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정취가 느껴지는 카미야마시의 모습

 지난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듯이 빙과의 시나리오 구성은 가운데를 중심으로 대칭적이다. 빙과의 구성을 대칭성이 드러나게 도식화 하면 다음과 같다.

 1

 전통 있는 고전부의 재생

 세키타니 사건

 2

 명예로운 고전부의 활동

 3

 사정 있는 고전부의 후예

 4

 영광스런 고전부의 과거

 5

 역사있는 고전부의 진실

 6

 대죄를 범하다

 7

 정체를 보다

 8

 시사회에 가자!

 학급영화 사건

 9

 후루오카 폐촌 살인사건

 10

 만인의 사각

 11

 어리석은 자의 엔드 롤

 11.5

 지녀야 할 것은

 12

 한없이 쌓인 그것

 십문자 사건

 13

 저녁에는 해골로

 14

 와일드 파이어

 15

 쥬몬지 사건

 16

 최후의 표적

 17

 쿠드랴프카의 순번

 18

 봉우리들은 맑은가

 19

 짐작이 가는 자는

 20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1

 수제 초콜릿 사건

 22

 먼 길로 가는 히나 인형

 빙과에서는 이 대칭성을 통해서 호타로의 변화를 나타내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시나리오적 대칭성과 호타로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게 표현된 에피소드가 "봉우리들은 맑은가"편과 "짐작이 가는 자는"편이다. 이 두 에피소드는 지난날의 호타로를 상기시키며 현재의 호타로가 어떻게 변하였는지를 나타낸다. 


"대죄를 범하다"편을 바로 떠올리게 하는 연출

 "봉우리들은 맑은가"편에서 호타로가 사실확인을 위해 도서관에 가려고 하는 모습과 그의 "신경 쓰인다"는 발언에 사토시와 마야카는 경악하고 치탄다는 감동한다. 고전부의 이 모습 "대죄를 범하다"편에서 치탄다의 "지치는 일은 하기 싫다"는 발언에 사토시와 마야카가 경악하고 호타로가 감동하는 연출과 정확히 일치한다. "짐작이 가는 자는"편에서도 마찬가지로 과거와 대칭되는 모습이 그려진다. 호타로가 치탄다의 도움을 받아서 추리를 해나간다는 점과 호타로의 결론이 치탄다의 "인간 신뢰"에 순간적으로 거부되는 점은 "정체를 보다"편과 닮았다.


 "봉우리들은 맑은가"편에서 보여준 호타로의 새로운 모습은 치탄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는 어째서 이런 귀찮은 일을 하려고 했던 것일까? 그것은 바로 오기 선생님을 이해하고 배려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의 이같은 동기도 오미치 선생님을 이해하려고 했던 치탄다의 모습을 그린 "대죄"편을 떠오르게 한다. 대죄편에서 치탄다의 그러한 행동을 잘 알지 못했던 호타로가, 이제는 치탄다를 감동시킬 정도의 이해심과 배려심으로 충만한 모습은 그의 변화와 그 방향을 아주 확실하게 나타낸다.


세키타니 사건을 다시 언급하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짓는다

그의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모토는 이제 유명무실해졌다. 그에게 있어서 "해야만 하는 일"의 기준이 치탄다에 의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닥쳐오는 일을 피하는데 급급했던 그가, "짐작이 가는 자는"편에서는 아예 스스로 판을 벌려놓고 추론을 펼쳐나가기까지 한다. 치탄다의 반대선상에 놓여진 것으로 묘사되던 그가 이제 다양한 표정과 함께 유머러스한 대사를 뱉어내며 그녀와 아주 잘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미빛 호타로라고 부를만 하다. 


날카로운 반론을 펼치는 치탄다

 또한 이 "짐작이 가는 자는"편에서는 호타로뿐만이 아니라 치탄다의 변화도 존재한다는 점이 아주 눈에 띈다. "정체를 보다"편에서 치탄다는 단순히 호타로를 따라다니며 보조하는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었지만,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그의 논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추리를 진행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단순히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감상에서 한걸음 나아가, 그러한 결론이 왜 거부당할만한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며 더욱 깊은 추리를 이끌어낸다. 이러한 치탄다의 변화가 호타로의 영향임은 분명하다.


 덧붙여서, 이렇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해나가는 두 사람이 단순한 친구에서 벗어나 그 이상의 관계로까지 발전되리라는 것은 지금까지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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