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르릉

영화 케이온 TVA 1기의 오마쥬로 시작한다. 케이온 극장판이 TVA 시리즈가 끝나고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극장에서 개봉했다는 점, 모든 관람객이 영화를 보러 오기 전에 TVA를 복습(!)하고 오리라고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영화 초반부에 케이온 시리즈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줄 만한 요소를 집중적으로 배치한 것은 좋은 선택이다.


앰프의 스위치가 내려가있다키보드의 진공관이 꺼져있다

눈썰미가 좋은 사람은 경음부가 데스데빌을 흉내내고 있을때 앰프와 키보드의 전원이 꺼져있음을 눈치챌 수 있을것이다.


"그만 둬, 둘 다!""하모니카도 불 줄 모르고!"

경음부의 "연극"부분은 두가지가 아주 인상적이다. 첫번째로는 이 장면에 사용된 연출이 그러하고, 두번째로는 이 장면이 영화속에서 차지하는 구성상의 위치가 그러하다.


우선 연출적인 부분부터 살펴보자. 아즈사가 부실에 들어가서부터 화면에 미세한 흔들림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이같은 화면떨림 연출은 필름 영화에서 핸드헬드(hand-held)기법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화면에 사실성이나 현장성을 부여하거나 긴장감을 조성하기위해 쓰인다. 이 장면에서는 아즈사가 갖는 긴장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쓰였다고 볼 수 있을것이다. 이러한 화면의 흔들림은 아즈사가 유이의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눈치채고, 의구심을 품음과 동시에 깨끗이 사라진다. 즉 이 연출은 아즈사의 심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이 연극 부분은 케이온에 대한 '소개'을 맏고있기도 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케이온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줄 장치가 필요했고, 바로 이 부분이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경음부의 연극이라는 아주 흥미로운 소재로 주의를 집중시키고 각 캐릭터들이 하는 대사들은 그 한줄한줄에 각 캐릭터들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다. 캐릭터와 배경에 대한 소개를 위한 장면을 따로 배정하면서, 노골적으로 정보를 노출시키지 않고 적절히 포장함으로써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 낸 점이 아주 뛰어나다.


"유이 나이스!"

케이온은 밝은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말 그대로 화면을 밝게 그리는 경우가 많다. 이 장면에서는 일부러 과다노출을 줘서 화사한 느낌을 내고 있다. 배경이 과다노출을 받고있음에도 캐릭터들의 모습만큼은 뚜렷하게 그려지는 것은 애니메이션만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처럼 필름의 영역에서 발전되어온 개념이 애니메이션식으로 변형되어 적극적으로 사용되는 모습은 케이온 극장판 이후로 쿄애니의 작품에서 자주 발견된다.


"아즈냥...."

피사계 심도 개념을 이용하여 유이의 눈에 초점을 맞춰서 강조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사실 디지털 작화를 사용하는 현대 애니메이션에 기술적인 의미로서의 초점이라는 개념이 있을리가 없다. 이 장면은 '유이의 눈만 남기고 주변을 전부 블러처리'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러나 눈 주변의 블러가 어색하지 않은 것은 우리가 이미 필름의 피사계 심도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고, 그 사실을 애니메이션이 이용했다는 점은 틀림없다.


"선물이 유급?"

배경음악의 박자에 정확히 맞아떨어지며 진행되는 캐릭터의 행동과 화면전환도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연출이다. 이 때 부터 선배들, 특히 유이의 행동에 아즈사가 위화감과 거리감을 느끼는 모습이 자주 그려진다는 점과 선배들과 아즈사의 이야기가 구분되어서 그려진다는 점은 이야기 전개상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톤짱!"

3학년 선배들이 졸업여행을 의논할 동안 아즈사가 딴청을 피우는 모습에서 아즈사가 애초에 선배들의 졸업여행에 끼어들 생각이 없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생각치도 않던 여행에 참가하기로 하자마자 아무것도 없던 계획을 앞장서서 짜나가는 아즈사의 모습도 눈여겨볼만 하다.


오펜바흐의 "천국과 지옥"중 캉캉

졸업여행 행선지를 정하기 위해 사다리타기를 하는 유이와, 그런 유이를 따라하는 무기와, 그런 무기를 바라보는 미오. 케이온이 캐릭터성으로만 흥행한 애니메이션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인데, 그 캐릭터성을 표현하기위해 치밀하게 들어간 연출만큼은 정말이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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