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을 다룰 줄 알았던 두 남자, 

퍼거슨과 무리뉴.

2013.11.27



축구경기를 하다보면 거친 플레이를 하는 팀들이 있다. 더비, 선수의 성격, 팀의 플레이스타일 등에 의해 영향을 받겠지만 이러한 거친 플레이는 반칙을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반칙은 PK, 퇴장 등으로 이루어지며 경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심판은 언제나 공정해야하고, 심판은 절대로 선수와 감독을 개인적인 일로 만나서는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편파판정이라는것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말이 있다. " 사람은 객관적일 수 없다. " 맞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반칙이 아닌 일에 반칙을 선언할때도 있고, 반칙인 일에도 반칙을 선언하지 않을때가 있다. 사람은 주관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심리적인 부분에서 본의아니게 오심을 할때도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오심은 경기가 끝나고 많은 논란을 불러오기도 하고, 감독들간의 입담 대결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심판을 심리적으로 잘 이용하는 감독이 대표적으로 두명이 있다. 이제는 맨유의 살아있는 전설이 되어버린 알렉스 퍼거슨 경과 'Happy One' 조세 무리뉴 첼시 감독이다. 두 감독은 전술적인 역량도 뛰어나지만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놀라운 힘을 발휘하는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특히나 조세 무리뉴의 기자회견은 매번 수많은 뉴스기사를 낳을 정도로 자극적이고 놀랍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심판을 다루었을까. 




심판이 애인? 밀고 당기기를 심판과 했던 알렉스 퍼거슨 경


심판에 대해 논란이 가장 많은 감독은 아무래도 알렉스 퍼거슨 경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이들이 알렉스 퍼거슨 경이 심판을 이용해 많은 경기를 승리했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크게 틀린말이 아니다. 알렉스 퍼거슨은 심판과 밀고 당기기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심판에게 확실히 부각시켰다. 우호적인 심판에게 우호적으로 대하고, 그의 말은 놀라운 압박감을 생성해낼 수 있다는것을 말이다.


알렉스 퍼거슨은 이미 오랜기간 맨유에 재임해오며 수많은 트로피를 쌓아올렸다. 그러한 그의 업적은 그를 세계 최고의 감독으로 대접받게 했다는것을 다 알고 있을것이다. 그런 알렉스 퍼거슨이 기자회견에서 특정인을 비판한다면 언론에서는 수많은 뉴스를 쏟아낸다. 그러한 것이 심판들에게는 큰 부담이였을것이다. 심지어 옳은 판정을 했더라도, 언론에서 쏟아내는 기사는 그의 이미지를 깍기에 충분하다. 이것은 그가 알렉스 퍼거슨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알렉스 퍼거슨의 위압감에 심판들은 '퍼기 타임' 이란것을 만들어냈다. 일종의 음모론에 가까운 이 퍼기타임은 알렉스 퍼거슨 경이 은퇴 한 뒤, BBC에서 통계를 내본 결과 실제로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맨유는 이기고 있을때보다, 지고 있을때 무려 79초의 시간을 더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실로 놀라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 바로 퍼거슨 경이 자랑했던 심판을 다루는 능력이였다.


그는 이렇게 심판에게 많은 혜택을 누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오심에 있어서는 크게 소리쳤다. 2011년, 첼시와의 경기에서 패배한 퍼거슨은 기자회견에서 " 나는 공정한 심판을 원한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나는 우리 경기 심판이 두려울 정도였다. " 라고 이야기하며 당시 주심이였던 마틴 애킨스를 신랄하게 비난했다. 이런 알렉스 퍼거슨의 비난은 수많은 언론거리를 낳았고, 마틴 애킨스는 물론 다른 심판까지 그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알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알렉스 퍼거슨은 심판과 친한 관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은퇴한 심판인 핼시는 알렉스 퍼거슨과 수시로 문자를 주고 받으며 친한 관계를 유지한다고 이야기했다. 더불어 마크 클레이튼버그 심판이 후안 마타에게 경기 도중 인종 차별을 했다고 논란이 일자 핼시 심판은 알렉스 퍼거슨에게 그에 대해 한마디 해주라고 부탁을 했고, 퍼거슨은 언론에서 " 마크가 그런짓을 했다는것을 믿을 수 없다. " 라고 이야기하며 그를 보호했다. 그리고 마크 클레이튼버그는 무혐의로 밝혀졌다.


더불어 심판을 칭찬하며 압박감을 주기도 했다. 알렉스 퍼거슨은 첼시와의 경기에서 하워드 웹 심판이 주심으로 선정되자 언론에서 " 첼시전에 최고의 주심이 배정되었다는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오심으로 피해를 입는건 맨유의 가장 큰 걱정. " 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 두줄의 문장으로 알렉스 퍼거슨은 완벽하게 하워드 웹을 이용하려했다. 뭐 결과는 안타깝게 실패로 돌아가긴 했어도, 알렉스 퍼거슨이 심판을 다루는데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그가 심판의 오심만을 통해 수많은 트로피를 거머쥐었다고 이야기하고싶은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분명 심판을 다루며 몇몇 경기에서 승리한 적이 있다는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것이다. 이를 심판과의 유착을 한 알렉스 퍼거슨의 문제라고 삼을지, 경기 외적인 부분을 훌륭하게 이용했을지 판단하는것은 사람들의 몫이다.




언론을 통해 심판을 지능적으로 사용한 남자, 무리뉴


하지만 심판을 지능적으로 이용한것은 퍼거슨만이 아니다. 사실 심판을 정말로 제대로 이용했다고 할 수 있는 남자는 바로 이 조세 무리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언론을 통해 심판을 좌지우지시키며 본인의 뜻대로 이용했다. 특히나 그가 심판을 이용하는 능력은 레알 마드리드에 부임할때 꽃을 피웠다. 그가 심판을 좌지우지하게 하며 경기를 자신의 것으로 이끌어 가려 했다는것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가장 유명한 일화는 아무래도 11년, 펩의 바르셀로나와 무리뉴의 레알 마드리드가 챔피언스 리그 4강에서 만날때 했던 기자회견이라고 할 수 있다. 펩 과르디올라가 기자회견에서 욕설을 했기에 더 논란이 되었는데 당시 무리뉴는 펩이 국왕컵에서 레알 마드리드에게 1-0으로 지고나서, 페드로의 골에 대한 오프사이드 판정에 불만을 품었던것을 이용해 펩을 비꼬며 인터뷰를 했다.


 " 여태까지는 두가지 타입의 감독이 있었다. 적은 수지만 심판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는 감독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대부분은 심판이 큰 실수를 하면 비난하고 잘하면 만족해하는 감독이 있다. 우리는 이제 심판의 바른 판정마저도 비난하는 새로운 부류의 감독을 만났다. 지금까지는 세계축구계에서 볼 수 없었다. 그가 행복하려면 심판이 잘못해야한다. 우리는 10명으로 경기를 마치게 될것. " 


놀랍게도 그 경기는 페페가 퇴장당했고, 바르셀로나는 결승전으로 올라갔다. 무리뉴는 그 경기가 끝나고 " 가끔 축구가 역겹다고 느낀다. 바르셀로나의 승리를 축하하지만 왜 매번 심판들의 도움을 받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번에 그들이 우승한다면 베르나베우 스캔들로 남을것. " 이라고 이야기하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후 나중에 무리뉴는 " 진실을 말한 사람에 합당한 일이 아닌 일들이 일어났다.[각주:1] 대신 기자 여러분들이 말해달라. " 라고 요청했다.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동감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조세 무리뉴는 그저 심판의 판정에 칭얼대는 아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결과를 들으면 여러분들은 놀랄 수 밖에 없을것이다. 신기하게도 2011-2012, 2012-2013 시즌 레알 마드리드는 엘 클라시코에서 퇴장당하지 않기 시작했고, 놀랍게도 더 많은 승리를 거두기까지 했다.


어떻게 된일일까? 바로 무리뉴의 이러한 태도에 심판들이 주눅이 들었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는 전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은 파울을 받는 팀이다. 그들의 티키타카를 막기 위해선 강력한 압박을 해야하고, 그 결과 몸싸움 등이 벌어지며 파울을 만들어낸다. 네이마르가 이번 시즌 최고의 파울을 받는 이유도 바르셀로나이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무리뉴의 저러한 언쟁이 계속되며, 마지막에 기자 여러분들이 말해달라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태도에 자신들의 반칙, 파울 선언이 혹여나 오심으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판정을 좀 더 관대하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언론을 통해 심판을 심리적으로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해 본인에게 유리한 판정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심판의 판정이 정확하고 까다로워야 할때는 " 그들이 퇴장당하지 않은게 놀랍다. " 라며 까다로운 판정을 요구했고, 바르셀로나처럼 파울이 많아지는 경기에서는 " 심판은 그들의 편인것같다. " 라며 관대한 판정을 이끌어냈다. 이게 바로 조세 무리뉴가 심판을 다루는 놀라운 능력이였던것이다.


몇몇 사람들은 말한다. 무리뉴는 변명을 지껄이는 사람에 가깝다고. 하지만 그러한 변명은 때로 팀에게 이러한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아직도 그를 어린아이라고 부를텐가? 아니면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남자라고 부를텐가? 선택은 여러분들의 몫이다.




참고 문헌 : 무리뉴, 그 남자의 기술 (한준 지음, 2013 발행)

  1. 무리뉴는 5만 유로의 벌금을 물고, 3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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