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펼쳐지는 경기중 가장 팬층이 많은 경기였죠.  


수원이 포항의 홈에서 이겨본지가 몇년이나 흘렀던지라, 더욱 주목이 되는 경기였습니다.


최근 전적에서도 1무 6패로 포항의 압승이여서 수원의 승리욕심이 대단했죠.


전시즌 더블을 한 포항이 2패로 구렁텅이에 있던탓에 더욱 집중을 받아볼만 한 경기였는데, 소감은 이렇습니다.




역시 포항은 포항이구나 싶더군요.


K리그 클래식에서 가장 현대적인 축구를 하는 팀을 꼽으라면 바로 황선홍의 포항을 꼽게 됩니다.


압박스타일부터 해서 공격을 열어가는 스타일이 상당히 좋아요. 펩 과르디올라를 떠올리게 합니다.



먼저 오늘 포항의 인상깊었던 장면을 꼽아보자면 바로 상대를 압박하는 방식이였어요.


수원의 수비수가 공을 이어받으면 전방의 톱들이 압박을 하자, 수원에선 미드필더 한명을 내려보내 볼 배급을 돕게했죠.


그러나 포항의 톱들이 미드필더가 내려오자 미드필더가 전방으로 볼을 배급할 수 없도록 미드필더의 앞쪽에서 압박을 택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수원은 앞쪽에서 오는 강렬한 전방압박때문에 전방으로 볼을 전개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수원은 측면으로 볼을 돌릴 수 밖에 없게 되죠. 


그러면 포항은 곧바로 4-3-3 체제에서 4-4-2 체제로 변경하면서 압박을 시도하는데요.


공을 가진 상대팀 선수쪽 위에 서있는 톱 한명이 내려오며 수비형 윙어처럼 압박을 하고, 


풀백이 올라오며 미드필더 한명이 옆으로 가세해 3명이 에워쌉니다. 



중앙같은경우 이런 수비가 불가능하거든요. 왜냐하면 에워싸는순간 반대편쪽에서 공간이 나기때문에 공간을 열어줍니다.


하지만 측면은 다르거든요. 한쪽 면이 없기때문에 이렇게 3명이 사방으로 압박을 하면 방도가 없습니다.


물량빨로 이렇게 수비를 해버리니 뚫어낼 재간이 없는 수원은 계속 공격이 흐지부지했죠.


그냥 풀백라인에서 올리는 긴 롱볼로 공격을 열어보려 했지만 어림도 없었죠.



다만 포항에게서도 위기가 몇번 있는데 바로 공중볼 싸움이였습니다.



선제골 장면

중앙 수비 둘 사이로 오는 로빙 패스.

높은곳에서 올라오는 스로인



이 세장면은 포항이 공중볼을 놓치며 찾아온 실점 위기입니다. 첫번째는 결국 선제골까지 허용했죠. 


포항의 공중볼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졌고, 워낙 상대 공격수들의 체격도 나쁘지 않다보니 전혀 볼을 따내지 못했죠.


공격진에서도 공중볼을 따내지 못해, 여러 득점 찬스를 놓치기도 했어요. 


이는 앞으로 해결해나가야할 문제입니다. 철저한 위치설정과 판단력으로 공중볼에 대한 대비를 해야겠죠.




그리고 오늘 또 인상깊었던 장면을 뽑자면 포항의 공격전개라고 할 수 있겠네요. 


포항이 아무래도 패스 위주의 플레이를 하다보니 패스를 받기 위한 off the ball 움직임이 너무 좋아요.


특히나 오늘 고무열선수의 인상적인 off the ball 상황에서의 움직임을 꼽자면 바로 이장면인데요.



공을 가지고 있는건 오른쪽의 수원선수 사이에 있는 포항 선수입니다. 


여기서 중앙쪽으로 공을 주는데요.



본인이 공을 이어받지는 못했지만 공의 흐름을 읽습니다.


왼쪽 측면의 선수가 내려와 공을 받으러 오는걸 판단하고 이어받기 위해 중앙으로 침투해요.



그 결과 이렇게 중앙에서 공을 이어받아 결정적인 슈팅기회를 얻었죠. 


정성룡이 본인의 알을 포기하고 고자가 되는것으로 공을 막아내긴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측면 공략이 상당히 괜찮았어요. 특히나 오른쪽 측면에서의 공격이 신랄했는데요.



사실 요새 대세 축구는 윙어들이 측면에서 가운데로 몰고 들어오는 축구입니다. 


호날두 보세요. 측면 선수지만 거의 스트라이커처럼 수컹수컹하지 않습니까. 비단 호날두뿐만이 아니에요.


인사이드 포워드라고 불리는 선수들이 수없이 등장하고 있죠. 


그래서 전형적인 윙어 플레이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수비팀의 입장에서 호재였어요.



패널티박스만 막아내면 됬거든요. 결국 축구가 골을 넣는 스포츠 아닙니까. 골을 못넣으면 지는 스포츠에요.


그래서 패널티박스에만 선수들을 밀집시켜서 상대가 슛할 공간조차 내주지 않는 수비를 하면 막아내는거였어요.


오늘 수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패널티박스에 선수들을 박아두며 수비적으로 움직였어요.


포항은 이에 대항해서 측면 선수들에게 측면 끝쪽을 공략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위 사진 보세요.


측면 선수 한명이 서있으니까 공간이 서서히 열리죠?



측면의 선수가 한명 더 투입되서 2명이 되자 이들을 막기 위해 3명의 수비가 붙어있습니다.


백패스로 중앙에서 공 전개를 막기 위해 후방에서 선수 한명이 더 있구요.



그 결과 패널티 박스의 선수들이 전부 빠져나가고 말았어요. 왜냐? 측면에서 날뛰고 있으니 막으러가야죠.


하지만 막으러간만큼 중앙이 저렇게나 비어버리게 된겁니다.



그 결과 중앙에서 공을 이어받고 크로스까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공중볼을 따내지 못해 득점까진 가지 못했죠.


그래도 우수한 공격방식이였어요.




하나는 그냥 아쉬워서 올려보는 장면인데요.



전반 종료의 모습인데 수원의 비효율적인 수비를 이야기해주고 싶었습니다.


중앙으로 포항 선수 3명이, 수원선수는 4명이 내려갑니다. 이 경우 수적 우위는 수원이죠.


그렇기때문에 맨투맨으로 3명은 포항 선수 각각을 마크하고 한명은 지역수비를 맡으며 내려가면 됬거든요.



하지만 공을 가진 한 선수에게만 4명이 달라붙었고 그 결과 노마크 상황의 포항 선수에게 공이 가버렸죠.


물론 공을 이어받지 못해 득점찬스까진 못갔지만 위험한 상황이였습니다.



물론 수원이 1실점을 하고 난뒤엔 수비 조직력이 우수했어요.


경기 풀영상은 안주고, 하이라이트 영상만 올려져있어서 사진은 없는데 실점 이후 수원의 수비 조직력이 우수했습니다.


지역수비의 끝을 보여주었는데, 선수들이 라인을 맞춰 3~4m 정도만을 본인이 마크하며 공간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과거 축구계의 혁명을 만든 아리고 사키나 바르셀로나의 크루이프가 보여주었던 지역수비의 정석입니다.


" 모든 선수가 전 지역을 수비할 수는 없다. " , " 하지만 적은 공간을 수비하는건 가능하다. "


카를로스 렉사흐는 이 말을 이해하기 쉽게 이렇게 이야기하죠.


" 만약 저보고 이 방 전체를 수비하라고 하면 전 못할겁니다. 하지만 이 쇼파만큼 수비하라고 하면 그건 할 수 있어요. "



선수들 각자가 조금씩 움직이며 최소한의 공간만을 수비해낸다면 많은 움직임 없이 효율적인 수비가 가능하단 이야기죠.


패널티 박스에 눌러앉은 수원은 실점 이후 그 공간을 효율적인 지역수비로 막아냈습니다.


물론 막판에 골을 내주긴 했지만, 그는 사실 포항의 라인브레이킹이 훌륭했던거죠.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았는데 글 재주도 없고.. 어떻게 전개해나가야할지도 몰라서 글을 접어야겠네요 ㅠㅠ.


아무튼 황선홍 감독의 지략이 돋보이는 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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