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의 행동에 대한 오해는 급기야 그녀의 성적 지향을 의심케 할 지경에 이른다. 아즈사는 자신에게 달라붙는 유이와 매번 거리를 벌린다. 


"다녀왔어!"

유이가 아즈사가 덮치는(!) 장면에서 사용된 셔터연출은 이 부분의 연출을 담당한 이시하라 타츠야가 카논을 감독했을 때 부터 사용했던 기법이다. 이같은 연출은 애니메이션 일상에서도 역시 이시하라 본인에 의해서 한 번 쓰인적이 있다. 같은 작품이라도 부분적으로 연출가가 바뀜에 따라 그 연출가만의 개성이 잘 드러난다는 점이 쿄애니 작품의 특징이다.


따르르릉!

세밀한 캐릭터 묘사의 한계는 어디일까. 다른 캐릭터들이 갑작스런 벨소리에 움츠러드는 정도인 반면, 겁이 많은 미오는 혼자 소스라치게 놀라고 있다. 이 장면에서 미오의 반응은 알고 봐도 인지하기 힘들 만큼 순식간에 지나간다.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정도면 사실상 팬을 위해 숨겨둔 연출이라고 생각해도 될 듯 하다.


밥은 반찬♬U&I♬

런던 야외라이브는 이시하라 타츠야의 연출이고, 교실 라이브는 야마다 나오코의 연출이다. 확연히 다른 두 사람의 연출을 볼 수 있다. 물론 라이브뿐만이 아니라 다른 장면에서도 연출가들간의 차이는 잘 드러난다.


천사를 만났어♬

아즈사를 위해 "천사를 만났어"를 연주해 주는 부분은 극장판이 TVA와 겹쳐지는 장면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부분의 연출에서 극장판과 TVA와의 가장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곡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띄겠지만, 사실 그보다도 아즈사에 대한 묘사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극장판의 아즈사는 울지 않는다. TVA 2기의 24화에서 아즈사는 선배들이 졸업한다는 사실에 슬퍼하며 울고, 선배들의 연주를 들으며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극장판에서 아즈사는 놀랍게도 단 한방울의 눈물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부분의 이야기가 완전히 새롭게 구성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두 영상을 자세히 대조해가며 살펴보면 TVA에서 아즈사가 눈물을 보이는 순간에 극장판은 다른 곳을 보여주고, 극장판에서 아즈사의 눈물 없는 모습이 보이는 순간은 TVA에서 다른 곳을 보여주고 있었던 부분이었을 뿐이다. TVA와의 충돌은 피하면서 새로운 연출을 하고자 했던 제작진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말하자면 이야기의 '재해석'이라고 할 수 있을듯 하다.


이렇게 극장판과 TVA의 연출이 달라진 이유는 이 장면이 갖는 의미(혹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TVA에서는 아즈사가 선배들의 졸업으로 갈등하는 모습이 중점적으로 그려지고, 선배들의 연주를 들으며 감동하고 그 갈등이 해소된다. 반면에 극장판에서는 그러한 아즈사의 내면적 갈등은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극장판에서는 곡을 비밀리에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아즈사와 유이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조성되고, 마지막의 연주를 통해 그 긴장감이 풀어지게 된다. 즉 TVA가 홀로 남겨지는 아즈사의 심리에 초점을 맞췄었다면, 극장판은 그런 아즈사를 위해 곡을 선물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인 것이다. 극장판은 이와 같이 재해석된 "천사를 만났어"을 통해, TVA에서 보여주었던 감동과는 다른, 밝고 유쾌한 분위기의 결말을 그릴 수 있게 된다.


"잠깐 코가 막혔을 뿐이야!""울 틈 없다고, 미오!"

케이온에서는 등장인물들의 발걸음도 각 인물의 개성을 나타내기 위해 세밀하게 그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사에 따른 제스처까지도 다리를 통해 표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케이온에서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한 묘사의 수준은 굉장히 높다.


영화 케이온도 결국 선배들이 졸업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그러나 유이가 직접적으로 "내년"을 언급하면서 영화는 보다 더 열림 지향적인 결말을 맞는다. 이렇게 경음부의 미래를 확실히 인지시키면서도 그 내용은 전적으로 팬들의 상상에 맡긴다는 점은 케이온이 갖는 또 하나의 매력일 것이다.



"이상 없음"

선배의 행동은 하나같이 의심스럼기만 하다. 아즈사는 유이가 건내준 기타를 그자리에서 다시 한번 더 살펴본다. 사실 TVA에서도 유이가 아즈사의 물건들에 스티커를 붙여놓는 일이 있었고, 바로 이 극장판에서도 유이가 가위에 장난을 쳤었기 때문에 아즈사가 기타를 확인하는 행동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미세하게나마 갈등-해결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는 인물이 바로 아즈사이기 때문에 이 캐릭터의 묘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타임머신이 아니라구요.""지구의 자전과 반대방향으로 가니까 그런게..."

비행기 안에서 이륙을 기다리며 잡담을 하는 장면에서도 각 캐릭터들의 성격을 묘사하는 연출이 들어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아즈사와 유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묘사다. 유이가 팔걸이를 위로 들어올려서 아즈사와의 거리를 좁히려 하자 아즈사가 바로 팔걸이를 내려버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아즈사가 비행기의 안전지침을 살펴보는 행동을 통해서 그녀의 꼼꼼한 성격을 잘 나타내고 있다. 한편 비행기를 처음 타보는 미오와 리츠가 좌석 리모컨의 사용법을 무기에게 물어보는 모습에서는 무기의 해외여행 경력이 풍부함을 상기할 수 있다.


사실 이렇게 한 장면에 여러 시각적인 정보를 집약시키는 연출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자막이다. 자막이 있는 이상 보는 이의 시선은 아무래도 자막으로 향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자막과는 다른 위치에 있는 세세한 연출을 놓치기가 굉장히 쉽기 때문이다. 자막이 없었다면 그 시선은 자연스럽게 등장인물의 행동으로 향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자막의 가장 큰 단점이자, 더빙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일본어를 어느정도라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특히 이 케이온 극장판 만큼은 한번 자막 없이 보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뭐야 이게"탁!

깜짝선물을 위해 아즈사 몰래 곡을 쓰려고 하는 유이는 그녀답게 여기저기 빈틈을 노출하고, 결국 아즈사에게 오해만을 불러 일으킬 뿐이다. 이 장면에서도 팔걸이를 사이에 둔 아즈사와 유이의 행동을 통해 두 사람의 관계가 다시 한번 더 강조된다.


초밥집에서의 라이브를 할 때 회전하는 장식등에 대해 캐릭터들이 보이는 표정은 제각각이다. 역시 각 캐릭터들에 대한 묘사의 일환이다. 이 장면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기 때문에 한번 보고는 눈치채기 힘들다. 사실 이 작품이 극장 상영용 영화임을 생각해보면, 이렇게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는 세심한 연출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는 점은 관객들에게 좀 너무한 처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어쩌면 케이온을 위해 블루레이를 몇번이고 돌려봐주는 팬들을 위한 보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카레 후 라이스♬

케이온 극장판에서 경음부의 라이브는 총 세번 나오는데, 각 라이브마다 담당 연출가가 다르다. 그러니까 각각의 라이브 연출의 차이점을 살펴보는 것도, 특히 필자와 같은 쿄빠에게는 나름대로 쏠쏠한 재미가 있다. 이 초밥집 라이브를 연출한 사람은 'Free!'의 감독으로 유명해진 우츠미 히로코다. 


으아아악!

케이온에서 거울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이 극장판에서 등장인물의 얼굴 표정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자연스러운 관찰자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케이온 극장판 특유의 적절히 거리를 둔 시점을 유지하면서도 거울을 통해 표정에 대한 묘사까지 놓치지 않는 점은 대단한 연출력이다.


에?!

원래부터 마구 달려드는 유이를 마냥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이 극장판에서는 오해에 오해가 겹치면서 아즈사와 유이의 거리는 더욱 벌어진다. 이 장면에서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도 아즈사의 심리를 잘 대변하고 있다. 



따르르릉

영화 케이온 TVA 1기의 오마쥬로 시작한다. 케이온 극장판이 TVA 시리즈가 끝나고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극장에서 개봉했다는 점, 모든 관람객이 영화를 보러 오기 전에 TVA를 복습(!)하고 오리라고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영화 초반부에 케이온 시리즈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줄 만한 요소를 집중적으로 배치한 것은 좋은 선택이다.


앰프의 스위치가 내려가있다키보드의 진공관이 꺼져있다

눈썰미가 좋은 사람은 경음부가 데스데빌을 흉내내고 있을때 앰프와 키보드의 전원이 꺼져있음을 눈치챌 수 있을것이다.


"그만 둬, 둘 다!""하모니카도 불 줄 모르고!"

경음부의 "연극"부분은 두가지가 아주 인상적이다. 첫번째로는 이 장면에 사용된 연출이 그러하고, 두번째로는 이 장면이 영화속에서 차지하는 구성상의 위치가 그러하다.


우선 연출적인 부분부터 살펴보자. 아즈사가 부실에 들어가서부터 화면에 미세한 흔들림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이같은 화면떨림 연출은 필름 영화에서 핸드헬드(hand-held)기법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화면에 사실성이나 현장성을 부여하거나 긴장감을 조성하기위해 쓰인다. 이 장면에서는 아즈사가 갖는 긴장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쓰였다고 볼 수 있을것이다. 이러한 화면의 흔들림은 아즈사가 유이의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눈치채고, 의구심을 품음과 동시에 깨끗이 사라진다. 즉 이 연출은 아즈사의 심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이 연극 부분은 케이온에 대한 '소개'을 맏고있기도 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케이온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줄 장치가 필요했고, 바로 이 부분이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경음부의 연극이라는 아주 흥미로운 소재로 주의를 집중시키고 각 캐릭터들이 하는 대사들은 그 한줄한줄에 각 캐릭터들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다. 캐릭터와 배경에 대한 소개를 위한 장면을 따로 배정하면서, 노골적으로 정보를 노출시키지 않고 적절히 포장함으로써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 낸 점이 아주 뛰어나다.


"유이 나이스!"

케이온은 밝은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말 그대로 화면을 밝게 그리는 경우가 많다. 이 장면에서는 일부러 과다노출을 줘서 화사한 느낌을 내고 있다. 배경이 과다노출을 받고있음에도 캐릭터들의 모습만큼은 뚜렷하게 그려지는 것은 애니메이션만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처럼 필름의 영역에서 발전되어온 개념이 애니메이션식으로 변형되어 적극적으로 사용되는 모습은 케이온 극장판 이후로 쿄애니의 작품에서 자주 발견된다.


"아즈냥...."

피사계 심도 개념을 이용하여 유이의 눈에 초점을 맞춰서 강조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사실 디지털 작화를 사용하는 현대 애니메이션에 기술적인 의미로서의 초점이라는 개념이 있을리가 없다. 이 장면은 '유이의 눈만 남기고 주변을 전부 블러처리'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러나 눈 주변의 블러가 어색하지 않은 것은 우리가 이미 필름의 피사계 심도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고, 그 사실을 애니메이션이 이용했다는 점은 틀림없다.


"선물이 유급?"

배경음악의 박자에 정확히 맞아떨어지며 진행되는 캐릭터의 행동과 화면전환도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연출이다. 이 때 부터 선배들, 특히 유이의 행동에 아즈사가 위화감과 거리감을 느끼는 모습이 자주 그려진다는 점과 선배들과 아즈사의 이야기가 구분되어서 그려진다는 점은 이야기 전개상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톤짱!"

3학년 선배들이 졸업여행을 의논할 동안 아즈사가 딴청을 피우는 모습에서 아즈사가 애초에 선배들의 졸업여행에 끼어들 생각이 없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생각치도 않던 여행에 참가하기로 하자마자 아무것도 없던 계획을 앞장서서 짜나가는 아즈사의 모습도 눈여겨볼만 하다.


오펜바흐의 "천국과 지옥"중 캉캉

졸업여행 행선지를 정하기 위해 사다리타기를 하는 유이와, 그런 유이를 따라하는 무기와, 그런 무기를 바라보는 미오. 케이온이 캐릭터성으로만 흥행한 애니메이션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인데, 그 캐릭터성을 표현하기위해 치밀하게 들어간 연출만큼은 정말이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 원작 : 카키후라이
  • 감독 : 야마다 나오코
  • 연출 : 야마다 나오코{A파트(시작~25:00)&D파트(83:03~끝)}, 이시하라 타츠야{C파트(57:03~83:02)}, 우츠미 히로코{B파트(25:01~57:02)}
  • 각본 : 요시다 레이코
  • 작화감독 : 호리구치 유키코
  • 애니메이션 제작 : 교토 애니메이션

 

케이온은 대단한 작품이다. 케이온이 원작자나 감독의 커리어에, 쿄애니의 사운에, 원작이 연재되던 잡지에, 그리고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 미친 영향을 생각해보면 대단하다는 표현이외에 달리 떠오르는 말이 없다. 케이온을 위시하여 쏟아져 나온 작품들이나, 케이온의 안티테제를 표방하며 나온 작품들을 보면 케이온은 그야말로 일본 애니메이션의 역사에 (부정적이든 긍적적이든)한 획을 그은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할듯하다


그 케이온 시리즈의 가장 마지막 영상물이 바로 "영화 케이온!"이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며 논란을 불러일으킨 TVA 1기와 2기는 일단 차치하고, 이 케이온 극장판 만큼은 TVA와 독립된 하나의 '영화'로서 우수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케이온 극장판의 가장 인상적이면서도 우수한 부분은 바로 세밀하게 짜여진 연출이다. 케이온 극장판에서는 어쩌면 대사보다도 연출을 통해 전해지는 정보가 더 많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연출의 중요성이 다른 작품들에 비해 대단히 크다. 순간 지나가버리는 화면에 담겨있는 의미가 너무나 많아서, 과연 이것을 영화 관람객이 전부 눈치채주기를 기대하고 그려놓은 것인지 의심케 할 지경이다. 스토리라인이나 캐릭터성을 포함한 "영화 케이온"의 모든 요소들은 모두 장면 연출을 통해 표현된다고 봐도 될 정도이다. 이렇게 캐릭터의 행동 하나하나와 사물의 배치에 닿아있는 연출가의 치밀한 손길은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말하자면 케이온 극장판을 감상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이러한 연출을, 특히 캐릭터들의 행동을 눈치채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케이온 극장판의 리뷰는 극중 주요 장면의 연출을 하나씩 짚어보는 방식으 진행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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