아스카와 안대 낀 아스카에 대한 모욕입니다. 우리는 마땅히 이 모욕적인 언행과 발언에 대해서 투쟁노선을 쟁취해야만 할 것입니다. 저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지켜온 아스카의 팬으로써 모든 아스카를 존중합니다.


※ 왜 공대남자인데? 왜 책인데?

이(공)계생에게 그들의 전공은 먹고살기 위해 넘어야할 과제와 프로젝트와 시험의 똥덩어리만은 아닙니다. 그들의 전공은 그들이 존재하는 세상(자연)을 바라보는 눈이 되어줍니다. 근데 아쉬운건 그 전공이 살아가는 세상(사회)을 바라보는 눈이 되어주기에는 부적합한 점이 좀 있죠. 양쪽 눈이 골고루 작동해야 세상을 풀HD 입체로 생동감있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물론 한쪽 눈만으로도 살아가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좀 아쉽잖아요. 야동도 1080p에 이제는 3D를 넘어서 4D까지 시도하는 세상인데!

책은 그 다른쪽 눈을 뜨게 해줄 수 있는 유용한 방편 중 하납니다. 유일하진 않아요. 책만 읽으면 세상의 모든 것을 알 수 있고 지적인 능력이 향상되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악질적인 약팔이들입니다. 무안단물이야기를 하면 피식 웃는 사람들이 책 이야기를 저렇게 하면 그렇구나 하고 덥썩 미끼를 뭅니다. 안그래요. 사람들과의 대화도, 웹서핑도, 맛폰서핑도 세상에는 다양한 수단들이 참 많아서 살아가는 세상을 느끼게 해줍니다. 책의 장점은 오래되었고 검증되었고 익숙해지면 효율이 높다는 것 정도죠.

전형적인 공대남자가 책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더듬어나가는 이야기를 할겁니다. 거기서 무슨 맥락을 얻으실지는 여러분 몫입니다. 책 내용이든, 공대생이 책에 익숙해져가는 방식이든, 비전공자가 바라본 타 전공분야 이야기든 말이지요.


"열화 신난다!"


2013 / 11 / 20 지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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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은 '빙과'와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 '푸른 강철의 아르페지오', '역시 내 청춘 러브 코메디는 잘못됐다.'.


기타 진격의 거인 3권과 마르두크 벨로시티, 짐승사냥과 나나와 카오루는 소장 및 호기심.


'푸른 강철의 아르페지오' 는 애니메이션을 보다보니 재밌더라구.


지금 읽고 있는 '소드 아트 온라인 - 프로그레시브 -' 정독이 끝나면 바로 읽을 예정.



Millitary!


어떤 이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고, 어떤 이들에게는 다시는 듣고싶지 않은 개X레기 같은 단어일 것이다.


사실 밀덕후는 이상하다고 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미묘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컬쳐 집단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도 그럴게, 밀리터리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 보기에 징병제 때문에 가고싶지도 않은 군대를 국가에서 "님 입대" 해서 들어가가지고 2년 가까운 세월을 시궁창에 투척하고 뇌세척을 당해서 학점도 시망하고 스타일도 시망하는데 누가 미쳤다고 그런 곳을 찬양하고 동경하겠는가? 차라리 "나의 아스카 쨩은 그러지 않아!" 같은 대사와 함께 동경하는 인물을 옹호하며 한 사회적 위치 희생하면서 투쟁을 부르짖는게 견실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건 따라간다고 해서 2년이란 시간을 공중분해하고 기껏 몸 굴려놨더니 대접 못 받는 취급은 안 당하지 않는가. 뭐, 사회적으로 여러가지 중요한 걸 잃어버릴 수는 있겠지만.


저건 아무래도 좋고, 중요한 건 이거다. 우리나라는 의무 복역이라는 주옥같은 이벤트 덕분에 "군대으아아아아아!" 같은 느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이걸 쓰는 필자도 아직-다음달에 들어가는 예비 고인이지만-미필이고, 제대하고 나서 똑같이 군대의 ㄱ자만 들어도 복학생 히스테리를 일으키며 이불에 각을 잡고 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다. 하지만 필자가 그렇게 되던 말던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는 "군대"가 일반인들에게 있어서 상당히 삐뚫어진 이미지로 박혀있다는건 사실이고, 때문에 밀리터리 매니아, 요즘은 밀덕후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아닌 입장에서는 그런 군대를 탐구하는 사람들이 마치 다른 국적인 것 마냥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군복무"는 태고적부터 "국민으로서 인정받는 성스러운 행위"로 여겨졌다. 군인 독재라던가 지저분한 역사도 있지만, 대체로 그 지저분한게 아직 덜 쌓였던 고대로 올라갈수록 "농민병"이 아닌 "군인", 즉 무사나 장수는 동경의 대상이자 국가의 자랑이었다. 뭐, 후자는 지금도 비슷한 느낌이긴 하다만, 어쨌든 지금 우리나라의 인식보다는 1만 하고도 2천배 정도 나았다고 보면 된다. 굳이 고대까지 올라갈 것도 없고, 당장 미국의 남북전쟁 이라던가 모병제 군사강국 같은 곳을 보면 우리나라와 인식의 차이가 확연하다. 미군만 봐도 럼스펠트와 친구들이 이라크에서 똥 싸기 이전엔 제대로 된 애들이 자부심 가지고 모인 곳이었으니까. 돈 없는데 해외로 여행가는 방법으로 입대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여하튼 아무래도 국민이 자국 군대를 싫어하는 건 역시 실리적으로도 보기에도 안 좋고, 또 국가를 지킨다는 의미가 많이 퇴색된 것 같아서 이 글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보면 된다. 꿈과 희망을 전파하는 밀리터리 이야기라고나 할까? 핑크빛 밀리터리 세계의 이야기로 군대의 중요성과 인식을 재확인하는 계기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는 개소리죠 X팔


인류 역사에서 "군대"라는 조직이 정말로 아무런 실리의 계산 없이 움직인 경우가 있을까? 있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애국"과 "정의"라는 단어가 얼마나 주관적이고 개차반같은 단어인지 안다면 군대를 움직이는 "명분"이 얼마나 개X레기 같고 X 같고 X신 같은 물건인지 알 것이다. 애초에 인간이 인간과 싸우는 이상 고등학생만 되어도 양쪽 입장을 생각해보면 변기에 앉아 똥이나 싸면서 조금만 고민해도 명분이고 나발이고가 결국 다 개떡같은 이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차원을 건너서 헬던트까지 날아가 오우거랑 싸우거나 외계인이 쳐들어와 인디펜던스 데이를 찍는게 아니라면 말이다. 아니, 굳이 똥 싸러 갈 것도 없고, 코딱지 파면서 잠깐만 떠올려도 좋다. 전쟁에서의 "정의"란 승자 독식의 빛깔 좋은 포장지라는 것을 단호히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가?


근데 이러면 또 "군대가 하는게 결국 전쟁인데 그게 다 지들 잇몸 채우기 위해서면 대체 전쟁이 우리에게 해주는게 뭐가 있어? 군대 OUT!"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은 말로 까는게 아니라 진짜 뒤통수를 후려갈기면 된다. 이건 아예 생각을 안 하면서 살아간다는 거니까. 물리력으로 뇌세포를 진동시켜서 깨우는 것이 가해자에게도 피해자에게도 이득이 된다. 대신 경찰과 법원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 알아서 처신하도록 하자. 왜 저게 틀리냐고? 생각해 보시오.(2점) 결과물은 제출하고 싶은 사람만 제출하시오.


하여간, 이 글을 쓰면서 앞으로 하고자 하는것은 이거다. 감정을 떨어뜨리고 바라보는 군대, 밀리터리.


애국심 같은 적당히 조물딱 거리면 맛있어보이는 팬케이크 같은 것이 아니라 이해득실을 따져가면서 군사와 전쟁을 한번 바라보자는 것이다. 틀린 부분, 이상한 부분, 납득하지 못할 부분도 있겠지만, 그건 그냥 태클을 걸면 된다. 괜히 뒤에서 이상하다 하지 말고 댓글로 바로바로 !킥을 날려줍시다. 나는야 고통에 익숙한 밀덕후. 어쨌든 이러쿵 저러쿵 해도 배워가는 입장이니 자기 글에 자신이 없는 만큼 얻어맞을 준비는 되어있다. 틀렸으면 고치면 그만이지. 나도 이런 소리만 하고 있다가는 정신분열이라도 걸려서 쓰러질테니 아무래도 좋은 단발 소재 같은 것도 쓸 예정이다. 적당히 구라도 치고 드립도 칠 거니까 100% 믿으란 말은 애초에 안 할거고.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처럼 X나 애매한 놈이 될 수도 있고, 별 미X놈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음모론이네 해석오류네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뭐 어떤가. 농담처럼 주고받던 전세계 인터넷 감시 썰도 사실로 드러나는 마당에 이것도 저것도 단정짓고 사고의 길을 막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로망도 없고 꿈도 희망도 없는 염세적인 밀덕후 하나가 완전 직설적으로 뻘글 싸지르는 것이고,  이걸 보다가 뭔가 얻을 게 있다면 얻어가면 좋은거고 아니면 그냥 병X 취급하고 가면 되는거고.



그래서 언제 다음편이 나오냐고?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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