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 레전드 대우를 하지 않는다고?

2013.11.26


최근 축구를 보는 성인층이라면 2002년 FIFA 한일 월드컵을 기억하고 있을것이다. 대한민국은 물론 아시아 최초로 월드컵 4강에 진출한건 정말 놀라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19번의 월드컵에서 4강 진출국은 22개 국밖에 없을정도다. 그렇기에 대한민국의 4강 진출은 당시 전세계적으로도 이슈가 되었다. 이 일을 계기로 한국축구를 전세계에 알리는 일이 되었고, 본격적으로 우리나라 K리그가 발전하는 계기와 유럽으로 선수들이 진출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4강의 기적을 만들어준 선수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 활약을 펼쳤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박지성(PSV) 과 이영표(은퇴) 를 꼽을 수 있다. 박지성은 세계 최고 클럽중 하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7년간 있었으며, 이영표는 영국 빅클럽들을 이적해다니면서도 매번 주전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또 두명의 선수가 있다. 



바로 김남일과 설기현이다. 김남일은 전남, 수원(이하 한국), 비셀 고베(일본), 톰 톰스크(러시아) 등의 팀에 이적하며 대활약했다. 설기현은 축협의 유망주 육성 프로그램을 받은 선수로 앤트워프(벨기에)에서 유망주때 자랐으며 이후 얀더레흐트(벨기에), 울브스, 레딩, 풀럼(이하 잉글랜드), 이후 K리그로 데뷔해 포항, 울산(이하 한국) 까지 뛰며 여러 리그를 경험하며 뛰었다. 그리고 이 두 선수의 공통점이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새로운 축구삶을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선수는 2012 시즌 인천에 영입되어 부동의 주전으로 활약했고, 더불어 인천유나이티드의 흥행을 이끌고 정신적 지주가 되어 팀을 이끌었다. 하지만 인천은 최근 그 두선수와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해져 많은 이들에게 논란이 되고 있다. 어떻게 레전드를 그렇게 대우할 수 있냐고 이야기하는것이다. 그렇다면 그게 진실일까? 진짜로 인천은 레전드 대우를 하지 않았던것인가?




시민구단 인천유나이티드. 재정난은 계속되고 있다.


국내축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인천 유나이티드의 재정난을 한번쯤 들어봤을법하다.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큰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과거 인천 유나이티드는 창단 이래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적자가 비일비재한 한국 K리그의 상황에서 시민구단으로 창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흑자를 기록한것이였다.


시민구단이 리그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는것을 몸소 보여준 인천 유나이티드는 놀라운 재정관리로 팀을 잘 이끌어내는듯 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계속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유나이티드는 놀랍게도 2011년부터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코스닥 진출까지 노리던 인천 유나이티드는 2011년 이후로 코스닥은 커녕 해체위기에 휩싸였다.


인천시는 유래없는 재정난으로 재정파탄이 일어나며, 10조가 넘는 부채를 껴안게 됬고, 주요 스폰서였던 대우는 여러 기업들에게 밀려 판매가 저조해졌다. 말했지만 인천 유나이티드는 시민구단이다. 이렇다할 수입원 구조가 존재하지 않는다. 의존할 수 있는것이라곤 인천시의 지원, 그리고 스폰서들의 지원밖에 없다. 더 더하자면 선수들의 이적료 정도일까.


이런 상황에서 인천시와 대우가 동시에 무너지자 인천유나이티드도 고스란히 영향을 받았다. 2009년에 80억에 가까웠던 자기자본은 2012년에 들어서 -12억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영업이익도 손해로 바뀌었다. 영업적자가 52억 적자에 이어 38억 적자로 2년 연속 엄청난 량의 적자를 기록해버린것이다. 이렇게 되자 인천 구단은 매년 위기에 휩싸이게 되고 말았다.


2012년에는 2달치 임금을 지불하지 못해 논란이 일었고, 2013년에도 임금을 주지 못했다는 논란에 더불어, 심지어 사채를 빌려 선수들의 임금을 내주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렇다. 이게 스폰서에 의존하는 인천의 한계점인 부분이다. 이러한 재정난속에서 김남일과 설기현을 데리고 있으라고? 토사구팽을 하고있다고? 너무한 이야기다.


참고로 김남일과 설기현의 연봉은 각각 4~5억씩으로, 둘이 합하면 10억이다. 



관심이 떨어지는 K리그. 울부짖는 인천


게다가 인천의 이러한 재정난은 K리그의 관심 하락도 한 몫을 하고 있다. K리그는 2002년 월드컵 이후 흥행하는듯 했다. 13경기였던 리그도 홈&어웨이로 바꾸며 리그 경기 수도 늘렸다. 박주영, 기성용, 이청용, 유병수, 구자철 등등 수많은 스타들도 내놓으며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문제는 승부조작이였다.


과거 차범근이 1998년 국내팀이 승부조작을 하고 있다는 발언을 한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그에 대한 조사가 크게 없었다. 하지만 공공연연히 승부조작은 있었다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했고, 결국 2011년 인천 유나이티드의 윤기원이 의문의 자살을 함으로서 승부조작 사건 조사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졌다.


이에 대해 4명이 구속, 11명이 영구제명되는 등 일이 있었고, 2차적으로 47명의 선수와 브로커 역시 영구제명을 당했다. 과거 전북 현대 모터스에서 뛰었던 정종관이 이러한 승부조작의 당사자로서 부끄럽고 괴로웠다는 유서를 남기며 자살하는등 여러 사건을 낳았다. 이런 사건이 터지며 K리그의 대한 관심도는 뚝 떨어졌고, 반대쪽에서 야구가 열띤 흥행노력 끝에 빛을 보며 국내 최고의 스포츠로 떠올랐다.[각주:1]


K리그의 관심 하락은 인천에게 곧바로 직격탄이 되었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인천은 주 수입원이 없다. 기업들의 스폰, 수원시의 지원정도가 주 수입원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관객들의 수입료 역시 팀을 책임질 훌륭한 자본원중 하나다. 하지만 K리그의 관심이 떨어지며 관객 수가 줄어들며 수입이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더불어 K리그 중계도 공중파에서는 제대로 해주지 않고 있어 중계권료는 커녕 이제 스폰서들의 지원도 서서히 줄어가게 되었고, 결국 인천은 자금난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K리그의 관심, 그리고 각 구단들의 꾸준한 홍보가 없으면 인천 유나이티드같은 시민구단은 더더욱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설기현, 김남일. 그렇다면 이대로 떠나야하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천이 김남일과 설기현을 떠나보내는건 아쉬운 일이다. 설기현과 김남일은 팀의 구심적 역할을 해주고 있고, 팬들을 끌어모으는 또 다른 원동력이기도 하다. 최고의 마케팅 요소인 셈이다. 실력이 출중한 선수들에다가 그런 부가적인 효과를 가지고 오는 두 선수를 쉽게 내치는것은 인천으로서도 어려운 결정이다. 게다가 언론의 반응들을 보면 인천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쉬운 결정은 어렵다.


가장 좋은 방법은 두 선수를 플레잉 코치로 재계약해 이 구단에서 은퇴를 돕는것이다. 설기현같은경우 아직 2~3년 정도 더 뛸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제 김남일은 36세다. 은퇴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그렇기에 김남일을 설득해 그를 플레잉코치로 재계약해 2014시즌까지만 경기에 투입시킨 후 인천에서 은퇴를 시키는게 인천으로서는 가장 좋은 수순이 될것이라고 생각한다. 설기현같은경우는 애매하다. 


설기현은 34세로 확실히 노장이긴 하지만, 김남일처럼 자기관리를 괜찮게 했기때문에 아직 3년정도는 더 뛸 수 있다고 본인이 판단하고 있을것이다. 안타깝지만 그 설기현에 대해서는 인천이 설득하지 못한다면, 그를 포기해야할 수도 있다.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수는 없다. 설기현이 이 구단에서 연봉을 더 깍고, 구단에 남으며 플레잉 코치로 차후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이상 인천이 그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설기현을 내보낸다면 5억의 연봉으로 인천의 젊고 뛰어난 선수들을 재계약할 수 도 있다. 결정은 설기현과 김남일, 그리고 인천의 구단주가 하는것이겠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결정을 내렸으면 한다. 나 역시 2002년을 봐온 세대로서 설기현과 김남일을 존경하기 때문에. 







  1. 최근 이러한 승부조작을 했던 최성국 등이 다시 한번 K리그로 돌아오려하고있다. 진정 K리그를 살리려면 이러한 자들의 출입을 막아야한다. 그들은 범죄자임을 우린 잊어서는 안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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