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지는 않았지만 갑작스레 테이블을 내려치는 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솔직히 주인공 말이야! 나쁜 보스의 딸이 아니라 함께 싸우던 그 동료를 돌아 봤어야 하는 거 아닌가?”

영화 쪽의 이야기 인가!’

 

아까 본 영화엔 대립하던 조직보스의 딸 의외에도 러브라인이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함께 정의를 위해 싸우던 여자 동료였다. 그 여자동료는 주인공에게 고난이 닥쳤을 때 옆에서 함께 싸워나가며 주인공에게 연정을 쌓았고 조직보스의 딸과 대립하며 극중 긴장감을 높였다. 하지만 결국 주인공이 선택한 것은 아버지를 돕는 것을 그만 두고 사랑을 선택한 조직보스의 딸 이었다.

 

아니 어떻게 함께 동고동락 하면서 힘이 되어준 여자를 내팽겨 치고 딴 여자를 선택 할 수가 있지!”

, 좀 진정해요.”

? 네 놈도 같은 상황이 된다면 그럴 생각인 거냐? 너라면 누구를 선택할 건데!”

? 아니 그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상황이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잖아요!”

오호라 그래서 너도 그 나쁜 조직보스의 딸을 선택하겠다 이거지! 이 의리 없는 자식!”

, 잠깐 이건 좀 놓고!”

 

영화를 보고난 후에 인물들에게 감정을 이입시키는 타입이었던 건가! 우리가 한바탕 우당탕 거리며 자리에서 들썩거리자 주변 테이블의 사람들의 사람들이 이쪽을 의식하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붙잡힌 멱살을 간신히 풀고 젓가락을 대신 여자애의 손에 쥐어주었다.

 

우동 불으니까 빨리 먹기나 해요!”

 

그녀는 나를 쏘아보며 구시렁거리긴 했지만 주변을 의식했는지 곧 우동을 먹는데 열중하기 시작했다. 우롱하이에는 알코올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 덕분인지 다행히 그렇게 취한 것 같지는 않았다.

 

또 오십시오!”

 

나보다 빠른 속도로 우동을 먹어치우는 그녀 덕분에 나는 우동을 먹는 둥 마는 둥 해치우고 가게를 나왔다. 그러고 보니 먹는 거라면 사양치 않고 잘도 먹어대는군. 길거리는 조금 한산해졌고 귀가를 서두르는 사람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슬슬 돌아가야겠지.’

 

가게에서 나오면서 본 시간은 11시가 막 넘어가고 있었다. 통금시간이 가까워져 오고 있었지만 아직은 되돌아가기에 충분히 시간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나는 서두르지 않고 머릿속으로 왔던 길을 되짚어 보았다.

 

전 이제 집에 갈 건데 어떻게 하실 거 에요?”

뭘 말이지?”

그러니까 언제까지 계속 이렇게 따라오실 생각입니까.”

네가 집에 들어가는 순간까지인 것이 당연 한 거 아닌가? 물론 네놈 집 안에도 이미 도청 장치가 설치되었으니 딴 마음먹을 생각은 접는 것이 좋다!”

 

이대로 물어보지 않고 모른 채 집으로 돌아가 집에서 동영상 감상이라도 했다면 큰일 날 뻔 했다. 집이 무단 침입당한 채 도청장치까지 설치되었다는 것보다 그쪽이 더 걱정이 되는 것은 남자라면 누구나 그렇겠지.

 

그래서 우리 집까지 갔다가 돌아가는 것은 괜찮은 겁니까.”

이동수단은 있으니 네가 걱정할 필요 없다.”

아 예, 그러시겠죠.”

 

나는 짧은 한숨을 쉬고 아까 왔던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워낙에 낡은 건물이라 기술만 있으면 마음대로 들어올 수 있는 것은 그렇다 쳐도 도청기는 대체 어디다 숨긴 거지 침대 밑? 아냐, 그럼 잘 들리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고 책상 밑은 너무 빤하니까 아닐 가능성이 크다. 젠장, 찾기 전엔 오늘 잠은 다 잤군. 근데 뭔가 주위가 소란스러운 것 같은데.

 

!

 

으억!”

 

우당탕!

 

으으! , 뭐야!”

 

이런 저런 잡생각을 하면서 걷는 도중 나는 옆에서 갑자기 날아온 누군가와 부딪혀 엉켜 길바닥을 나뒹굴었다. 갑작스런 상황에 놀라 다시 벌떡 일어나려고 했지만 누군가 내 위를 누르며 쓰러져있었다.

 

어이! 형씨 미안하게 됐구만 낄낄.”

그러니까 우리가 좋게 좋게 이야기할 때 좀 이야기 좀 들으쇼. 지나가는 사람한테 피해까지 주면서 이게 뭐요. ?”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니 누가 봐도 건달로 보이는 양복을 입은 남성 두 명이 서 있었다.

 

으으

 

내 위에 쓰러져 있던 남성이 신음을 내며 몸을 일으켜 세웠고 나도 얼얼한 팔꿈치를 주무르며 일어섰다.

 

여보!”

아빠!”

 

건달들이 서있는 너머로 셔터가 반쯤 내려진 가게가 보였다. 그리고 그 입구에 중년의 여성과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딸이 어쩔 줄 몰라 하며 서 있었다.

 

여기서 장사를 하려면 제대로 세금을 내시라니까아.”

나는 제대로 국가에 세금을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들한테 왜 돈을 줘야 한단 말입니까.”

국가? 푸하핫! 국가라고? 이 땅에 대체 어떤 국가가 세워져 있다는 말이지? 말해봐! 주인 양반! 자네가 세금을 내고 있는 국가는 대체 무슨 국가야? 난 평생 살면서 들어 본 적이 없어!”

, 계속 이러시면 경찰을 부르겠습니다!”

하아, 이래서 가게 주인이 바뀌면 귀찮다니까. 말귀를 못 알아먹어. 주인 양반. 어제도 봤잖아? 경찰이 와서 결국 뭘 해줬는데? 우리가 모시는 사람이 누군지 몰라서 그래? 병신 같은 반도의 경찰은 손댈 권한도 없는 본토의 일본인인데다가 이곳 관할 서장과는 이야기가 끝난 사이라 이거야! 여기선 우리가 뭘 하든 제지할 사람은 없다고!”

 

대충 무슨 이야기인지 파악이 된다. 인터넷에선 많이 봤던 상황이지만 직접 보니 새삼 신기하네.

 

어이 형씨, 뭘 그렇게 쳐다봐? 볼일 없으면 꺼져!”

 

내가 엉거주춤 선채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자 건달 한명이 내게 소리쳤다.

 

, 예 실례했습니다.”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내가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건 단순히 내가 힘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근본적인 이야기다. 정치인이 비리를 저지르고 기업은 소비자를 우롱하고 경찰과 범죄자가 손을 잡고. 이러한 일들이 이제는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는 이 땅에선 불의를 못 본 척 피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일이 된 것이다. 남을 도우려다 내가 입는 피해는 그 누구도 인정해주지도 보상해주지도 않는다.

 

주인장. 좀 주위를 둘러 봐봐. 다른 가게들을 좀 보라고. 다들 이 곳의 룰에 적응해서 불평불만 없이 살아가잖아. 당신 같은 사람들은 우리들이 하라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되는 거야.”

, 하지만 가게를 내느라 통장에는 빛뿐이고 지금 내고 있는 세금만으로도 굉장한 부담이라 생활이 어려워서 직원도 못 두고 딸아이까지 일을 하게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퍼억-!

 

가게주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건달 한명이 가게주인의 배를 걷어찼다. 가게주인은 다시 길바닥을 굴렀고 신음소리를 내며 이번엔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우리 아빠한테 무슨 짓이야!”

어어! 이년이!”

 

자신의 아버지가 얻어맞는 것을 본 딸이 건달에게 달려들었지만 오히려 화만 돋울 뿐 이었다. 황급히 같이 있던 가게주인의 아내가 딸을 말렸지만 늦었다.

 

찌지익-!

 

건달은 자신에게 달려든 가게주인의 딸을 밀쳐냈지만 딸이 잡고 있던 양복의 주머니가 함께 찢어졌다.

 

이 썅년이 봐줬더니!”

 

짜악!

 

자신의 양복이 찢어진 것을 본 건달은 손을 들어 힘껏 가게주인 딸의 뺨을 후려쳤다. 가게주인 딸의 얼굴은 순식간에 엉망이 되고 코피가 흘렀다. 가게주인의 아내가 건달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울며 매달렸지만 건달의 힘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건달은 쓰러져 있는 가게주인 딸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우고 다시 뺨을 후리기 위해 한쪽 팔을 들어 올렸다.

 

잠깐! 그만두세요!”

 

나는 나도 모르게 건달의 팔을 붙잡았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분명 방금 전까지 나는 일개 관망자이자 여기서 벌어지는 일과는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었다. 따라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인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상황에 몸을 던져 끼어들었다. 어째서지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인데.

 

씨바 넌 뭐냐? 죽으려고 환장했나.”

 

건달은 고개를 천천히 내 쪽으로 돌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건달의 눈에는 살기가 어려 있었다. 건달은 잡고 있던 멱살을 놓고 주먹을 말아 쥐어 천천히 들어 올렸다. 나는 완전히 얼어붙은 채 입술만 뻐금 거렸다.

 

허리 숙여!”

 

그 순간 등 뒤에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나는 자동반사적으로 허리를 숙였다. 그와 동시에 내 머리위로 묵직한 주먹이 지나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 직후 누가 내 허리를 짚고 뛰어오르는 느낌이 났고 고개를 다시 든 내가 본 것은 주먹을 휘두른 건달의 안면에 무릎이 꽂히고 있는 장면이었다.

 

뻐억!

 

엄청난 소리와 함께 건달이 저 멀리 나가 떨어져 뒹굴었다. 그리고 동시에 굉장히 높은 높이까지 도약했던 것이 분명한 그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검은 고양이처럼 사뿐 착지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긴 흑발이 몸동작에 맞추어 찰랑거렸다.

 

, 넌 또 뭐야!”

 

자신의 동료가 맥없이 나가떨어지는 모습을 본 다른 건달은 놀란 표정으로 멀뚱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허리춤에서 급히 무언가를 꺼내어 들었다. 그것은 성인 손가락 길이 정도의 날이 달린 나이프였다.

 

이 새끼들 가만 안 둔다!”

 

나이프를 집어든 건달은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하지만 내가 신경 쓰이는 것은 건달이 들고 있는 나이프가 아니라 칼을 보고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 그녀 쪽 이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천천히 긴 흑발을 질끈 묶었다.

 

이야아!”

 

건달이 직선으로 나이프를 찌르며 달려들었지만 그녀는 가볍게 옆으로 비켜 피했다. 건달은 다시 자세를 고쳐 잡고 나이프를 머리위로 들어 올려 아래로 휘둘렀지만 그녀의 다리가 반 박자 빠르게 나이프를 쥔 손을 정확히 걷어 차 올렸고 건달은 비명과 함께 나이프를 놓쳐버렸다.

 

으으! 이년이!”

 

나이프를 놓친 건달은 욕을 해대며 멈추지 않고 주먹을 마구 휘둘렀지만 그녀는 능숙하게 경쾌한 스탭을 밟으며 좌우로 몸을 비틀며 숙여 피했고 주먹은 허공을 가를 뿐 이었다.

 

시발! 이 좆만 한 년이!”

 

당황한 건달이 다시 오른팔을 크게 휘둘렀다. 그 순간 그녀는 왼쪽 앞으로 몸을 숙이며 오른팔을 뻗어 정확히 건달의 턱에 꽂아 넣었다. 완벽한 크로스 카운터였다.

 

따악!

 

크고 찰진 소리와 함께 턱이 돌아간 건달의 눈이 뒤집어 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천천히 나무자루가 쓰러지듯 앞으로 고꾸라졌다.

 

으으으-.”

 

순식간에 건장한 남성 두 명이 길바닥을 나뒹굴었다. 나는 그저 입을 벌린 채 감탄 할 수박에 없었다. 설마 이정도일 줄이야. 솔직히 상상 이상이었다. 나는 괜스레 오늘 하루 동안 내가 뭔가 그녀에게 잘못한 것은 없었는가 하고 생각했다.

 

저기.”

 

가게주인의 목소리였다. 가게주인은 걷어차인 곳이 조금은 괜찮아 졌는지 아내와 딸의 부축을 받으면서 서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니 오히려 표정은 더욱 흙빛으로 변해 있었다.

 

그럴 만도 하지.’

 

자신들에게 수금하러온 건달 둘을 자신들과 관계가 있는 사이든 아니든 저렇게 만들어 놨으니 어떤 식으로든지 불똥이 튀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저런 눈빛을 보내는 것이 당연하다. 감사의 인사를 받으려고 한 행동은 아니지만 입맛이 씁쓸했다.

 

이건 우리가 이 사람들과 개인적으로 발생한 문제니 신경 쓰지 마세요.”

 

나는 쓰러져 있는 건달들에게 들으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우리라니, 나를 같이 엮지 마라.”

이건 제가 이 사람들과 개인적으로 발생한 문제니 신경 쓰지 마세요.”

 

팔짱을 낀 채 퉁명스럽게 이야기하는 그녀를 나는 한번 슥 바라보고 다시 말을 정정했다. 어쨌든 휘말린 원인은 나 때문이고 부끄럽지만 도움까지 받았으니 할 말이 없다. 그래, 믿는 구석도 없이 오지랖 부린 제가 잘못했습니다.

 

낄낄 시발새끼들 니들 이제 다 뒤졌어. 으윽. 우리가 손수 장사 접게 해줄게! 낄낄.”

 

어느새 정신을 차렸는지 안면에 무릎을 받았던 건달이 일어나 앉아 한손으로는 터져 나오는 피를 막고 한손으로는 화면이 켜져 있는 휴대폰을 흔들어 보이면서 웃어댔다.

 

, 저기 저 사람들 저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방금 들으셨잖아요! 이건 저 사람들이 맘대로 한 짓이지 저희는 관계없습니다!”

 

가게주인은 깜짝 놀라 사정하며 이야기했지만 건달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아저씨! 일단 가게 닫고 돌아가요! 여기 계속 있다간 정말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나는 가게주인에게 다급하게 이야기했다. 일단 자리를 뜨는 것이 급선무였다. 곧 저 건달들의 동료들이 달려올 것이 분명했다.

 

, 너 이 자식 왜 남의 일에 끼어들어서 난리야!”

! , 이게 무슨!”

네놈들이 상관 말고 지나갔으면 이렇게 까지 되진 않았잖아!”

 

내 말을 들은 가게주인의 표정이 이상하게 일그러지더니 갑자기 달려들어 내 멱살을 조르며 고함을 질렀다.

 

, 잠깐 이럴 때가 아니라니까요!”

 

아니, 오히려 이 가게주인의 선택은 가게주인에게 옳을 수도 있다. 이대로 나를 붙잡고 있으면 건달의 동료들이 도착했을 때 이 상황에 대한 변명거리로 쓸 수 있고 오히려 우리가 건달들을 건드리고 도망치려는 것을 가게 주인이 붙잡고 있어준 상황이 되는 것 이다. 그럼 건달들은 복수의 대상이 명확해질 것이고 잘 되면 가게주인은 피해 없이 이번 일을 지나갈 수도 있겠지. 나는 실소가 나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는 이 가게주인을 비난 할 수 없었다. 이 가게주인이 잘못된 것이 아니니까. 나는 멱살을 잡힌 것과는 관계없이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봐! 그거 놓지 못해!”

낄낄 이미 늦었어!”

 

상황을 알아차린 그녀가 다급히 가게주인을 팔을 잡고 말렸지만 이미 너무 늦고 말았다. 시끄러운 발소리와 함께 각양각색의 양복을 입은 이십여 명의 사내들이 우르르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의 손에는 갖가지 연장들이 들려있었고 순식간에 우리를 빙 둘러쌌다. 하지만 그들은 곧바로 덮쳐오지 않았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했다.

 

저벅저벅

 

이윽고 발소리와 함께 우리를 둘러싼 건달들의 일부가 물이 갈라지듯 비켜서자 비열한 인상의 사내가 담배를 꼬나물고 나타났다. 그는 이미 한잔 했는지 거나하게 취한 모습이었다.

 

씨바, 누가 우리 애들 건드렸냐?”

, 형님! , 저년 입니다!”

넌 씨바 쪽팔리게 쳐 맞았으면 닥치고 있어 새끼야. 그리고 뭐? 저 여자애한테 맞았다고? 구라를 쳐도 시발 어휴 이 새끼가.”

 

건달들 중 두목으로 보이는 그 남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던 건달을 마구 걷어찼다.

 

! ! 아니, 형님 진짜입니다!”

그게 진짜면 시발 넌 더 맞아야 돼.”

 

그 남자는 더욱 사정없이 부하 건달을 걷어차다가 그만 두고선 불현듯 이 쪽을 돌아봤다.

 

, 너 그러고 보니까 와꾸 좀 괜찮다?”

 

그 남자는 발을 돌려 부하가 가리킨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리고선 찬찬히 그녀의 얼굴과 몸을 위아래로 끈적끈적하게 훑어보며 입맛을 다셨다.

 

몇 살이야? 아직 어린 것 같은데. 오빠가 재밌게 해줄게 오빠랑 놀래? , 가게 연락해서 보스 모르게 룸 하나 비워 놓으라고 해라.”

 

그 남자는 그녀의 가슴에 시선을 고정한 채 곁에 있던 부하에게 손을 까딱 거리며 명령했다. 그 남자의 눈빛과 행동을 본 그녀의 표정이 무섭게 굳어져갔다.

 

야 씨, 오빠가 너랑 놀려고 노력 하는 거 보이지? 오늘 밤새 재밌게 해 줄게.”

 

그 남자는 천천히 그녀에게 걸어가 손으로 그녀의 턱 끝을 잡고 얼굴을 이리저리 돌렸다.

 

이열, 이렇게 보니까 생각보다 더 반반한데? 이 답답한 모자 좀 벗고 다니지 그래? 얼굴 아깝게 시리.”

형님 너무 어린 거 아닙니까? 하하하. 아직 애지 말입니다.”

형님 어린 여자 너무 좋아 하십니다. 그러다 철컹철컹 하십니다.”

에이, 개새끼들 말을 해도 꼭 이쁘게들 한다. 형님 잡혀 들어가는 거 그렇게 보고 싶냐. 하하하.”

 

분위기를 띄우려는 것인지 부하들이 농담을 걸자 그 남자는 즐거워 졌는지 건들거리며 웃어 제겼다.

 

놔라, 죽는다.”

 

그녀는 지그시 눈을 감고 조용히 말했다.

 

뭐라고?”

오오오-.”

그년 성깔 있지 말입니다 형님. 하하하.”

 

그녀의 말을 들은 건달들은 휘파람과 함께 박수를 치며 웃었다.

 

앙칼진 얼굴이 매력이 있네! 이런 센 척 하는 년들이 의외로 또 남자한테 거칠게 당하는 걸 좋아한다니까!”

형님 아직 애인데 너무 그러지 마십쇼. 하하! 전에 이런 식으로 데려온 그년도 형님 때문에 완전히 망가졌잖습니까!”

형님 너무 악취미 이십니다!”

 

부하 건달들은 남자의 비위를 맞추며 그녀에게 온갖 음담패설을 던졌다.

 

이 손 다시는 못쓰게 불구로 만들어 줄 수도 있으니까 놓으라고 했다.”

 

그녀는 인내가 한계에 달했는지 이를 악물고 다시 이야기했다. 건달들은 다시 한바탕 웃어댔지만 두목으로 보이는 남자는 기분이 상했는지 얼굴이 굳어져갔다. 부하들도 들도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곧 웃음소리가 잦아들었다.

 

이 시발년이 이쁘다 이쁘다 해주니까 눈에 뵈는 게 없지?”

 

그 남자는 그녀의 턱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 그대로 팔을 치켜 올렸다. 위험하다! 그녀 쪽이 아니라 저 남자 쪽이 위험하다! 저걸 그녀가 그대로 맞아줄 리가 없다. 내 머릿속에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녀의 주먹이 저 남자의 턱에 작렬하는 그림이 그려졌다. 그리고 두목이 나뒹구는 것을 본 건달들은 달려들겠지. 제 아무리 그녀라고 하지만 이 많은, 그것도 연장을 든 건달들을 상대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 잠깐!”

, ? 이 새끼는 또 뭐야?”

 

나는 거의 몸을 날리다 시피해서 남자의 팔을 붙들었다. 하루에 두 번이나 여자가 뺨을 맞으려는 것을 막아서다니 정의의 사도라도 된 기분이다.

 

저 건달들은 제가 그렇게 만든 겁니다. 이 여자애와는 관계없는 일이니 그만 보내 주세요.”

 

뒤는 생각하지 않고 뛰어들었기 때문에 내 머릿속은 엉망진창이었고 앞으로 5년간은 매일 밤 이불을 걷어 찰 수밖에 없게 만드는 진부한 대사 외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 너 이 새끼 뭐, 저 여자애의 이거라도 되는 거냐?”

남자는 새끼손가락을 까딱이면서 씩 웃었다.

 

,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퍼억-!

 

갑자기 아랫배에 묵직한 느낌이 전해졌고 곧바로 배가 뒤틀리는 것 같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방금 가게에서 먹었던 우동이 목구멍으로 솟구쳤다.

 

! !”

 

처음 맛보는 엄청난 고통에 나는 소리조차 제대로 못 지르고 배를 감싼 채 꺽꺽 대는 소리를 내었다. 창자가 마디마디 끊기는 것 같은, 내장이 들어내지는 것 같은 고통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 새끼가 어디서 본건 있어가지고 시발 니가 뭐 백마 탄 왕자냐 이 새끼야?”

 

남자는 내 멱살을 붙잡고 주먹으로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했다. 세 대가 넘어갈 쯤부터 내 코에서 나오는 것인지 입에서 나오는 것인지 모를 피가 후드득 후드득 아스팔트에 흩뿌려졌다.

 

, -.”

 

나를 때리던 남자가 내 멱살을 놓자 나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얼굴은 이미 감각이 없고 코와 입에서 흘러나온 피가 뚝뚝 떨어지며 바닥을 적셨다. 머릿속은 멍하고 입에서는 비릿한 맛이 났다. 나를 두들겨 패던 남자는 조금 분이 풀렸는지 손목을 흔들면서 욕지거리를 하며 나에게서 돌아섰다.

 

후우, 후우, 이 새끼가 사람 빡치......”

 

쩌억-!

 

하지만 그 남자는 말을 끝마칠 수 없었다. 그 남자가 돌아서는 순간 얼굴에 그녀의 다리가 굉장한 소리와 함께 작렬한 것 이었다. 가볍게 뛰어올라 공중에서 540도를 턴하여 발로 안면을 가격하는 완벽한 뒤 후리기였다. 그 남자의 입에서 이빨로 보이는 것 몇 개가 허공으로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건달들은 쓰러져있는 두목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다만 아까 도움을 요청했던 건달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 뿐 이었다.

 

이 개년이!”

 

정신을 차린 건달들이 일제히 연장을 치켜들고 달려들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그녀는 건달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고개를 연신 이리저리 돌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 순간 나는 잊고 있던 것을 그제 서야 떠올릴 수 있었다. 그녀가 바라본 건물의 옥상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아까 낮에 본 편의점 앞 건물 옥상의 그것과 같은 형상이었다. 그리고 골목 한쪽에 마찬가지로 본적이 있는 봉고차가 주차 되어 있는 것도 눈치 챌 수 있었다. 시간을 끌려고 계속 참고 있었던 건가!

 

제기랄!’

 

그녀가 천천히 등허리로 손을 가져가는 것이 보였다. 혹시나 하긴 했지만 역시 총 가지고 있었던 거냐! 나는 바닥에 납작 엎드리며 한쪽 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는 가게주인과 그 가족들에게도 빨리 엎드리라고 손짓을 했다.

 

이야아아!”

 

일순 건달들이 연장을 휘두르며 달려들기 시작했고 그녀 또한 빠르게 총을 뽑는 동작을 취했다. 하지만 건달들을 멈추게 한 것은 그녀나 그녀의 동료들이 쏜 총이 아닌 전혀 의외의 것 이었다.

 

당장 멈추세요!”

 

단호한 목소리가 골목에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는 전혀 위협적이지는 않았지만 함부로 거부할 수 없는 위엄이 서려있었다. 그리고 분명히 들어 본 적이 있는 목소리였다. 나는 고개를 들어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으엑!’

 

짧지만 생기있는 단발머리, 네온 사인 간판의 불빛에 맞춰 반짝거리고 있는 큰 눈동자, 자신감 있는 미소를 한껏 머금고 있는 입술, 몸에 딱들어 맞는 새까만 정장과 흰색 블라우스,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큰 가슴 덕분에 두드러지는 몸매 라인.

 

꼼짝 말고 손에 들고 있는 것들을 내려놓으세요!”

 

당당하게 양손을 허리에 올린 채 호령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공안 조사관 아라세카이 히토미였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녀의 주위에는 새까만 정장을 입은 험악한 인상의 건장한 사내 5명이 위압감 있게 둘러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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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 연재는  휴재 가능성이 강력한 것으로......

 

중간고사 1주일 남았쪙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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