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는 가운데, 여러 악단의 음악회도 송년음악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송년음악회라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음악회인데, 이때 프로그램으로 선택되는 단골손님이 바로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9번하면 바로 송년음악회를 떠올릴정도로 둘의 상관관계가 매우 깊다. 사실 이러한 관습은 일본에서 시작된 것인데, 오늘날에는 아시아 클래식 음악계의 고유한 전통(?)으로 자리잡아 가고있다.


베토벤 교향곡 9번의 가장 큰 특징은 널리 알려진 대로 4악장에 포함되어있는 합창이다. 특히 이 합창중에서도 클라이막스 부분은 아마 클래식 음악중에서 가장 유명한 부분이 아닌가싶다. 이 합창이 교향곡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은 굉장히 혁신적인 시도였다. 합창이 포함된 교향곡이 여럿 있는 지금에 와서야 그게 뭐 어려운 일인가 싶겠지만, 무엇이든지 정해진 틀을 깨려는 최초의 시도는 굉장히 어렵다는 점에서, 이 교향곡은 콜럼버스의 달걀과도 같다고 할 수 있을것이다. 사실 이 합창의 가사는 베토벤이 직접 쓴 것은 아니고, 시인 쉴러가 쓴 "환희의 송가"라는 송시를 인용한 것이다. 어린 베토벤이 살았던 당시에 이미 이 환희의 송가는 꽤 유명했고, 베토벤은 이 송시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했다고 전해진다. 


이쯤 되면 알 수 있겠지만 이 교향곡에 합창이, 그 중에서도 특별히 환희의 송가가 담겨있다는 것은 음악사적으로나 작품 자체의 해석적으로나 큰 의미가 있다. 특히 4악장의 초반부만 자세히 살펴보아도 베토벤이 이 환희의 송가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가 바로 나타난다.


4악장의 서주는 1~3악장의 주제를 재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렇게 지난 악장을 되돌아 보고 난 뒤에 합창부분의 주요 주제가 제시된다. 이렇게 합창없이 진행되는 아주 아름다운 선율은 바리톤의 외침으로 중단된다. 

오 친구들이여, 이 선율이 아니오!

무엇이 아니란 말인가? 지금껏 1,2,3악장의 주제를 재현하고 새로운 4악장의 주제를 제시한 마당에, 바로 그것을 부정해버리다니! 이어지는 바리톤의 독창을 살펴보자.

좀더 기쁨에 찬 노래를 부르지 않겠는가! 좀더 환희에 찬 노래를!

그렇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만으로는 환희를 표현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환희의 송가가 시작된다.

환희여! 환희여! 환희여, 아름다운 신들의 찬란함이여, 낙원의 여인들이여...

이 부분에서 오케스트라의 멜로디가, 앞서 제시했다가 바리톤에 의해 부정당한 주제 선율과 똑같다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즉 악기만으로는 부족했지만, 바로 그 위에 목소리를 더함으로서 완전해진다는 것이다. 베토벤이 교향곡에 합창을 포함시킨 것은 단순히 새로운 시도를 하기위함이 아니라, 그것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베토벤이 표현하고자 했던 환희는 이렇게 4악장의 합창으로 완성된다.


흔히 이 교향곡을 들을때 독일어 가사를 신경쓰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이지 이 교향곡의 감동을 반도 못느끼는 감상이라고 할수 있다. 이렇게 합창을 크게 강조했으니 그 가사에 베토벤의 메시지가 담겨있음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물론 그의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어디까지나 그것을 듣는 개인의 몫이다.


*41분7초부터 4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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