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많은 경쟁자가 나타났었으나 근 30년동안 자리를 지켜온 CD오디오. 하이 레졸루션 오디오는 CD를 완전히 밀어낼 수 있을까?


 요즘 하이 레졸루션 음원들이 CD를 밀어내고 점점 위세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계시겠지만 러브 라이브의 음원도 e-onkyo를 통해 하이 레졸루션 포맷으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 옛날 필립스와 소니가 '레드북' 표준으로 정의한 '컴팩트 디스크 디지털 오디오'는 고안된지 이제 30년도 넘었으니까 새로운 오디오 포맷이 유통되지 않는게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고스펙 오디오 포맷 열풍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포맷의 스펙이 어떻든지간에 가장 중요한건 그 안에 담기는 음원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음원의 믹싱과 마스터링 품질이 떨어지면 아무리 포맷의 스펙이 좋아도 소용이 없습니다. 교정도 제대로 안 된 소설을 미색지에 인쇄해서 고급 양장본으로 제본한다고 한들 그 책의 오탈자가 고쳐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수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음원의 퀄리티를 따질 때 포맷의 스펙을 보는것은, 마치 책을 겉표지만 보고 평가하는 것과 같은, 대단히 큰 함정에 빠지게 될 우려가 있습니다. 믹싱과 마스터링이 훌륭한 CD오디오 음원은 그것을 MP3로 손실압축을 하더라도 평범한 마스터링을 거친 하이 레졸루션 음원보다 훨씬 듣기 좋습니다. 하이 레졸루션 음원을 발매한다면 보다 더 공을 들여서 작업을 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것도 알 수 없는 일이고, 결국 음원의 품질을 논하려면 직접 들어보는 수밖엔 없습니다.

 

 사실 이러한 오디오적인 관점에서 봤을때 일반적으로 서브컬쳐계에서 발매되는 음원들은, 간단히 말해서 허접합니다. 보컬과 악기는 정위감 없이 두리뭉실하게 퍼져있고, 무대감도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사실 정위감이나 무대감 같은 것은 적당한 스피커를 제대로 세팅해두고 들어야 온전한 재현이 가능한 것이고, 애니송 '따위'를 그런 식으로 각잡고 듣는 사람은 흔치 않을 테니, 상업적인 관점으로 필요없는 투자를 잘라내는 것은 (상업적으로) 올바른 선택이라고 볼 여지가 없진 않습니다. 대부분의 서브컬쳐 음반들이 미디어믹스 형태로 발매되고, 그런 음반들의 목적은 아무래도 상업적인 면이 크다보니 제작비를 최대한 아낀 저렴한 퀄리티의 음원이 되는 것입니다. 기존에 발매된 러브 라이브 음원들도 예외는 아니여서 명색이 가상 아이돌인데도 불구하고 그 음원의 마스터링 퀄리티는 다른 애니송들과 마찬가지로 저렴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일본에서 러브라이브의 음원이 고스펙 포맷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다소 황당했습니다. 기존에 발매된 싸구려 믹싱과 마스터링을 거친 음원을 아무리 좋은 스펙의 포맷에 담아낸다고 한들 의미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더 알아보니 단지 포맷만 바꾼게 아니라 믹싱과 마스터링을 새로 한 모양이었습니다. 실제로 완전히 다른 음원이 되었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였으니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작업을 했으리라 여겼고, e-onkyo에서 첫번째 싱글, '우리들의 LIVE 너와의 LIFE'를 구매해서 들어보았습니다.

 

48kHz, 24bit 하이 레졸루션 음원으로 제공되는 싱글 1집


 러브라이브 하이 레졸루션 음원의 퀄리티는 정말 충격적일 정도로 좋았습니다. 물론 이것은 기존 발매반들과 비교해서 충격적일 정도로 좋다는 것이고, 다른 장르 음원들의 마스터링 퀄리티와 비교하면 이제서야 비로소 음반이라고 부를만한 수준에 도달한 것입니다. 보통 리마스터링 음원을 담은 재발매반은 별개의 음반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 하이 레졸루션 음원은 기존 싱글들과 동일한 타이틀로 같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기존 싱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성격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기존 싱글들을 포함해 다른 서브컬쳐 음원들과 비교하면 새 러브라이브 음원의 믹싱과 마스터링은 독보적인 수준입니다. 정위감과 무대감이 잘 느껴지고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아주 깔끔해졌습니다. 싱글  1집을 듣고 나서 정규 싱글 2~5집과 트리오 싱글 soldier game, 애니메이션 삽입곡 싱글 No brand girls/START:DASH!를 추가로 구매해서 들어보았는데, 과거에 발매됐었던 싱글일수록 기존 음원과 하이 레졸루션 음원과의 차이가 대단합니다. 이 정도의 차이면 하이 레졸루션 포맷과는 무관하게 믹싱과 마스터링을 새롭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음원은 구입할 가치가 있다고 있다고 봅니다. 설령 하이 레졸루션 음원을 재생할 수 없는 청취 환경이라고 하더라도 따로 인코딩을 해서 들으면 됩니다.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서브컬쳐 음원들이 하이 레졸루션 포맷의 형태로 발매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브컬쳐 음원이 하이 레졸루션 포맷으로 유통되는 것은 마치 TV애니메이션의 유통매체가 DVD에서 BD로 변한것과 비슷한 수순일 것입니다. 다만 이것이 마케팅만을 위한 눈속임에 그치게 되는것이 아닐지가 걱정스럽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중요한건 포맷의 스펙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기는 음원의 퀄리티니까요. BD의 보급이 TV애니메이션의 고해상도 제작을 가속시킨 것처럼, 앞으로 서브컬쳐 음원들도 하이 레졸루션 포맷의 확산에 발맞춰서 녹음과 믹싱, 마스터링의 퀄리티가 향상될까요? 한번 관심있게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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