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틸러스.
숫자로 보는 우승이 가지는 의미.
2013.12.01
K리그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오늘은 약간의 관심을 가졌을법 하다. 역대 어느 시즌이든 우승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적은 크게 없었을테지만, 이번 시즌만큼 우승 경쟁이 흥미진진한적도 많이 없었다. 특히나 K리그 출범 30년 이래 처음으로 우승 경쟁 팀이 결승전에서 만났다. 게다가 이기는 팀은 우승까지 할 수 있는 대진표로 말이다. K리그 마지막 시즌 경기중 가장 치열하고 관심이 모아질만 했던 경기였다.
처음에는 누가 이길지 예상조차 쉽지 않았다. 전문가들마저도 의견이 갈렸다. 최근 5연승을 하며 파죽지세로 우승을 향해 달려간 포항, 꾸준히 우승후보로서 김신욱의 활약으로 차분하게 1위에 올라갔던 울산. 어느 누가 이길지 감히 예상조차 할 수 없었다. 울산의 홈이기에 홈 어드밴티지가 있었으나, 김신욱과 외국 용병들이 나오지 못했다. 결국 뚜껑을 열어봐야만 했다. 그리고 오늘 그 뚜껑이 드디어 열렸다. 결과는 놀라울 따름이였다.
포항 스틸러스는 후반 인저리 타임에 김원일의 골로 역전 우승을 해냈다. 무승부만 해도 우승이였던 울산에겐 날벼락같은 일이였다. 두 팀의 희비가 엇갈리며 K리그는 새로운 스토리를 써내는데 성공했다. 두 팀의 대결은 '동해안 더비'라고도 불리는데 이제 역사가 깊고도 깊은 동해안 더비에 또 다른 스토리가 쓰여진것이다. 멋진 일이다.
이제 우리는 우승자를 축하하는 일만 남았다. 그렇다면 이번 포항의 우승은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6년
포항이 마지막으로 K리그 우승컵을 든 해는 2007년이다. 당시 리그 최종순위 5위였던 포항은 우승 플레이오프에서 극적인 승리를 하며 우승컵을 드는데 성공했다. 덕분에 우승 플레이오프에 대한 논란이 있긴 했지만, 포항의 입장에선 기적같은 일이였다. 하지만 포항은 그 이후 K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하며 매번 우승을 놓쳐왔다. 2010년을 제외하곤 계속 상위권에 랭크해 우승 플레이오프에 올랐던 그들이였기에 더욱 목말랐던 우승이였다.
리그순위 역대 최악의 해였던 2010년 이후, 포항은 황선홍을 감독으로 부임했다. 황선홍은 곧바로 팀을 3위권에 올려두며 우승 플에이오프에 올랐다. 하지만 문제는 울산이였다. 동해안 더비의 상대인 울산과의 우승 4강 플레이오프에서 패배하며 우승컵을 들지 못했다. 2012년부턴 리그 1위가 그대로 우승하는 제도로 바뀌고 애매한 순위로 우승하지 못했다.
하지만 2013년, 포항이 우승함으로서 6년만에 우승컵을 들었다. 2011년 우승컵을 들지 못하게 방해했던 울산을 상대로 승리하며 극적인 우승을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1번째
포항 스틸러스는 K리그에서도 하나의 발자국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K리그 최초로 더블을 달성한것이다. 물론 진정한 최초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다. K리그에는 여러 생기고 없어진 컵대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FA컵과 리그에서 우승한 팀은 포항이 최초이다. 어느정도의 정통성을 따진다면 최초의 더블을 달성한 셈이다.
어느 리그에서도 더블을 달성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K리그처럼 재정이 열악한 리그는 더욱 그렇다. 더블 스쿼드가 갖추어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포항도 마찬가지였다. 이렇다할 영입도 하지 못하고 선수들을 지키는데 급급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포항은 놀라운 정신력과 투지로 더블을 만들어냈다.
그들에게 최초란 이름은 전혀 아깝지가 않은것이다.
0명
포항의 이번 우승이 더욱 갚진것은 0명이기 때문이다. 대체 무엇이 0명이냐고? 바로 외국인 용병의 수다. 선천적으로 외국인 선수들은 체격과 축구 센스가 좋다고들 한다. K리그 용병의 역사를 쓰는 FC 서울의 데얀과 몰리나는 3연속 득점왕, 2연속 도움왕에 오르며 그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포항은 외국인 선수들을 내주기만 했고, 영입을 하지 못했다. 오로지 한국선수들로만 선수단을 꾸린것이였다.
처음에는 모든이들이 포항이 부진에 빠질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전문가들 마저 외국인 용병이 없는 포항이 좋은 성적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포항은 오로지 한국인 선수들만으로 FA컵을 우승해냈다. 그리고 한국인 특유의 저력과 집중력으로 마지막 6연승까지 하며 더블까지 이루어냈다.
40%
" 포항의 힘은 유스로부터 나온다. " 황선홍 감독의 말이다. 이번시즌 포항은 재정악화로 외국인 용병은 커녕 제대로 된 영입도 잘하지 못하며 시즌을 시작했다. 심지어 몇몇 선수들은 " 우리팀은 우승해선 안된다, 돈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 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포항은 굳이 영입이 필요 없었다. 그들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내에서도 탑클래스로 뽑히는 유스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였다.
40%. 무슨 숫자인지 궁금한가? 포항 1군내에 속해있는 포항 유소년 출신 선수 비율이다. 정확히는 40% 이상이다. 놀라운 수준이다. 그리고 이러한 유스들을 기용함으로서 조직력을 완성시킨 포항은 스틸타카라는 별명을 만들며 리그에서 대활약을 보여주었다. 스틸타카는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처럼 조직력을 중심에 두어 패스플레이로 경기를 이끌어나가며 만들어진 별명이였다.
그리고 이 40%의 선수들은 기적을 만들어냈다.
146회
무슨 숫자인지 궁금해할것이다. 바로 이 숫자는 '동해안 더비'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 현대 축구단이 K리그 출범 이후 만난 횟수이다. 포항은 울산을 상대로 146전 56승 45무 45패를 하며 우세한 전적을 보였다. 둘이 만난 횟수도 많은만큼 중요한 시기에 만날때도 많았다. 2011년 포항을 우승 플레이오프에서 떨어트리기도 했고, 2013년 포항의 무패행진을 깨트린것도 울산이였다.
올해는 울산이 강세였다. 포항은 울산을 상대로 2무 1패를 하며 동해안 더비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이번시즌 울산은 홈에서 패배를 단 한번밖에 당하지 않았다. 김신욱과 하피냐 콤피가 없었지만 자신이 있던 울산이였다. 하지만 포항은 그런 울산을 상대로 후반 인저리 타임, 기적같은 골을 성공시키며 146회 동해안 더비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로서 울산과 포항의 동해안 더비는 또 새로운 역사를 맞이하며 더욱 멋있는 더비가 되는데 성공했다.
- 쇄국 정책을 펼쳤던 흥선대원군을 이용해 만든 별명.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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