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노트르담 성당에서 프티 다리를 건너면 길가 공중전화 부스나 전봇대에 공연 포스터가 여러장 붙어있습니다. 바로 생 줄리앙 르 포브르 성당에서 열리는 연주회 포스터들입니다. 생 줄리앙 르 포브르 성당은 13세기에 지어진 작은 성당인데, 현재 이 성당에서 거의 매일같이 소규모 연주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주로 피아노 독주회지만 성악이나 합창도 들을 수 있습니다. 저는 1월 13일 저녁 8시에 있었던 에르베르 뒤 플레시의 피아노 연주회에 다녀왔습니다. 프로그램은 쇼팽과 리스트의 작품들이었습니다.




 가격은 중앙 객석이 23유로, 사이드 객석이 18유로이고, 만약 25세 이하의 청소년이라면 각각 5유로를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특별한 예매방법은 없고 그냥 연주 당일 성당 입구에서 돈을 내고 들어가서 앉고 싶은 자리에 앉으면 됩니다. 예약을 받기는 하지만 결국 결제와 착석이 선착순이므로 큰 의미는 없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연주장과는 달리 무대와 객석간의 높이차가 없고, 객석 배치도 그다지 시야를 고려하지 않은, 그야말로 성당 구조를 그대로 이용하는 음악회이므로, 연주자의 모습을 잘 보고 싶다면 조금 서둘러 가서 앞자리에 앉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날 음악회엔 60여명 정도의 관객이 찾아왔습니다. 분위기가 마치 살롱 음악회 같습니다. 



012


 작은 성당의 울림이 대단해서 피아노 소리가 아주 낭랑하게 들립니다. 성당 벽은 방음이 잘 안되서 근처의 사람 사는 소리(?)가 조금씩 들려오고, 나무 의자는 낡아서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삐걱거리지만 오히려 그런 것들이 이곳에서 열리는 음악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시테 섬에서 다리 하나 건너 바로 앞에 있고, 근처에 클루니 중세 박물관도 있습니다. 파리를 여행하면서 반드시 거쳐갈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으니,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가벼운 발걸음으로 들려볼만 합니다. 자세한 위치와 연주 일정은 홈페이지(http://www.concertinparis.com/)에 잘 나와있습니다. 




아시아오케스트라페스티벌은 대구시민회관의 재개장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연주회이니 우선 이 대구시민회관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대구시민회관은 삼년간의 단장을 통해 클래식 전용홀로 재탄생했다. 클래식 전용홀답게 그랜드 콘서트홀은 수준높은 음향수준을 들려주었다. 이 홀의 음향적 특징이라면 음이 굉장히 풍부하게 머무른다는 점이다. 다만 이때문인지 이번 공연처럼 대편성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오를 경우 높은 음량을 낼 때 소리나 지나치게 포화된다는 인상을 받았다. 또 나무바닥이 특정 저역대에서 공진을 일으키는 듯 했다. 이 공진은 나중에 지적을 받아서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아주 수준높은 홀이라고 할 수 있다. 인테리어도 꽤 독특한데, 로비에서부터 홀 내부에 이르기까지 흰색 빛을 모티브로 하는 장식조명을 사용했다. 또 흔히 무대 바로 위 천장에 위치하는 확산판이 없고, 대신 합창석 뒤쪽 벽에 객석을 향해 거대한 반사판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 화려한 확산판이 대구시민회관 콘서트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을듯 하다.



도쿄필의 공연도 훌륭한 대구시민회관의 재개관을 축하하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1부의 강승민 첼리스트와 함께한 협주곡도 아주 탁월했고, 2부의 드보르작 교향곡 9번의 연주에서도 자신들의 실력을 유감없이 나타냈다. 강승민 첼리스트는 특이하게도 맨발로 무대에 나와 연주를 했다. 그만큼 혼신을 다한 연주였을 것인데 그것은 첼로 소리를 통해 바로 소리로 알 수 있었다. 한음 한음 짚어가는 정렬적인 솔로도 솔로지만, 그러면서도 오케스트라와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는 모습은 아주 듣기 좋았다. 도쿄필의 연주는 칼같은 현, 수수한 목관, 부드러운 금관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정확한 앙상블을 이뤄내고 있음은 물론이다. 현의 일사분란한 보잉은 넋을 잃을 정도로 정확했다. 또한 부드러우면서도 안정적인 금관의 소리도 아주 탁월했다. 오노 카즈시의 지휘도 강약의 빠른 전환을 통해 신세계 교향곡의 매력을 한껏 강조했다. 이정도 소리가 순수 내국인만으로 만들어지는 일본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일본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은 가까운 지리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드문 편인데, 클래식 애호가로서 앞으로 교류가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아시아오케트라페스티벌은 국내 6개 악단을 포함해서 중국, 대만, 일본의 3개 오케스트라가 참가하는 정말 거대한 규모의 축제다. 이렇게 정규 교향악 오케스트라가 참가하는 축제로서는 아마 국내 최초로 기획되는 공연이 아닐까 싶다. 재개관 기념 공연에 이만큼 크게 판을 벌인만큼 앞으로도 아시아권 오케스트라와의 교류를 위해 대구시민회관이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기획공연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정말 색다른 베토벤 교향곡이다. 왜 지금까지 이런 해석이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흡입력이 있으면서도 그 참신함에 충격받을 정도였다. 내추럴 트럼펫을 비롯한 원전악기와 전통적인 악기배치법을 사용하는 고전적인 모습과, 새로운 해석의 최전선을 내달리는 현대적인 모습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도 아주 신선했다.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의 연주기량 역시 두말 할 필요 없이 훌륭했다. 모였다가 흩어지고 내질렀다가 수그러드는 실내악적인 환상의 앙상블은 마치 잘 빠진 스포츠카같았다.


사실 전통적인 스타일의 베토벤 교향곡을 선호하는 이들에겐 그다지 호감이 갈 만한 연주는 아니었을 것이다. 널리 명연이라고 평가받는 음반과도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다. 파보 예르비의 음악은 어쩌면 그저 단순히 재미있을 뿐이며 한 순간의 유행이라고 평가받을지도 모른다. 물론 클래식은 음악 그 자체에 목적을 둔 순수음악이고, 그렇기에 클래식 음악의 가치란 오선지 위의 악상기호만 보고도 느낄 수 있는 것이며 수십년전에 음반으로 기록된 어떤 하나의 연주가 두고두고 회고되며 고평가 받는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클래식이 백여년전 악보를 본다고 해도 실황연주는 분명 현재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클래식 음악회의 실황연주만큼은 단순히 악보의 재현이라고 보기보다는 하나의 현재진행형 음악문화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문화란 모름지기 현재를 살아가는 자들이 만들어가고 즐기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아무리 클래식이어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연은 단순히 새로운 베토벤 해석과 좋은 실력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생생하게 살아숨쉬는 클래식이라고나 할까. 이렇게 신선한 해석과 팔딱거리는 연주로부터 터져나오는 찬란한 분위기의 실황, 즉 '지금'이 아니고선 어쩌면 다시는 못 들을 이번과 같은 실황은 그야말로 현재를 살아가는 짜릿한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ps. 예술의전당 학생할인 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있는 기획사 빈체로에게 무궁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싶다. 둘째날 공연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학생할인 덕분이었다.

예술의전당 음악당 콘서트홀 좌석배치도. 이 콘서트홀의 특징은 객석이 부채꼴 모양이라 거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무대와 객석이 가깝다는 것이다.

 클래식 음악회, 어느 자리에 앉으면 잘 들리고 잘 보일까?  물론 1층의 정중앙에 앉았을 때 가장 잘 보이고 잘 들린다는 사실은 자명하고, 그만큼 가장 높은 등급(R석)과 가격이 책정된다. 이런 자리는 예매경쟁도 치열해서, 공연 몇달 전에 티켓이 오픈되자마자 빠르게 예매해야 얻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꼭 R석에 앉아야만 잘 들리는것은 절대 아니다! 사실 어느정도 잘 설계된 음악당이라면 어느 자리에 앉더라도 들리는 소리에는 큰 차이가 없다. 자리에 따라 티켓 값에 차이가 있는 것은 소리보다도 시야에 기인하는 면이 더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면 무조건 R석만을 노리는 것도 무리가 있다. 다른 좌석과 비교할때 거의 두배에 달하는 가격이 책정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1층 정중앙만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어디에 앉는것이 좋을지 생각해보자.


아람누리 아람음악당 좌석배치도

1층? 2층? 합창석? 박스석?

 대부분의 음악당은 1층에서 최상의 음향상태가 나오도록 설계를 해놓고, 1층에 대부분의 객석을 마련해 놓는다. 그러므로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일단 1층 객석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다.

 2층 객석의 특징은 오케스트라를 약간 위에서 바라보게 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오케스트라의 각 악기들을 전부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 1층의 경우 목관이나 금관, 타악기 파트가 현악기 파트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자세히 관찰하고 싶다면 2층 객석을 선택하자. 또한 2층은 1층보다 비교적 낮은 등급의 좌석이 배치되는 경우가 많으니 가성비도 좋은 편이다.

 대부분의 클래식 전용홀에는 합창석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은 이름 그대로 합창단을 위한 자리인데, 사실 대부분의 콘서트홀 무대는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함께 들어갈 만큼 넓기 때문에 합창단이 합창석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잘 보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합창석의 자리를 객석으로 오픈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합창석은 악기간의 소리 밸런스가 무너진다는 점과 시야가 제한된다는 점 때문에 일반적인 객석보다 낮은 가격이 책정된다. 그러나 독주회의 경우에 악기 밸런스는 별 문제가 안 되기도 하고, 오케스트라의 연주에서도 관악기의 소리를 아주 가까이서 들을 수 있다는 점이나 지휘자를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합창석을 선호하는 매니아도 있다. 호불호가 갈리는 객석이라고 할 수 있다.

 박스석은 과거에 오페라 극장에서 귀족들의 특권이었던 자리였기에 그만큼 좋고 비싼 자리일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연주회에서 박스석은 예매율이 낮은 편이다. 바로 합창석과 마찬가지로 시야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박스석에 앉았을때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오를 경우 양 가장자리에 앉게되는 바이올린이나 콘트라베이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다. 만약 독주회나 소편성 오케스트라를 듣는 경우라면 박스석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대구시민회관 콘서트홀 좌석배치도. 대구시민회관은 최근에 리모델링을 거쳐 클래식 전용홀로 재탄생했다.

앞쪽? 뒤쪽?
 만약 가고싶은 공연이 독주회거나, 협주곡 중심이라면 앞쪽에 앉는것이 좋다. 음반으로 듣는것과는 달리 실제 연주에서는 독주악기 소리가 그렇게 크지 않다. 앞쪽에 앉을 수록 독주악기의 소리를 크게 들을 수 있음은 당연하다. 독주회라면 무조건 연주자와 가까운 것이 좋다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점은 협주곡의 경우 너무 앞으로 가면 안 된다는 것. 무대의 높이나 반주를 해주는 오케스트라와의 거리를 고려할때 5열정도에서부터 최적의 시야와 소리를 얻을 수 있다.

 교향곡을 들으러 가는 경우에는 약간 사정이 다르다. 무대와 가까운 자리에서 교향곡을 들으면 악기들의 소리가 전혀 섞이지 않아서 시끄러운 현악기 소리만 듣게 된다. 게다가 넓게 펼쳐진 오케스트라의 무대배치를 고려하면 앞쪽에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치우친 자리는 음향 밸런스 문제까지 겪을 가능성이 높다. 즉 교향곡은 뒤쪽에 앉아서 들을때 훨씬 자연스럽게 들린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연주회에는 교향곡이 포함되어있는데다 맨 뒤에 앉게 되더라도 독주악기의 소리가 잘 안 들리는 것은 절대 아니므로, 만일 앞쪽과 뒤쪽에서 고민하게 된다면 뒤쪽 객석을 예매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좋은 선택이다. 대표적으로 1층 맨 뒷열은 낮은 등급으로 책정되는 것에 비해 시야와 소리가 좋아서 가성비가 뛰어난 자리이기도 하다. 2층 객석은 전체적으로 뒤편에 위치하게 배치된다는 점도 참고하자.


왼쪽? 오른쪽?
 왼쪽과 오른쪽은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분명히 예매 선호도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그 차이는 바로 피아노 협주곡/독주곡일때 나타나는데, 피아노 협주곡이나 독주곡의 연주회에서 확연히 왼쪽 객석의 예매율이 높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왼쪽 객석의 값이 더 비싼 경우도 있다. 바로 '피아니스트의 손'때문이다. 피아노가 무대에 놓일때 건반이 왼쪽에 놓이도록 세팅되므로, 피아니스트의 현란한 손놀림을 보기 위해서는 왼쪽에 앉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굳이 피아노가 아니더라도, 협주곡에서 협연자는 지휘자의 왼편에 위치하게 되므로 왼쪽에 앉았을때 협연자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