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클래시컬 레이블을 통해 발매된 김대진 지휘, 수원시향 연주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전집이다. CD 5장으로 구성된 박스형태이고, 가격은 3만5천원선이다. 국내 교향악단의 앨범작업은 (정명훈의 서울시향을 제외하면)흔치 않은 일인데, 이렇게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전집을 내놓은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착한 가격을 생각해보면 음반으로서의 경쟁력이 충분히 있으리라 본다. 


이 교향곡 전곡은 예술의전당에서 이루어졌던 차이코프스키 시리즈 기획공연을 실황으로 녹음한 것이다. 연주 자체가 예술의전당 기획이어서 그런지 음반에도 예술의전당 로고가 박혀있고 저작권자에도 수원시향과 함께 예술의전당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이런식의 실황녹음을 할때, 리허설도 같이 녹음을 했다가 본 공연때 발생하는 실수나 객석 소음등을 편집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음반은 그렇게 하지 않고 라이브 단 한번의 연주만을 녹음한듯 하다. 이 말은 즉 사소한 실수나 객석 소음들이 그대로 음반에 기록되어 있다는 뜻이다. 사실 연주회 당시에 연주가 녹음된다는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으니 관객들도 자신들이 내고 있는 소음에 대해 방심하고 있었으리라. 어쨌든, 그리하여 이 음반을 듣고있으면 라이브를 듣는 듯한 맛이 난다. 음원을 편집할때도 그런 방향을 염두에 둔 것인지 굉장히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스러운(?) 소리를 들려준다. 이 연주들을 직접 실황으로 들었던 나로서는 마치 그 때 그 순간으로 돌아가는 것만 같다.




수원시향의 장점은 묵직한 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음반에서도 그 점이 잘 드러난다. 다만 가끔씩 관악파트가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약간 아쉬운 점이다. 그럼에도, 이 음반이 실황녹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훌륭한 연주라고 평하고 싶다. 김대진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해석에도 나름대로 독창적인 부분이 있어서 듣는 즐거움이 있다. 이정도면 국내 음악 애호가들의 귀를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음반의 내지에는 피아니스트이자 음악 칼럼니스트인 김주영의 차이코프스키와 그의 교향곡에 대한 해설이 함께 실려있는데, 이게 또 상당히 알찬 구성이라 마음에 든다. 내지에 연주에 참여한 단원들은 물론이고 객원 연주자들의 이름까지 함께 적어 놓은 점은 독특하다.

 

국내 음반 시장에서 이 음반이 반향을 일으킨다거나, 아니면 최소한의 손익분기점을 넘으리라는 기대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러한 시도들이 계속되어서 국내 교향악단들의 좋은 음반들이 축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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