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짓기

책읽는 공대남자. 이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이 제목이 '예쁜 여자', '멋있는 남자' 같은 것들처럼 자연스러워서는 아닐겁니다. 도리어 '따뜻한 슬러쉬', '예쁜 남자' 같이 두 단어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에서 말하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책읽는 공대남자'는 좁게는 '건강한 대학원생', '떼돈버는 이(공)학박사' 같은 말부터 넓게는 '갑을 없는 수평적인 분위기의 랩실', '교수사회와 대등한 학생사회', 마이너 하게는 '주인공은 인덱스(금서목록)', '거유로리'같은 말들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대중적으로 말하자면 '개소리'란거죠.


※ 왜 하는데?

제가 공대생이고 제가 책을 읽기 때문입니다.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겁니다. 이유가 어딨어요. 사람이 하는 일들의 가장 큰 이유는 재미입니다. 높으신 분들이 그걸 몰라요. 노잼그로기인 일은 돈버는 재미조차 없다면 몇억을 줘도 그만두게 되있습니다.

출처: TIG


※ 뭘 하는데?

책을 읽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합니다. 주1회 책 내용의 일부를 읽고 이야기를 합니다. 책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책과 관련된 다른 내용일수도 있습니다. 가능한 원문에 충실할겁니다. 왜냐면 대부분이 제 전공 밖의 책들일 것이거든요. 통섭이 유행하는 시대이긴해요. 범학문적 접근이라는 논리가 판을 치는 시대입니다. 반은 두 개 이상의 분야 중에 하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얕음을 넓음으로 포장하려는 사기입니다. 기체분자운동론에서 기체분자를 사람으로 대체시키면 집단을 분석할 수 있다같은 이야기가 대표적이죠. 이 문구에 의미가 없진 않지만, 이 논리가 사회의 모든 것은 과학과 공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근자감으로 정말 쉽게 진화합니다. 안대 안낀 아스카와 안대 낀 아스카는 똑같은 아스카다라는 수준이죠. 그건 안대 안낀 아스카와 안대 낀 아스카에 대한 모욕입니다. 우리는 마땅히 이 모욕적인 언행과 발언에 대해서 투쟁노선을 쟁취해야만 할 것입니다. 저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지켜온 아스카의 팬으로써 모든 아스카를 존중합니다.


※ 왜 공대남자인데? 왜 책인데?

이(공)계생에게 그들의 전공은 먹고살기 위해 넘어야할 과제와 프로젝트와 시험의 똥덩어리만은 아닙니다. 그들의 전공은 그들이 존재하는 세상(자연)을 바라보는 눈이 되어줍니다. 근데 아쉬운건 그 전공이 살아가는 세상(사회)을 바라보는 눈이 되어주기에는 부적합한 점이 좀 있죠. 양쪽 눈이 골고루 작동해야 세상을 풀HD 입체로 생동감있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물론 한쪽 눈만으로도 살아가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좀 아쉽잖아요. 야동도 1080p에 이제는 3D를 넘어서 4D까지 시도하는 세상인데!

책은 그 다른쪽 눈을 뜨게 해줄 수 있는 유용한 방편 중 하납니다. 유일하진 않아요. 책만 읽으면 세상의 모든 것을 알 수 있고 지적인 능력이 향상되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악질적인 약팔이들입니다. 무안단물이야기를 하면 피식 웃는 사람들이 책 이야기를 저렇게 하면 그렇구나 하고 덥썩 미끼를 뭅니다. 안그래요. 사람들과의 대화도, 웹서핑도, 맛폰서핑도 세상에는 다양한 수단들이 참 많아서 살아가는 세상을 느끼게 해줍니다. 책의 장점은 오래되었고 검증되었고 익숙해지면 효율이 높다는 것 정도죠.

전형적인 공대남자가 책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더듬어나가는 이야기를 할겁니다. 거기서 무슨 맥락을 얻으실지는 여러분 몫입니다. 책 내용이든, 공대생이 책에 익숙해져가는 방식이든, 비전공자가 바라본 타 전공분야 이야기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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